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인권의 관점에서 말하는 일은 조금 어렵다. 인권에 대한 이해가 대체로 평면적이기 때문이다. ‘니 맘대로 하세요’가 자유로 인식되는 게 대표적이다. 케이-방역은 봉쇄조치보다 인권을 더 존중하는 방식일까? 내 대답은 ‘아니오’다. 케이-방역은 개인에게 더 많은 책임을 묻는 방식이었다. 방역이 실패하는 이유가 개인이나 특정 집단에 있는 것처럼 비난이 쏠렸고 정작 재난의 직접적 피해자인 감염인의 회복에는 관심이 모이지 않았다. 정부는 위치 추적이나 안심 밴드 등의 감시 체제를 강화하며, 정부에 대한 신뢰와 함께 동료시민에 대한 불신을 높였다.
코로나19가 새로운 국면을 지나는 요즘, 어렵지만 다시 인권의 관점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서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케이-방역에 빠진 것은 모두가 책임을 공유할 권리였다. 저마다 책임질 수 있는 조건이 다르다는 점을 외면하면 누군가의 권리를 빼앗게 될 뿐이다. 책임은 권리의 자격이 아니라 결과여야 한다. 국가는 ‘책임지는 만큼’이 아니라 ‘누구나 책임질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특히 세 가지를 짚고 싶다.
첫째, 감염이 의심되거나 감염된 사람이 더 많은 권리를 요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감염을 덜 두려워할 수 있고 감염이 의심될 때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에이즈의 교훈이기도 하다. 감염이 의심된다는 말은, 감염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혹시’ 하는 마음이 들 때, 바로 검사를 받아볼지, 조금 더 지켜볼지, 집에서 쉴지, 일단 일을 계속할지,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고민이다. 분명한 것은, 권리가 취약한 사람들일수록 감염사실을 확인하기가 두렵다는 점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안전안내문자’는 감염인을 호명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든 감염될 수 있음을 안내하고 감염되더라도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검사나 감염으로 인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그래야 개인이 책임을 공유할 수 있다.
둘째, 검사, 진단, 치료 등 방역에 관여하는 노동자들이 더 많은 권리를 요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민간잠수사들의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 명이라도 더 구하고 싶은 마음을 소중히 여긴다면 개인의 헌신에 기대지 않는 자원 분배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시스템이 실패하면 개인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의료인의 과로와 소진이 심각하고,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사망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다. 의료 노동자의 선의나 감염인의 운에 기대지 않을 수 있는 재난 대응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공공의료 확충은 중요한 과제지만 공공의료의 부족이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민간영역의 의료 자원을 포함하여 의료 자원을 확보하고 배분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식이 서둘러 논의되어야 한다.
셋째,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권리를 요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는 방역과 경제를 저울질하는데 경제 회복이라는 추상적인 목표는 기만적이기 쉽다. 경제가 회복된들 모든 사람이 같은 속도와 같은 정도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2005년 카트리나 이후 도시가 재건되었지만 더 많은 피해를 입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인구는 확연히 감소했다. 더욱 고통스러운 진실은 더 부유한 사람들이 더 많은 이익을 챙기는 방식으로 회복이 이루어지더라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시작은 바이러스지만 재난의 실체는 바이러스를 넘어선다. 감염과 일상의 파괴는 동시에 재난을 구성한다. 더 크게 흔들리고 더 많이 파괴된 일상부터 복구해야 한다. 생계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없이 위험을 피할 수 있어야 하며 지속가능한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경제 회복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위기가 불평등을 키운다는 공식을 반드시 깨겠다”고 했다. 인권의 관점에서도 간절한 바람이다. 그러나 길을 잘 찾아야 한다. 평등은 누가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목소리 내기 어려운 위치에 놓인 사람들이 더 많은 권리를 요구할 수 있을 때 평등이 시작된다. 우리는 모두 책임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로 초대받고 있는가. 코로나19를 마주하는, 절박한 인권의 질문이다.
케이 방역에 빠진 것, 인권의 질문
주간미류
2020/06/2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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