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일배마저 짓밟은 경찰

* 미류님의 [맨발 막아선 군화] 에 관련된 글.

울산건설플랜트노조의 삼보일배를 취재하기 위해 다녀왔다. 전원연행이라는 황당한 사태를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동안 너무 무심했던 건가.

 

상황이 모두 끝나고 나니 집회하는 동안 나는 뭐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회발언들을 나름대로 메모해가면서 들었지만 보통 자리에 앉아서 들을 때만큼도 듣지 못한 것 같고 집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분위기도 모르겠더라. 모르겠다기보다는... 음... 굳이 말로 끄집어내지 않아도 뭔가 막 올라올 때가 있잖아. 어떤 느낌? 혹은 생각 같은 것들이 저 스스로 삐져나와 말로 담아내야만 할 때, 그런 거. 그런 게 없더라구. 이런 게 기자인 건가 싶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밖'에 서있어야 하니...

 

기자수첩을 들고 '안'에 있을 수도 있겠지만 사진을 찍으려면 그것도 힘들다. 인권하루소식은 홈페이지에는 사진이 올라가지만 메일이나 인쇄물에는 사진이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했으나 막상 거리에 나서니 셔터를 꽤나 눌러대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사진이 '잘' 나오게 하려고 이리저리 궁리하는 나를 발견할 때는 퍽 당황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용량이 차서 연행되는 장면은 찍지도 못했다. ㅡ.ㅡ

 

서울대병원노조 부위원장과의 인터뷰는 나름 뿌듯한 경험. 적절한 것이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으나.

 

건설연맹 간부와 인터뷰를 시도하다가 무안을 당한 것을, 류금신 동지가 위로해주었다. 내가 적절하지 못한 때에 적절하지 않은 질문을 한 것 같아 반성하는 중이었는데 오히려 걱정하면서 말을 건네주셔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런 게 초보기자인 건가 싶다. 당장 울산건설플랜트노조의 투쟁이 어떻게 될지, 어떻게 되야할지를 고민하기 전에 '기사' 생각이 난다. 그걸 생각해야 기사도 쓸 수 있는 건데... 그런 생각 때문에 어제는 기사 쓰는 일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기사도 그저그렇다. 쩝.



- 울산건설플랜트노조, 상경투쟁 첫날 700여명 전원연행 

 

"비 안 맞고 밥먹게 해달라는 게 잘못이냐!"

 

23일 총파업 67일째를 맞은 울산건설플랜트노조의 한 조합원이 경찰에 끌려가면서 울부짖었다. △화장실·식당·샤워실 설치 △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 준수 △단체협약 체결 및 노동조합 활동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해왔던 울산건설플랜트노조는 정부가 사태해결에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하며 이날 '삼보일배'로 서울상경투쟁을 시작했으나, 경찰은 이들을 가로막고 전원연행했다.


울산사태 해결에 정부가 직접 나서야

 

5월 23일 오후 1시부터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사전집회에서 사회를 맡은 건설산업연맹 유기수 사무처장은 "건설현장에서 인간다운 대우를 받지 못해 투쟁을 시작했는데 투쟁과정에서도 우리의 인권을 강탈당했다"며 "건설노동자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지 않는 노무현 정권을 규탄"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광화문 SK본사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들은 울산 파업 장기화에 대해 SK뿐만 아니라 검찰과 경찰이 책임져야 하며 "울산 건설플랜트 노동자의 파업과 고공농성에 대한 해결은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과 반부패 투명의지의 바로미터"라고 선언했다.


"20년 전의 요구, 20년 전의 대응"

 

사전집회에 참석한 서울대병원노조 김애란 부위원장은 "기가 막히는 현실"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지금 울산건설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 식당, 화장실 지어달라는 것은 89년 한진중공업에서 박창수 열사가 돌아가실 때 하던 요구이다. 당시 정규직들이 하던 요구를 20년이 지나 비정규직들이 똑같이 들고 싸워야 한다는 사실이 통탄스럽다"는 것.


1시 50분경 민주노총 신승철 부위원장, 덤프연대 김금철 위원장 등 각 단체 대표들이 삼보일배를 시작하며 거리로 나섰다. 신고된 집회에 불허통보가 내려지고 노조조끼만 입으면 연행되는 울산을 떠나온 600여명의 조합원들은 한결같이 숙연한 표정으로 뒤따라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대열이 방송통신대 앞에 이르자 경찰은 집회가 불법이라며 막아섰고 이에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에 항의하며 평화집회를 보장하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2시 25분경 경찰은 대열 중간을 가로막고 앞장선 지도부를 연행했고 이어 노동자들을 차례차례 연행하기 시작했다.


또 "평화롭게 사태를 해결하자"고 요구하며 방송차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던 유 사무처장을 경찰 5∼6명이 달라붙어 끌어내려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연행에 순순히 응해 큰 마찰은 없었으나 몇몇 조합원들은 끝까지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경찰은 조합원 700여명 전원을 연행해 서울시내 28개 경찰서에 분산 수용했다.

 

연행과정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지금이 5공이냐, 6공이냐"며 경찰에게 울먹이며 따져묻기도 했다. 조합원들이 모두 연행된 후에도 집회에 참석했던 40여명의 비조합원들은 "연행동지 석방하라"며 연좌농성을 진행하다 해산했다.


경찰, 집회의 자유를 '원천봉쇄'하다

 

신고된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참가자들을 연행한 이유에 대해 경찰은 "덤프연대를 주최로 신고된 집회"임을 들었다. 하지만 인권운동사랑방 박석진 상임활동가는 "지난 5월 17일 이후 울산건설플랜트노조의 집회신고를 사실상 금지한 상황에서 덤프연대와 함께 한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 집회의 자유를 원천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집회 신고시 집회 신고자를 명시하는 것은 행정적 편의를 위한 것이지, 집회 참가자를 사전에 예상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는 것.


비정규공대위, 경찰청 항의방문

 

한편 이날 저녁 6시 20분경 '비정규노동법개악저지와 노동기본권쟁취를 위한 공대위'는 경찰청 앞에서 △연행노동자 즉각석방 △경찰 책임자 처벌 △정부당국의 책임있는 사태해결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건설산업연맹 최명선 선전부장은 "현재 연행된 대부분의 노동자들을 면회한 상태이나 경찰의 사법처리방침이 분명하지 않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행노동자들이 석방되는 대로 더욱 힘찬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하루소식 제 2817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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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4 16:26 2005/05/2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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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anjang_gongjang 2005/05/25 15:0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비정규노동자의 삶... 87년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외쳤던 요구안이 2005년 지금 플랜트 노조에서 다시금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언 20년이 지났건만 세상은 변한게 없는 것 같습니다.

  2. 미류 2005/05/28 09:0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그러게요. 김애란 부위원장님이 89년 이야기 하시는 것 들으면서 정말 속상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