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새벽 모습을 감추었다던 선배가 열흘만에 계곡의 하류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시체는 얼굴을 알아보기 힘든 지경이라 같이 선배를 찾아다녔던 사람들 중 동생만이 겨우 알아봤다고 한다.
지난해 가을에는 그의 반려자이자 나의 후배이고 친구였던 그녀가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그 전해 가을에는 그/녀와 나의 후배이자 친구였던, 또다른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
작년 겨울에 간암 말기의 고통을 죽음으로 벗어버린 아빠와, 올해 봄 오래동안 껴안아온 백혈병과 함께 세상을 뜬 상덕씨까지, 너무 많은 죽음들이 내 곁을 스쳐간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지만...
사고로 인한 죽음은, 아무도 예견할 수 없었기에 슬플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죽은 이와 살아남은 이들이 그 안타까움과 황망함을 함께 나눌 수 있기에, 그리고 죽음 직전까지 죽음이 깃들지 않은 삶을 함께 나눌 수 있기에 슬프지 않다.
스스로 선택한 죽음은 슬프지 않다. 하지만 그/녀의 선택을 끝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슬픔이 고스란히 남는다.
병과 함께 스러져간 죽음은 서로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므로 마냥 슬프지는 않다. 하지만 선택을 벗어난 운명이고 예정된 죽음이라 해도 늘 불투명하기 때문에 슬플 수밖에 없다.
슬픔, 이라는 단어가 너무 무미건조하다. 경계를 오가며 마음을 뒤흔드는 그것을 고작 슬픔이라는 단어로밖에 말할 수 없다니. 하지만 나는 누군가의 죽음으로 눈물을 흘리는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슬프다고 말할 일도 별로 없을 것 같다. 그저,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더라고... 그런데 눈물이 흐르지 않는 만큼 분노도 미련도 고이지 않고 웃음도 배이지 않는다. 커다란 얼음덩어리가 들어찼나보다. 녹일 수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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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바래요..
모두들... 그랬을 꺼예요.
금요일에 몽갱이랑 양재에 다녀왔어요. 비가 아주 많이 오던 시간에.
왠지 비가 많이 오는 게 잘 어울렸어요^^;;
음, 비오는 게 잘 어울렸을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