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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협조로 점철된 대우차노조 06임단투(노정협)

노사협조로 점철된 대우차노조 06임단투


2001년 2월 19일은 1750명이라는 어마어마한 노동자들이 일시에 정리해고 되면서 부평역 앞을 치열한 가두전투의 상징으로 만든 시발점이었다. 같은 해 4월 10일은 백주대낮에 웃통 벗은 수백명의 노동자들이 공권력의 방패와 곤봉에 사정없이 살이 찢기고 뼈가 부러지며 피튀기는 살육의 날이었다.

2002년부터 단계적으로 복직되기 시작한 정리해고자들은 5년이 지난 올해 1600명이 복직되었다. 어찌됐든 ‘복직’이라고 언론에서는 ‘노사화합’의 성과라 호도하고, 집행부에서는 마치 그것이 그 동안의 자신들의 투쟁의 성과인냥 치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가?

GM자본은 부도위기에 처한 대우자동차를 분할인수하여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는 ‘인천대우’와 ‘GM대우’ 두 개의 법인이 공존하고 있었다. 법인이 통합될 때까지 노조는 식물노조 상태로 있을 것을 전제로 하는 ‘조건부 법인통합’으로 인해 GM자본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정리해고 당한 노동자들의 삶은 말할 것도 없고, 남아있는 노동자들의 삶도 말이 아니었다. 임금은 동결되고 주간1교대로 그나마 동결된 임금마저 야간과 특근수당이 배제된 반값으로 하락했다. 각종 수당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거나 터무니없이 낮아졌으며 복지후생은 그림의 떡이었다.

게다가 더 서러운 것은 마치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분할하듯, ‘인천대우’와 ‘GM대우’ 소속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었다. 연구소, 수출과 출고 관련 사업부와 정비, 그리고 창원과 군산 등은 ‘GM대우’로 소속되고 그 외 부평공장의 조립, 도장, 차체, 프레스만이 ‘인천대우’로 소속되어 철저하게 분리시켰다. 작업복도 달랐고 대우도 달랐다. 당시 정리해고 반대투쟁의 선봉에 서서 전투적인 가두투쟁을 벌이고 끝까지 공장점거를 사수하며 자본과 정권의 폭력에 맞선 경험이 있는 핵심 노동자들을 따로 관리하며 현장탄압과 감시에 익숙하게 만들고 숨죽이고 사는데 익숙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두 개의 법인으로 족쇄를 채우고, 인수의 전제조건이었던 무쟁의 선언으로 발목 잡히고, 현장탄압과 감시에 숨통이 막히고, 결국 눈과 귀까지 닫고 살아오면서 현장조직력은 박살났고, 매일같이 회사가 어렵다는 앓는 소리에 또 다시 해고될지 모르는 두려움만 쌓여갔다.

그러나 올해 두개의 법인이 ‘GM대우’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되었다. 무쟁의라는 식물노조는 다시 투쟁의 함성을 지를 수 있게 되었고, 마침 임금협상 뿐 아니라 단체협상도 걸려있는 올해, 드디어 뭔가 좀 될 줄 알았다. 더군다나 작년부터 적자에 허덕인다던 GM대우가 흑자로 선회했다. 그런데 결과는 영 딴판이다.

휴가직전 타결이라는 꼼수에 조합원들이 던진 것은, 분노! 그리고 부결!!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어…


지난 5월 19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대우자동차의 임/단투가 시작되었다. 핵심요구안은 임금관련 120,350원(기본급대비 8.55%)인상과 고용안정 관련 ‘협의가 아닌 합의’로 할 것 등을 포함하여 인수과정에서 강탈당한 단체협약 원상회복 등이다. 또한 26개의 별도요구안에는 주간연속 2교대제, 비정규직 관련, 창원지부 부당징계 해고자, 각종 수당 그리고 1600명에 달하는 정리해고 복직자 관련 4대요구안 등이 포함되어있다.

그러나 성과없이 교섭횟수는 늘어났고 현장은 출투와 철야농성 외에 2달 반이라는 시간동안 ‘전간부 출근투쟁과 12일 4시간 부분파업 및 잔업거부, 14일 4시간 부분파업, 18~19일 2시간, 4시간 부분파업 및 파상파업’이 중앙쟁대위 지침인데 그마저도 부분파업은 다 진행되지 못했다.

