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와 정세. 둘 사이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알튀세르가 양자를 중요 개념으로 제시할 때
분명한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어떤 요소를 평가할 때, 다른 요소들과의 관계에서 고립시켜 보지 말라는 것.
요새 발리바르 식으로 말하자면, '관개체성'(transindividuality)의 관점을
강조한 것이라고도 하겠다.
한 요소는 그것을 초과하는 구조 속에서 보아야 한다.
한 요소는 그것을 초과하는 정세 속에서 보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는 양자 사이의 거리가 의외로 크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다른 관점에서는 거리가 아주 멀어질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구조 역시 사건, 알튀세르의 표현을 빌면 '돌발'(surgissement)
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알튀세르가 구조를 '과잉결정'으로 사고한 한에서,
그것은 구조주의의 속류적 판본보다 애초부터 훨씬 불안정한 것이었다.
(발리바르가 원용하는 시몽동의 개념을 빌자면 '준안정적'(metastable)인 것.)
이 때문에 정세, 마주침, 또는 '과소결정' 개념 등과 긴장적으로 묶일 수 있는 것이었다.
어떤 기원에서부터 발생한 후 차근히 단계를 밟아 숙명적으로 오늘에 이른 구조가 아니라
돌발한 사건이라는 불안정한 심연 위에 있는 구조.
구조 개념의 통상적 용법에 비추어 볼 때, 참 특이한 구조가 아닐 수 없다.
임의로 조작가능한(manipulable) 것은 아니되, 고정되거나 불변적인 것도 아닌 구조.
유물론적이지만 변증법적인 구조.
그리고 또는...
일단 오늘 든 생각은 여기까지.
Posted by 아포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