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30 bullets/sec님의 [전범민중재판 페이지 올림] 에 관련된 글입니다.

피해자의 시선에 기초하여, 기소인이 주체가 되어 불복종의 상상력을 확장하는 반전평화운동을 만들어가자며 시작한 전범민중재판운동이 ‘부시, 블레어, 노무현 전범민중재판’이라는 한 단락을 맺었다. 이 영상들이 더욱 많은 사람들과 평가를 나누고 전망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기를 조심스레 바란다.



운동을 시작하던 당시에는 저 말들이 어떤 의미일지 몰랐다. 이라크인 살람, 하이셈이 서울지역증언대회에서 증언할 때만 해도 아랍어 통역을 거쳐 드문드문 들려오는 말보다는 아홉시 뉴스에서 보여주는 영상들이 더욱 가슴에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부모를 잃고 울부짖는 아이들과, 아이를 잃고 통곡하는 부모들의 모습에 눈물을 찔끔거리는 것으로, 나는 전쟁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5일간 진행되었던 전범민중재판을 지켜보며 피해자의 시선이 무엇인지 조금씩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자이툰 부대를 방문한 노무현의 웃음을 보면서 '이라크인들을 모두 죽여버리라'는 명령을 읽어내는 시선이며, 언젠가 우리가 이라크인들의 적이 되어 총을 들어야만 할 순간에도 우리가 친구였음을 기억해낼 수밖에 없기에 차라리 오래 살아라, 지켜보겠다는 시선이다.

 

그러나 전쟁의 피해자는 전쟁으로 인해 다치고 죽는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아이와 생일이 똑같을 어떤 이라크 어린이를 위해 이라크는 더이상 전장이어서는 안된다던 어머니의 기도,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기만 하던 스무살의 청년은 베트남에서 죽었다던 베트남 참전군인의 절규, 3천 5백여명의 기소이유는 전쟁의 참혹함이 전장에서 민간인들이 죽어나가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전쟁은, 평화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범죄다.

 

그래서 피해자의 시선에 기초한 반전운동은 단지 우리의 피해를 확인시키는 데서 그칠 수 없다. 끊임없이 우리를 파괴하려드는 질서에 맞서 우리 스스로 우리들의 존재를 긍정해나가는 과정, 그 속에서 우리의 '피해'는 당신들의 '범죄'임을 선언하고,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것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투쟁을 다짐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전범민중재판운동을 통해 전쟁을 기억하자던 말은 우리가 앓기 위함이 아닐 것이다. '당신들의 기억'으로 서술되는 역사를 우리 손으로 써나가자는 약속일 것이다.

 

* 프로메테우스에서 제목을 달아주었다. 어정쩡한 글인데 제목 덕분에 정돈된 느낌이다.

 

*** 프로메테우스의 한눈에 보는 전범민중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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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2 13:11 2005/01/0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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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anjang_gongjang 2005/01/03 11:4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2005년 이라크 전투병 철수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 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신자유주의 지구화는 필연적으로 전쟁을 수반하는 군산복합체의 장입니다. 이 장막이 걷어 치우고, 전지구적으로 전쟁이 없는 세상이 되기 위해 힘찬 한해 맞이하시기를...

  2. 미류 2005/01/03 15:5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넵 ^^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죠. 오타맨도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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