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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10월에 상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나서, 백승욱 교수의 신간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계획 상으로는 연말까지 초고가 나온다. 그러던 가운데 연극과 관련한 일을 도울 일이 있어 번역이 잠시 중단되었다가 이제 재개한다. 중간중간 '조어대' 등 영토분쟁과 관련한 '민간동아시아'성명 관련 회의와 작업들이 있고, 왕효명 선생의 수업도 최대한 빠지지 않고 청강을 하고 있다. 지난 주에는 한국에서 오신 손님들과 석사 과정을 함께했던 친구들 등등과 대동台東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뒤늦은 졸업여행이라 할 수 있는데,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모택동 시대와 포스트 모택동 시대>는 결국 상/하권이 다 큰 무리 없이 출간된 듯 하고(책을 돌리고 나니 내 손에 책이 없다), 하권 출간 이후에는 이욱연 선생님의 프레시안 서평이 나오기도 했다. 논쟁의 구도가 열리는 느낌인데, 서로가 격려하면서 논의가 풍부해지는 그런 논쟁을 보고 싶다. 나는 별도로 전리군 선생의 이 저작에 대해서 <人間思想> 겨울호(2013년 1월)에 나의 논문을 싣게 되었다. 6월 홍콩에서 발표했던 초고를 거의 다시 쓴 논문인데, 기회가 되면 한국어로도 발표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연말까지는 지금하고 있는 번역을 마치고, 이어 내년 여름까지 자격고사를 마치면, 아마 가을부터 논문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리군 선생의 역사적 중간물로서의 사상적 실천을 조명하면서, 노신으로부터 계승된 '서술학' 실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하나의 방향이고, 리영희 선생과 비교하면서 노신적 사상의 당대 속에서의 차별적 발현을 검토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삼고 있다. 진광흥 선생도 논문 쓰고 할 일이 많으니 우선 다른 일 벌이지 말고 논문에 집중하라는 언질을 줘서 어서 논문 작업 준비를 해야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번 대동 여행을 다녀오면서(작년 봄 왕휘 선생과 갔다 온 뒤 두 번째), 박사논문 작업의 공간으로 대동을 염두에 두고 있다. 대만에 마지막 남은 순수 또는 청정의 땅이라 불릴만한 곳인데, 무엇보다 물가가 싸서 경제적 부담이 크지 않은 점이 고려되었다. 그러면 아마 2014년 말에는 박사논문이 대강 모습을 드러내리라 본다. 중국 대륙 쪽도 고려하고 있는데, 펀딩 상황을 봐야할 것 같다.

 

그동안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이 의외로 좀 계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글을 남기기가 좀 그랬다. 대화의 상대가 좁혀지는 느낌이 들어 전과 같은 자유로운 사유의 공간이 되지 못했다. 게다가 한국과, 특히 그 지식사회와 관계를 맺으면서 그 사회 속의 불문률을 의식하지 않기 어려움을 느끼게 되기도 했다. '비판'이나 '문제제기'가 설사 적절치 않더라도, 그 의미는 논의 속에서 판단되어야 할 문제이지, 논의도 해보지 않고 인격적 문제으로 매도하는 방식은 오히려 필요한 논의를 사전에 봉쇄한다. 이런 문화가 지배적인 상황 속에서 학문적 이론적 창신은 불가능하다. 특히 젊은 연구자들의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사고를 끌어내는데 이런 문화는 매우 해악적일 것이다. 당분간 한국과 거리를 둔 삶을 지속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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