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와 토론을 듣다 보니 생명과 안전의 권리가 어디쯤 왔는지 묻기에도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리일 수 있다는 감각은 시작되었으나 권리라는 감각은 아직 까마득한. 생각해볼 거리가 많았던 토론회. 조금 더 생각해보고 싶은 것들.
# "재난참사가 발생했을 때 사회운동단체들이 여전히 잘 움직이지 않는다. 더 적극적인 현장 개입 필요하다." 피해자를 위한 권리 매뉴얼 같은 것이 현장과 만나는 방식일 수 있겠다.
# "위험을 어떻게 설명할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위험을 마주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사회면 좋겠다." 재난참사의 영향이 기존 사회질서의 차별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 그래서 질문 받지 않는 사람들이 생긴다. 지금 한국사회는 '물어야 한다'도 같이 얘기돼야 하는 수준.
# "자살인구 중 노동자가 35%" 연령이나 성별 구분과 다르게, '노동자'로 볼 때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진다.
# "2017년 8월 중대산업재해 대책으로 '사망사고 발생 시 작업 중지, 작업 중지 해제 시 현장 노동자 의견 수렴과 외부 심의위원회에서 해제 결정'이 시행되기 시작. 그 후 어떤 노동자가 화상을 70% 이상 입게 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사망이 아니라 작업중지 못한다고 말함. 그 노동자는 그 후 돌아가셨다."
# "메르스.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던 장애여성이 자가격리대상자가 되었다. 다행히 노모와 함께 거주해서 상황을 넘김. 또 다른 독거 장애 여성은 활동보조인이 불안감으로 활동을 중단하는 상황이 발생. 다행히(?) 신장투석을 하면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어 위기를 넘김. 그러나 제대로 활동보조를 받을 수는 없었음."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장애를 고려하는 재난 대응지침이 '먼저' 고민되어야 하는 이유.
#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다는 재난사고조사위원회는 짐작했던 것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듯하다. "사고조사와 사법처벌이 분리"된다는 측면에서도, "피해자 참여를 제도화"한다는 측면에서도.
#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넘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한국사회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알기 위한 조사가 필요." "'사회적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재난조사위원회도 숙고해야겠지만 우리의 과제이기도.
# 현행 법체계가 사고를 유발한 조직과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법관의 재량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작용하는, 사법부의 문제도 있음. 그래서 처벌을 강화하려면 실질적인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기도.
# "책임자 처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진상이 은폐될 수도 있다. 균형감 필요"
# "'안전한 사회'란 무엇으로부터 안전한 사회일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무엇으로부터 안전해야 할지 찾는 과정이기도."
# "생존수영이 세월호 참사 대책이 아닌 것처럼 화재 대피 요령이 대구지하철참사 대책일 수 없다. 그건 일반적인 정책일 뿐이다."
# "재난참사에서 정부의 고압적이고 반인권적인 태도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회적 참사는, 대부분의 책임이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결의 주체도 되어야 한다. 그러니 숨기거나 빨리 넘어가려고."
# 현장실습 폐지를 반대하는 학생들. 정책에 대한 이해당사자로서 반응. 정부가 재난참사에서 유가족이나 피해자를 이해당사자로 규정하며 객관성을 저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참여를 배제하는 것과 맞닿아있는 듯. 이해관계로만 한정. 그러나 피해자들은 인권의 주체이자 사건에 관한 권리당사자. 진상규명 과정 등에 피해자들의 참여는 비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권리의 실현에서 오히려 본질적 요소.
# "상시적인 기구가 있어야겠다. 거기에 피해자들이 참여할 제도적 장치 있어야 한다. 재난참사 유가족이 진상규명 책임자처벌을 위해 버티는 게 쉽지 않다. 혼자서는 더욱 힘들다. 사회가 손가락질하지 않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이유도 그것이다. 그래야 피해자들이 나올 수 있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 "노동자가 하루에 일곱 명 죽는데, 그럴 수도 있는 것처럼 받아들인다. 불가피한 희생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이 기업과 언론. 당연한 죽음이 아니라 막을 수 있는 죽음이라는 걸 확인해가야."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