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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10 석존의 출가 by 아포리아

석존의 출가

"즐겁게 놀고 난 하루의 피로를 풀려고 태자는 침상에 몸을 기대셨다. 수많은 아리따운 궁녀들은 태자를 위로하려고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장단을 맞춰 춤을 추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무의 미묘함도 고요한 태자의 마음을 움직일 길이 없었다. 태자는 어느새 잠에 빠져들었다. 궁녀들도 이를 보고서는 춤추고 노래할 흥이 나지 않아 주악을 그치고 잠에 빠졌다. 향유의 등불만이 고요함 중에 깜박이고 있었다. 태자는 문득 잠에서 깨어나 침상에 앉아 이 광경을 바라보셨다.

정적에 넘치는 밤, 아름다운 궁전, 향기로운 향등 속에 지친 무희들의 잠든 한심한 모습! 참으로 낮에는 화려한 궁전도 밤에는 무덤 같았다. 태자는 몸서리치면서 일어나 "일체가 이 모양이다. 더 참을 수는 없다"고 마음 속으로 부르짖고는 곧 궁전을 탈출하려고 결심(한다)."

- 불교성전편찬연구회 편역, <신역 불교성전>, 홍신문화사, 1992, 22~23쪽(제5절 출가).

 

불경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지만

석존의 출가에 관한 설화,

곧 천하에 부러울 게 없던 한 태자가

궁의 네 문을 나서 노, 병, 사를 목격한 후 출가자를 만나는 장면('사문출유'),

그리고 출가를 결심한 태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왕이 베푼 성대한 연회가 끝난 후

그 아름답고 화려하던 사람과 물건이 어지럽고 추하며 무덤처럼 변한 걸 보고

궁을 탈출하는 장면은 기억에서 쉬 잊히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늦게까지 술 먹고 그 자리에서 잠들었다가

다음날 폐허로 변한 모습을 보면서 알 수 없는 허무함을 느낀 적이 꽤 있거니와,

주위가 어지럽지 않고, 또 제대로 집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전날 술자리에서의 흥겨움 심지어 '광란'과의 괴리 때문에

다음날의 평범한 일상을 왠지 우울하게 느끼는 경험을 할 때마다

저 장면이 떠오르곤 했다.

 

근래 왁자지껄한 술자리를 자주 안 하다 보니

어쩌다 그런 자리를 들르고 나면 때때로 비슷한 느낌이 드는데

어제 오랜만에 동기들이랑 술을 먹고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도 좀 그랬다.

휴일이어서, 숙취를 이기고 정신없이 출근할 필요도 없고

술이 완전히 깨지 않아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으며

영화도 왠지 확 끌리지 않는 날.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불경의 저 장면이 새삼 떠오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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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포리아

2011/05/10 22:16 2011/05/10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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