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류님의 [4.3, 문재인 추념사, 그리고 -] 에 관련된 글.
38주년 5.18민중항쟁에 부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보니, 역시나 작년 연설문에 감동이 있었듯,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말들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4.3추념사와의 차이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오늘 우리가 더욱 부끄러운 것은 광주가 겪은 상처의 깊이를 3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 알지 못하고, 어루만져주지도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역사와 진실의 온전한 복원을 위한 우리의 결의가 더욱 절실합니다."
진실을 다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을 고백할 줄 아는데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선언합니다."
왜 감히 선언해버렸을까.
"민주주의의 가치만큼 소중한, 한 사람의 삶을 치유하는 데 무심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겠습니다. 광주라는 이름으로 통칭되었던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존중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역사적 사건이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궤적이었음을 기억할 줄 아는데
"좌와 우의 극렬한 대립이 참혹한 역사의 비극을 낳았지만 4.3 희생자들과 제주도민들은 이념이 만든 불신과 증오를 뛰어 넘었습니다." "제주도민들은 화해와 용서로 이념이 만든 비극을 이겨냈습니다."
왜 서둘러 '제주도민'으로 삶을 봉합해버릴까.
4.3의 진상규명은 훨씬 덜 진척됐고, 해방 이후의 제주도를 살아내야 했던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해석될 언어를 충분히 갖지 못하고 있다. 사회주의운동을 꺾기 위해 이승만 정권과 미군정이 도모한 국가폭력이라는 본질을 대신해 좌우로 갈라진 주민들 간의 불신과 증오가 문제인 것처럼 지목되고 있다.
80년 광주가 87년 항쟁을 이끌어내고, 87년 체제라 불리기도 하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는 점에서, 문재인의 80년 광주에 대한 고백은 87년 체제가 해낼 수 있는 거의 최선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한민국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했던 4.3이 남긴 과제에는 이르지 못하는 것. 70년의 무게로 새로운 사회를 여는 몫은 운동에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모르던 일도 아닌데 괜히 씁쓸한 이 느낌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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