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읽어도 되나

... 그러나 한편, 주어진 조건에서 정미화씨가 택한 삶의 현실을 '아이러니'로 만드는 것은 그녀의 삶이 아니라 내가 가진 편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수용소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하기도 하고 폭력적인 결혼생활을 견딘 정미화씨의 역사에서, 자유의 아이러니는 '가정'이란 사적 공간, '수용소'라는 대안적 공간이 성매매 공간만큼이나 폭력적이며 끔찍한 곳일 수 있음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정미화씨의 삶은 성매매 공간 내부가 아니라, 그 바깥에 존재하는 '여성의 삶'에 대해 되묻게 한다. ...

 

... 암과 불편한 다리,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삶의 절박함, 가장 열악한 여성이 치열하게 선택한 '자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차가운 겨울바람이 몰아치는 용산의 거리에서 지속되고 있다. 별로 돈벌이는 되지 않지만, 낙인이 그나마 자신의 자유와 존엄성을 빼앗지 않는, 그나마 '나'를 가장 알아주는 사람들이 매서운 삶을 견디고 있는 곳에서.

 

이 책을 이렇게 읽어도 되나, 오가는 버스 안에서 흔들리며 읽어도 되나,

피해여성이 아니고 노동자면 되나, 어디에서부터

새로운 '자유'를 만들어가야 하나, 어떻게

손잡을 수 있나,

이런 생각하다가 버스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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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5 09:59 2006/03/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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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ingederos 2006/03/18 11:0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무슨 책일까?

  2. 미류 2006/03/18 13:3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나중에 다 읽게 되면 살짝 얘기해줄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