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6.16.
'나'의 고유한 공간을 확보할 권리. 그것이 있을 때 '시민'-권리와 책임의 주체-으로 사회에 등장할 수 있는. 코로나19와 관련해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이유. 그것이 책임을 공유할 권리를 가능하게 하는 출발선이므로.
2018. 8.29.
불법촬영-몰래카메라의 문제는 단지 프라이버시(사생활에 대한 권리) 침해일까? 개인의 사적 영역에 대한 침범 및 개인정보의 유포 등 프라이버시권 침해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렇게 보면 남성이 찍히든 여성이 찍히든 동일한 인권 문제-'동일범죄'-가 되어버린다.
과연 그런가? 우리는 직관적으로 이것이 동일범죄일 수 없다는 걸 안다. 범죄의 피해가 단순히 '내가 찍힌 영상이 유통된다'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찍힐 수 있고, 누구의 영상이든 타인의 놀잇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야기하는 공포 또는 불안. 혐오범죄의 대상이 되는 집단이 겪게 되는 '피해'의 실체이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같은 불법촬영이라도 여성과 남성이 동일한 피해를 입는 범죄가 아니게 된다. 여성은 안전할 권리도 침해당하므로.
이때 안전할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은 불법촬영 자체의 '위험'과는 무관하다. 공포가 조장되는 상태로 방치되는 것이야말로 안전할 권리의 침해다. 왜냐하면 안전할 권리란 위험이 제거된 상태에 놓일 권리가 아니라 어떤 위험에도 대처할 수 있는 역량/관계를 획득할 권리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이렇게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불법촬영 문제 해결에서 더욱 중요한, 또는 우선순위에 놓여야 하는 것은 유통망이다. 불법촬영 동영상은 어디에 숨기든 국가가 나서서 찾아낸다, 유통시키는 사이트는 어떻게든 폐쇄시킨다, 유통망에 가담한 자들은 합당한 책임을 묻고 처벌한다 등등이, 몰래카메라 탐지장비 지원보다 훠~~~얼~~~씨~~~인 중요해진다!!!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 성범죄 산업 특별수사' 같은 것 말이다.
간략히 정리해보자면 위와 같은 생각을, 어제 <문제적 인권, 운동의 문제> 토론회에서 삘을 받아 하게 됐다. 그런데 오늘 신문에서 '눈길 끄는 이색예산' 으로 '전국 260곳 고속시외버스터미널 내 화장실, 대합실에 몰래카메라 전문 탐지장비 지원'이 소개됐다. 10억 원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22억 6천만 원 들여서 '민간 건물의 남녀공용 화장실을 분리'한댄다. 아이구 머리야.
여성혐오와 차별의 문제를, 공용화장실의 문제나 몰래카메라의 문제로 둔갑시키면 이런 예산이 나오는 거다. 단언컨대 여성에게는 의미 없는 예산, 정부에게는 면피 되는 예산. 그러나 면피에 그치지 않기도. 분리된 성별을 지정하는 국가의 권한은 더욱 강해지며, 여성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모습을 취하며 남성의 '사'생활을 더욱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것이기도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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