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지나면 합동분향소가 철거된다니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할 텐데, 영결식이 끝나고 하려면 사람들이 너무 많아 시간이 부족하겠지? ... 아침에 서둘러 집을 나올 때는 이런 생각이었다.
분향소 가는 길 부모들이 모두 검은 정장과 상복을 입고 있었다. 영결식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1주기의 소복들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절대적인 감각이었다. 한 부모가 분향소를 왜 가냐며 영정사진들은 아침에 이미 다 옮겼다고 말해주었다. 네?
그랬구나. 영결식이라 무대에 제단을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을 왜 미처 못했을까. 4월 16일을 아무 준비도 못하고 맞았다.
분향소는 비어있었다. 사진이 있던 자리만 휑 했다. 격자처럼 무심하게 자리에 남은 꽃들은 비어있음을 또박또박 짚어주려는 듯 모질었다. 내일이면 없어질 거야...
거대한 공백 앞에서야 깨달았다. 분향소는 그이들이 이제 곁에 없음을 애도하라는 공간이었다. 그동안 사진을 보면서 그이들과 인사하고 만난다 믿었던 건 나의 착각일 뿐이었다. 이별을 직면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위치에서. 사진 속 얼굴을 만나는 만큼 그이들의 부재와 사라진 세계를 함께 만났어야 했다.
한 명 한 명 이름과 얼굴을 외워야지 했던 기억만 가물하다. 제대로 만나질 못했으니 오늘의 이별은 실패하고 말았다. 영결식, 영원히 이별이라니. 만남엔 영원히가 없는데 이별에만 영원을 허락할 수는 없다. 나는 헤어질 수가 없겠다.
그러나 이제는 헤어질 준비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만나야겠다고 다짐한다. 오늘이 '새로운 시작'이라면 내게는 이렇게 새로운 시작이다. 하지만 그건 매일 뜨는 해의 빛깔이 다르고 새벽 첫 공기의 내음이 다른 것만큼의 새로움일 뿐. 헤어짐과 만남은 매일 새롭게 다시 시작될 것이다. 4년 전 그날 이후 매일 새로운 4월 16일을 살아왔던 것처럼.
1461번째 4월 16일
일단 중얼거리다가
2018/04/1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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