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상향을 검토 중이라는데, 미룰 일은 아닌 듯하다. 그런데 3단계가 무엇인지 분명히 하면 좋겠다. 3단계는 “마지막 수단”이 아니다. 새로운 단계의 시작이다.
3단계를 언급하는 정부의 논조는 마치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탄환을 총에 장전하는 것처럼 비장하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모두들 탄환으로 동원돼주길 호소하는 듯하다. 그러나 인간은 바이러스와 싸울 수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조치들을 내놓아야 한다. 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한 수사가 아니라 비상한 조치들이 나와야 한다.
거리 두기 자체보다 ‘거리를 둘 수 있는 역량’을 상향시켜야 한다. 즉 멈춰야 할 때 멈출 수 있게 도와야 하고 멈출 수 없는 일이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거들어야 한다. 그간 지적된 문제나 방역 과정에서 쌓인 경험이 3단계에 반영되어야 한다.
미약하게 증상을 느끼거나 증상이 없더라도 자신이 전파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여길 때 쉴 수 있게 해야 한다. 일을 하더라도 안전한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과 공간이 지원되어야 한다. 스스로 거리 두기 위해 일을 멈출 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보증해야 한다. 코로나19 초기에 언급되던 해고 금지 명령 같은 것이 나와야 한다. 해고든 불이익이든 정부가 시정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노동자에게는 권리를 부여하고, 기업에는 의무를 부과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불이익 금지에는 당연히 자영업도 포함된다. 업종별로 거리두기 단계를 적용하는 것은 행정상 불가피할 수도 있지만 실질적인 전파 위험에 구체적으로 대응하는 조치가 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3단계가 되면 미용실에 집합 금지가 적용된다. 머리를 손질하는 것은 조금 미뤄도 된다는 점에서 포함시킨 것이겠지만 미용실에서 한 사람씩 손님을 받는 것이 절대 안 될 일인지는 모르겠다. 먼저 멈춰주면 고맙다는 마음으로, 스스로 멈추려는 사람들에게 포상이라도 하겠다는 자세로 소득을 보전할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임대료나 가계 부채도 마찬가지다.
접촉을 피할 수 없는 공간들이 있다. 돌봄이 이루어지는 곳들이 특히 그렇다. 돌봄노동자가 돌봄 받는 사람과 거리를 둘 수는 없다. 대신 다른 이용자와 거리를 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돌봄서비스 이용자들 간의 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공간 마련과 돌봄노동자 한 명이 담당해야 하는 이용자 수를 줄이는 인력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노인 요양시설은 초기부터 집단감염이 적지 않았고, 감염의 결과가 다른 집단보다 위험하다는 점에서 더 신경 써야 한다.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다. 이동을 줄이려면 집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자고 씻는 것뿐만 아니라 음식을 만들어 먹고 공부를 하든 업무를 보든 자신이 하던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되면서 공공이 운영하는 시설들은 바이러스보다 빨리 닫고 바이러스보다 늦게 열곤 했다. 오히려 방역지침을 철저하게 따르면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줘야 한다. 학교도 원격 수업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만큼 모두 긴장하고 조심해야겠지만 우리가 허둥대지는 않으면 좋겠다. 전파를 막는 데에는 여전히 마스크와 손씻기가 가장 중요하다. 증상을 덜 앓는 사람은 전파도 덜 시키니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일은 모두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전에도 쓴 것처럼, 우리가 함께 서로를 책임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더 많이 말해야 할 텐데, 정부는 3단계를 시작할 때 이런 요구를 잘 듣고 논의하기 위한 자리도 준비해야 한다.
백신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이어가되 그것도 또 다른 단계의 시작일 뿐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우리는 지금도, 그때에도, 멈출 방법보다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거리 두기보다 거리 둘 수 있는 역량을
주간미류
2020/12/1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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