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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채식 논쟁

  • 등록일
    2007/02/18 23:12
  • 수정일
    2007/02/18 23:12

EM님의 [채식(주의)]라는 글에 (이 글을 "EM님의 첫번째 글"이라고 칭하겠습니다.)

내가 [나에게 채식은...]이라는 글을 트랙백했고, (이 글은 "저의 첫번째 글")

다시 EM님이 [다시 채식(주의)]라는 글을 트랙백하셔서 ("EM님의 두번째 글")

또 그에 대한 답변을 쓰는 글입니다.

 

저도 글 잘 읽었습니다.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몇가지 말씀드릴 게 있답니다.

 

일단 상대를 불분명하게 표시한 것은,

이 글이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1차적으로는 EM님이 맞으나,

쓰고 나서 보니, 꼭 EM님만을 대상으로 쓴 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글을 다 쓰고 나서 나중에 한꺼번에 고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EM님이 "개인적" 혹은 "취향"이라고 쓴 것이 기분나쁠 일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오히려 기분 나쁘게 만들고 있답니다.

나의 운동에 대하여 "취향"으로 왜곡하는 것에 대하여

기분이 나쁠 지, 아닐 지는 저의 문제이고, 제가 느끼고,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지,

(물론, 기분을 어떻게 설명하느냐를 논하기 이전의 이야기입니다.)

EM님이 제가 기분이 나쁠 일이 아니라고 맘대로 단정해서는 안되는 문제입니다.

 

 



저는 EM님이 '취향'이라는 말을 이중적으로 사용하면서,

(의도했든, 아니든 상관없이) 논지를 흐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M님의 첫번째 글에서 '취향'이라고 논하면서,

"채식을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달라"라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여기서 말하고 있는 '취향'은 (채소에 대한)'선호도'를 의미한다고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첫번째 글에서 채식은 채소에 대한 선호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육식에 대한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취향'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EM님의 두번째 글을 보면, EM님이 생각하시는 '취향'이라는 말을

제가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이번에는 제가 생각하는 채식이 개인적이라는 이유로

(여기서 '개인적'이라고 한 것에 대한 비판은 잠시 후로 미루고...)

'취향'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어이없게도

'정치적 취향'으로 바꾸어 말해도 좋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여기서 '정치적 취향'이라는 말은 "EM님의 논리를 기준으로 '운동'이 아닌 것"이지만,

일상적인 실천을 하는 개인적인 영역의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곧 EM님이 처음부터 의미하셨던, (제가 다르게 이해했다고 했으므로)

'취향'의 의미라고 설명하신 셈입니다.

 

저는 분명히 EM님의 첫번째 글에서 '취향'을 '채소에 대한 선호도'의 문제로 이해했는데,

"EM님의 첫번째 글에서 그렇게 분석한 제 판단"이 잘못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것이 설명되지 않는다면, 채식 자체에 대한 다른 어떤 이야기도 진행할 수 없습니다.

제가 EM님의 첫번째 글에서 발끈해서, 덧글로도 '취향'이 아니라고 했던 것은

그것이 운동이냐, 아니냐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채식"을 "채소를 즐기는 것"으로 설명했던 것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취향'에 대한 논의에 대해,

제 첫번째 글에서 "채식"은 "육식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던 것입니다.

 

 

이제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EM님의 두번째 글에서 EM님의 생각하시는 '운동'에 대해서 대강 정리해보면,

 

적어도 운동에는 "대의" 또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운동이라는 개념에 대해, 어떤 행위가 그러한 개념에 부합하느냐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운동이 되느냐 여부를 "내용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그것이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 또는 행동의 변화를,

또는 나와 생각 또는 행동을 함께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일정정도의 명확한 정당성을 가지고 남에게 호소할 수 있는 것이다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물론,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이 많이 다릅니다만,

이것을 전개하여 대립하는 것도 논의를 흐릴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논의의 시작은 "채식"이었는데, "운동"에 대한 이야기로 바뀌니까요.)

저는 제 첫번째 글에서 제가 생각하는 운동의 기준 자체를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도 제가 생각하는 운동의 기준을 설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저는 EM님이 생각하는 운동의 기준에 제가 하고 있는 "채식"이

어떤 곳에서 부합하지 않고 있는지만,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습니다.

 

우선, 운동의 "대의" 또는 "명분"은 곧, 운동의 근거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EM님의 두번째 글에서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하셨듯이, "도살반대"입니다.

이 부분은 저와 EM님이 서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므로, 넘어가겠습니다.

 

EM님은 운동이 "나와 생각 또는 행동을 함께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제 첫번째 글에서 너무나 분명하게도, 실천할 내용들을 설명했습니다.

제 첫번째 글에서 나 혼자 채식을 할 것이라고 쓴 단락에

바로 그 다음줄인 세번째줄부터 무엇을 촉구할 것인지 분명히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EM님은 운동이라면, "일정정도의 명확한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도살을 반대한다는 것이 일정정도의 명확한 정당성을 가진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EM님의 생각은 어떤 건지 정확하게 설명되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운동이 되느냐 여부를 "내용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하셨는데,

EM님의 두번째 글에서는 "채식"이 "도살반대"에 대한 완벽한 실천이 아니라는 이유로,

운동이 아니라 '취향'이라는 논지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은 운동이 되느냐의 여부를 "내용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봅니다.

완벽한 실천이 아니라는 내용에 대한 판단이 근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도 채식이 "운동"이 되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채식을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실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남에게 운동이라는 평가를 듣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건 그렇고, EM님께서도 '취향'을 어떤 의미로 사용하셨든지 간에

"채식"을 취향이라고 생각하셨으면서도 이렇게 논의를 시작하시게 된 동기가

살짝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EM님의 채식에 대한 관심에 의해서 시작한 논쟁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의 관심이 반영되었을 거라는 의미입니다.)

이번 논의에서 저는 이미 목적을 어느정도 이루었습니다.

EM님이 동의하시든 아니든 간에, 저는 채식은 육식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번에 글을 쓰면서 채식에 대한 고민이 좀 더 깊어진 것 같답니다.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도 늘어나고 있는 것 같고,

제가 그동안 한번도 언어로 정리하지 않았던

채식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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