이윽고 7월 13일 16차 교섭에서 사측이 제시안 ‘전향적인 안’을 던졌다는 얘기와 함께 여름 휴가를 앞두고 24일 잠정합의안이 발표되었다.

잠정합의안 내용은 임금은 호봉승급분 제하면 56,000원 인상(기본급 대비 3.98%인상) 그리고 단협개정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던 고용관련 핵심 조항인 12조) 회사의 합병, 양도, 이전 등 관련하여 노조에 90일 전에 통보하는 것은 명시했으나 협의를 합의를 따내지 못했고, 13조) 외주 및 용역전환, 사내하청, 외주화, 모듈화 등 관련사항도 협의를 합의로 따내지 못했다. 그 외 1600여명의 정리해고자의 4대 요구안은 아무런 진척도 없었으며 작년에 특별노사협의회에서 어느 정도 합의봤던 ‘해고기간의 근속 인정’만이 명시되었을 뿐이다. 또한 비정규직 관련 요구안은 아무런 내용도 없었다.

이런 걸레같은 안을 받아 들고 와서 잠정합의안을 확대간부회의를 통한다는 규약도 어긴채 이성재 집행부는 교섭대표 만장일치로 도출된 안이라며 현장에 선전하며 가결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집행부 현장조직인 ‘현장에서 희망을’을 제외하고는 전 현장조직이 조합원들에게 부결을 호소하는 선전선동을 시작했다. 정원투와 민노회는 독자중식집회와 노숙투쟁을 전개하며 투쟁을 전개했다.

노조 집행부는 잠정합의안이 도출되고 이틀 뒤인 26일 찬반투표, 28일 특근을 잡아놓았을 만큼 가결을 확신했지만 반대 52.2%로 잠정합의안은 보기좋게 부결됐다. 집행부가 바보라고 믿었던 조합원들에게 뒤통수에 짱돌을 맞은 셈이었다.

휴가로 열흘이라는 시간을 날리고 창원공장이 공사로 일주일을 더 쉬면서 아무런 투쟁 지침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집행부는 투쟁의지는 커녕 재교섭 의지도 없었다. 2주일이 지나서야 온 사측의 ‘일주일만 더 시간을 달라’는 요구에 집행부는 ‘그러자’며 또 일주일을 시간끌었다. 근 1달이 다되어가는 시간 동안 내려진 투쟁지침이라고는 전간부 주야 출투 및 철야농성, 그리고 한술 더 떠 교섭 재개되는 24일부터 이전 투쟁수위로 환원한다.(중앙쟁대위 지침 6호)는 내용이 전부였다.

그렇게 교섭에만 목매달다가 2차 잠정합의안이 8월 25일 도출됐다. 투쟁없는 잠정합의안이 어떤 성과가 있겠는가. 교섭위원들끼리 수정한 재교섭 9대 요구안에는 해고자 문제, 비정규직 문제, 고용 문제 등 돈 몇 푼보다 진정 쟁취되어야할 계급적 요구는 뒤로 한 채, 임금과 각종 수당 관련한 요구로만 한정하여 52.2%에서 단 가결에 필요한 단 4%만을 위한 재교섭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결과 도출된 2차 잠정합의안이 1차 잠정합의안과 다른 점이라면 고작 호봉승급분을 제외하고 5,000원 더 인상된 임금인상액이 전부다.

현장에서는 “2차 부결투쟁을 들어가야 한다, 이성재를 끌어내려야 한다, 우릴 갖고 놀아도 이렇게 갖고 놀수는 없다…”(정원투 게시판 중) 등 분노로 들끓고 있다.

8월 25일 제2차 잠정합의안이 도출되었고 28~29일 찬반투표에서 60.9%로 겨우 가결되었다.

노동자보다 사용자를 더 걱정하는 GM대우노조 이성재 집행부!


