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가 죽었대...
사무실에서 동료가 당황한 목소리로 소식을 전할 때, 나는 설리가 사람의 이름이라는 걸 겨우 알아차릴 정도로 연예인을 모른다. 설리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음은 물론이다. 그러면서 노브라 이야기를 꺼내는 건 미안한 일이지만...
2016년 5월이었다. 세월호참사특조위를 강제해산하려는 박근혜 정부에 맞서 정부청사 앞 농성을 이어가던 때였다. 문화제 진행을 거드느라 왔다갔다 하는데 한 엄마가 다급하게 부르더니 밴드 두 개를 쥐어주었다. 티셔츠 위로 젖꼭지가 다 드러나는 걸 가려주고 싶었던 게다. 마땅한 게 없을까 주위 엄마들이랑 뒤지다가 찾아낸 밴드. "이렇게 다닌 지 오래돼서 괜찮은데, 필요할 때 잘 쓸게요~"
브래지어를 안하고 다닌 지가 15년이 되어간다. 스스로 신경 쓰일 때는 요즘도 있지만 누군가 그것에 관해 말을 건넨 건 세월호 엄마들이 처음이었다. 나는 그 걱정을 고맙게 들으며 함께 웃을 수 있었다. 가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나 가려주고 싶은 마음이나, 몸의 일부 부위를 통해서만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항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온전한 사람으로 서로를 봐주고, 대접받게 하고 싶은 마음일 거라고.
온갖 악플과 비난과 우려에 맞서야 했다는 설리에게도, 그가 브래지어를 했건 안했건, 그가 무슨 말을 했건 안 했건, 그를 있는 그대로 온전한 사람으로 기억해줄 동료들이 있기를 바란다. 그 안에서 그가 평온한 잠에 깃들 수 있기를 빈다.
그리고 다짐. 여성이자 몸이자 사람으로서, 사람을 조각내어 죽음으로 내모는 사회에 맞서 더욱 서로의 동료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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