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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부동산 버블 붕괴 조짐… 세계로 번지나

美 부동산 버블 붕괴 조짐… 세계로 번지나
지난달 주택판매량 급감… 급매물 급증 집값 하락 본격화
韓銀 “美·英 등 6개국 급락 가능성”… 한국도 침체 양상

저(低)금리 덕에 지난 5년간 유례없는 부동산 경기 호황을 누려왔던 미국이 부동산 버블(거품) 붕괴에 직면했다. 통화당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지난 여름 캘리포니아 등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주택가격 하락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곳곳에서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최근 몇년간 집값이 급등했던 영국·호주·아일랜드 등 세계 주요국의 부동산시장도 곧 미국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지난달 주택 판매가 전달 대비 4.1% 떨어진 633만 가구로 집계됐으며, 전년 동기와 대비하면 11.2% 급락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택 판매량은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 655만 가구를 훨씬 밑도는 것으로 2004년 1월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달 주택 재고량 역시 전달에 비해 3.2% 증가한 386만6000가구가 매물로 나와 있고, 이달의 주택 체감경기지수(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는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메릴린치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세릴 킹은 “주택가격이 이달부터 본격적인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부동산시장 침체는 올해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버블이 가장 심했던 동서부 해안과 플로리다 지역에서 주택 판매량이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캘리포니아와 샌디에이고의 지난달 주택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2% 가까이 떨어졌다. 버지니아 북부 지역의 하락률은 4%에 이른다.

미국의 최대 주택건설업체 허튼(Horton)의 최고경영자(CEO)인 도널드 톰니츠는 “올해 2분기 순이익이 21%나 감소했다”며 “주택 수요자들이 모조리 사라져 버리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부동산시장은 2001년 이후 1%까지 내려간 저금리정책 덕분에 싼 값에 빌린 돈이 물밀듯 몰려들었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7차례에 걸쳐 연 5.25%까지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거품이 빠지고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저금리 기조는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어서 한국·영국·호주·스페인·아일랜드 등의 주요국의 부동산 거품 논란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이달 초 한국은행은 미국·영국 등 주요 6개국의 주택가격에 거품이 끼여 있어 앞으로 급락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었다. 한은은 ‘주요국의 주택가격, 리스크와 정책과제’라는 보고서에서 “2000년대 들어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 하강에 대응해 정책금리를 대폭 인하하면서 자금이 주택시장으로 몰려들었다”며 “이에 따라 주요국 집값에는 거품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영국·호주·스페인·아일랜드에서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버블 붕괴가 현실화되진 않았지만, 주택 가격이 꼭짓점을 쳤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투자 자문회사 인디펜던스 인베스트먼트의 존 포렐리 부사장은 “고유가가 소비 경기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부동산시장 둔화는 향후 민간 소비를 더욱 압박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역시 서울 강남과 경기도 지역의 주택값 급등세가 꺾여 조정을 받고 있으며, 지방은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등 부동산 경기가 침체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신지은기자 ifyouar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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