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방화역

김포공항을 가는 중이었다. "이번역은 방화 방화역입니다." 방송이 들리길래. 거의 다왔네? 얼마 남았지? 두리번거리며 지하철노선도를 보다가 방화역이 종착역이라는 걸 깨달은 순간, 눈앞에서 문이 닫혔다. 공항경력 몇 년차인데 이런 일이 ㅋㅋ 그러나 웃고있을 시간은 없었다. 울산행 비행기는 더 없고, 전철은 기지처럼 생긴 터널로 들어가고 있었다.

난생 처음 지하철 비상통화장치를 눌러보았다. 무전기 같은 걸 예상했는데 따르릉 따르릉 벨이 울렸다. "무슨 일이신가요?" 내리는 걸 놓쳤다고 중얼중얼. "잘 안 들리는데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기다리라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불안하던 중 청소노동자 한 분이 열차칸을 건너오셨다. "이 전철은 어디로 가나요?" "바로 다시 시내로 가요. 금방 가요." 당신 같은 사람 한두명이 아니라는 여유로움으로 나를 달래주셨다.
그때 기관사가 열차를 가로질러갔다. "기관사님이 저쪽 끝으로 가면 열차가 다시 떠나요." 아... 네... 잠시 후 상일동행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비행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운전을 하고, 지하철 앞끝에서 뒤끝까지 걸어가, 다시 서울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운전을 하고, 그러면 도대체 언제 쉬나요? 2인 승무제도 필요한 거 아닌가요? 그 찰나의 시간에 지하철 내부를 치운 청소노동자들은 어디에서 쉬었을까, 이것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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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9 10:15 2018/10/1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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