5년이라는 세월동안 열악한 임금과 고용불안, 억눌린 현장 속에서 살아온 조합원들에게 올해 투쟁은 분명 큰 의미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합법적인 쟁의권 확보와 74.2%라는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찬반투표 가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행되는 투쟁양상은 전간부 출투와 철야농성이 전부였다. 토고 전 관람으로 대체된 임단투 전진대회를 시작으로 4달이 다 되어가는 교섭 기간 동안 파업지침은 전면총파업도 아닌 3~4번에 걸친 ‘4시간 부분파업과 파상파업’이 전부였다. 파업투쟁이 말 그대로 투쟁이 아니라 사용자들을 위한 ‘솜방망이’가 된 것이다.

중앙쟁대위 지침 3호 - 06임단투가 끝날 때까지 파상파업권은 위원장에게 위임한다.
중앙쟁대위 지침 5호 - 21일 교섭에서 수용할 수 없는 안이 나올 시 총파업을 포함한 일체의 투쟁에 대해 위원장에게 위임한다.


전 조합원이 참여하여 파업투쟁을 진행하는 노동자계급의 일반적 상식이 대우자동차노동조합에게는 파상파업이라는 비상식적인 전술로 탈바꿈되었다. 파상파업은 말 그래도 어느 현장은 파업에 들어가고 어느 현장은 파업에 들어가지 않는 등 따로 놀게 된다. 현장 대의원들의 현장 장악력에 따라 힘 되는 곳은 돌입하고 부족한 곳은 안되고, 결국 집행부는 역으로 ‘파업지침을 때렸는데 왜 참여하지 않느냐’며 책임을 전가한다. 아예 신차출시를 위해 윈스톰을 생산하는 조립2라인은 파상파업에서도 제외했다. 그러면서 부평역 지하상가 번영회, 부평 재래시장 번영회 임원진들과 만나서 ‘대우자동차 노조는 투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며 신차홍보와 판매에 협조를 구하고 돌아다녔다. 이게 노조 지도부의 모습인가, GM대우 경영진의 모습인가?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을 못해도 한참을 못하고 있다.

참여율 저조한 출투와 철야농성으로 일관하고 신차출시는 해야 되니까 그곳은 파업 안하고, 그 외에는 대의원들이 알아서 파상파업 진행하라고 하면 그것이 도대체 무슨 사측에 압박이되는 투쟁으로 발화될 수 있겠는가? 이 지침이 정녕 노동자들을 위한 것인가, GM자본을 위한 것인가? 가히 조합원들을 농락하는 수준이 환상적이다. 그리고는 투쟁을 조직하지 않고는 참여율 저조하다고 현장활동가들과 조합원들에게 ‘난 열심히 교섭할 때 너희들은 뭐했냐’며 생떼를 피우는 모습이 여느 노사협조주의자들과 판박이다.

교섭이 투쟁인가? 노조 지도부는 교섭하는 사람, 조합원은 지침만 내리면 따라 투쟁하는 바보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난 5년간 무너진 현장권력에 기생해 GM자본에 구걸하는 어용, 노사협조주의자 이성재! 세분화된 근태코드와 깊숙이 치고 들어오는 팀제 및 현장통제에 신음하는 조합원들이 아무런 두려움 없이 파업투쟁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제대로 싸우고 조직하고 만들지는 않고 입으로만 투쟁하고 있는 노사협조주의자, 이성재!

그러면서 제대로 투쟁하라고 비판하고 선전하면서 압박하는 현장활동에 대해서는 위원장이라는 권위를 이용해 통제하고 공격한다. 자본에 대한 공격보다 훨씬 공격적이다.

06임단협 요구안 이외의 문구를 담고, 현장조직의 명칭이 들어가있는 현수막을 출근투쟁에 내거는 것은 … 정원투에서 조끼 이외의 단체복을 착용하고 정원투 회의를 통해 철야 농성 텐트를 설치한다는 결정을 하는 것은 … 조합원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분열시키며 … 집단이기적인 발상이고 중앙쟁대위 행동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입니다.
(각 현장조직과 정원투에 보낸 중앙쟁대위 행동지침 준수 권고문(7.14) 중)


이성재위원장은 정리해고 복직자들의 조직인 정원투와 사사건건 마찰하고 대립하였다. 정원투가 기존의 현장조직을 대신하여 집행부의 협조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정원투는 이성재집행부의 생각과 다르게 사조직이 아니다. 정원투는 대우차 역사상 최대의 비극인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한 살아 있는 역사이다. 정원투는 더 이상 대우자동차에 더 나아가 이 사회 전체에 정리해고가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대우자동차 전체 조합원의 투쟁의 구심이다. 이러한 정원투에 대한 집행부의 노골적인 도발은 집행부가 얼마나 현장으로부터 멀리 있고, 자본의 친위조직인지를 잘보여준다.

