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하는 동안 접근하지 못한 인터넷이 되니
그동안 듣고 싶으나 못 들었던 몇 곡을 들을 수 있어 좀 행복하다.
많이들 알겠지만 이 곡은
<무한도전> 215회(예능프로그램 횟수를 외우게 될 줄이야!)
레슬링 경기 마지막 장면,
그러니까 유재석이 3단로프에서 '파이브스타 프로그 스플레쉬'
로 게임을 마무리지은 후 정형돈을 껴안는 장면
을 전후해서 흐르던 노래다.
알바 때문에 무도 215회를 보지 못해 애태우다가
인터넷으로 어렵게 동영상을 구했는데
동영상과 추석 재방송까지 해서 너댓 번은 본 것 같다.
예능을 보고 이런 느낌을 받은 건 거의 처음이다.
(<무도> 여자권투도 있긴 했지만, 적어도 나에겐,
그 편은 이렇게 반복을 부르는 강도는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싸이의 <연예인>이 그렇게 슬프게 들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카메라를 통해 가깝게 다가오는 정형돈 이하 멤버들의 신체적 고통과
그를 보고 기뻐하고 열광하는 관중들의 모습이 교차편집되면서
뭐랄까, 연예인이 하나의 환유인, 대중들 앞에 서야 하는 이들이 겪는
(우리 모두는 어떤 식으로든 대중들 앞에 선다)
비극 같은 걸 느꼈다고 할까.
사실 이런 서사는 흔한 것이고, 많은 경우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왜 우리를 몰라주고 비난하느냐
따위의 반(反)비판적인 투정과 결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내내 들었던 그 유치한 어리광!)
WM7에 대한 이런저런 비난에 대해 김태호 PD가 보인 반응도 좀 비슷했기에
탐탁치 않은 마음이 들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날 그 경기,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형돈의
그 강렬하지만 묵묵한 신체적 고통이 일종의 진정성을 느끼게 했다.
어쨌든 예능이나 레슬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214~215회는 강추다.
Posted by 아포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