현장활동가들의 한계와 과제

이성재의 노사협조주의를 넘어선 노골적인 어용화는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작년부터 시작됐던 GM대우 창원비정규직지회의 투쟁에 이성재 집행부는 연대투쟁을 커녕 이들의 투쟁을 공장을 볼모로 떼쓰는 막무가내식 투쟁으로 왜곡, 폄하하며 말을 듣지 않으면 아무 것도 지원해줄 수 없다고 협박하는 한편, 투쟁의 주체들을 제외한 채 독단적으로 합의해 투쟁을 마무리시키키도 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에 마치 예전의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투쟁을 자신이 다 한 것인 마냥 선전하면서 힘차게 연대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한 것이 무엇인가? 성명서 발표 외에 아무 것도 없다.

현재 상황 임단투 2차 투표가 마무리되었다. 28~29일에 걸친 찬반투표에서 60.9%의 찬성률로 겨우 가결되었다.

그러나 제 현장조직과 활동가들은 2차 투표에서는 가결될 것으로 생각하면서 임단투 마무리 이전에 사실상 20대 임원선거를 위한 체제로 전환했다. 게다가 대우차의 대표적인 민주파 현장조직이라고 하는 민노회 내부의 활동가들은 연대연합 선거로 선거주의에 매몰되었다. 이성재 집행부를 반대한다는 것은 이성재 집행부가 아닌 여러 현장조직 간의 무원칙한 연합이 아니라 이성재 집행부가 보인 노사협조주의에 대한 분명한 반대와 비정규직 투쟁을 탄압한 반노동자 집행부에 대한 전선을 분명히 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민노회는 임단투 전이나 임단투 기간이나 노사협조주의 집행부에 대한 제대로 된 반대전선을 치지 못했다. 오직 정원투 내에서 민노회의 개별회원들이 중심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다.

또한 임단투 기간 중 가장 부각됐던 정원투의 4대 요구안인 “정리해고 복직자 해고기간 근속수당 지급! 퇴직금 재정산! 국민연금, 삼신생명 해고기간 회사 부담금 개인별 지급! 투쟁중 부상자는 산재에 준하는 조치 및 보상!”은 조합원들 전체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정원투 내부의 요구에 그친 한계가 있다. 제대로 된 노조라면 투쟁의 선봉에서 싸우다가 해고되고 압류되고 부상당한 모든 동지들의 원상회복을 쟁취해야 함이 당연 옳다. 그러나 1600명이라는 많은 노동자가 복직된 지금 그러한 요구를 어용집행부에게 강제시켜내고 복직자를 포함한 모든 조합원들이 함께 원상회복투쟁을 하기 위해서는 06임단투 투쟁과 함께 맞물리는 정원투의 원칙적인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문제를 중점에 두고 가지 못한 한계도 있다. 이는 물론 투쟁해야하는 대우자동차 비정규직 주체의 문제도 있다. 그러나 지난 GM대우창원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의 투쟁에 창원까지 내려와 함께 연대투쟁했던 만큼, 이번 임단투 속에서도 비정규직의 문제는 이미 전 자본에 대한 전투적인 계급적 투쟁의 문제임을, 대우자동차에도 1000명이나 되는 비정규직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잠정합의안에는 그 어떤 비정규직 관련한 합의사항도 존재하지 않음을 분명하게 비판하며 관료적인 산별노조를 타격하는 근거로 삼았어야 했다.

이제 임단협투쟁이 마무리되고 노조 20대 임원선거가 남아있다. 임원선거에 임하는 우리 선진활동가들은 분명히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하여 ‘선거를 위한 선거’가 아니라 ‘투쟁하기 위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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