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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성건성...

     이 나라에 와서 생활하던 외국인이 어떤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밥 한 번 먹자는 말을 인사처럼 하더라구요. 처음에 그걸 몰랐을 땐 누구라도 내게 밥 한 번 먹자고 하면 언제 먹나, 왜 안 부르나 하며 기다리곤 했어요. 그런데 이젠 그게 인사말이라는 것을 압니다."

     인터뷰어가 이렇게 물었다.

     "이젠 누가 밥 먹자고 해도 기다리지 않겠네요."

     그 외국인이 답했다.

     "지금도 기다리긴 해요."

     그렇게... 분위기 좋게... 웃으며 마무리...를 했던 거 같다.



     밥 한 번 먹자거나 소주 한 잔 하자는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이 나라 사람들의 두뇌 구조, 또는 오묘한 인사성을 무시하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누가 밥 먹자고 하면 언제 먹자고 하나 기다린다.

     뿐 아니라 누가 내게 밥을 먹자고 하지 않고 내가 누구에게 밥을 먹자고 한다면, 그리고 상대방이 그러자고 한다면, 당연히 밥을 같이 먹을 것이라 생각하고... 기다린다.

     만약 내가 약속한 날짜에 같이 밥을 먹을 수 없다면, 같이 먹을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해진 그 시간에 전화를 하든지 문자를 보낸다. 상대방이 나랑 밥을 먹으려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부분이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다시... 그런데... 지금 나랑 어울리는 꽤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그래. 예의가 없다.

 

     같이 밥을 먹자고 했는데, 밥을 먹고 온다. 와서는 먹었다 먹지 않았다는 말도 없다.

     같이 소주 한 잔 하자고 했는데 약속한 그 날짜에 아무런 연락도 없다. 내가 전화를 해도, 통화가 되지 않았어도 다시 전화를 하지 않는다(내 주변에서 발신자 표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나 뿐이다). 나는 그냥 기다릴 뿐이다.

     정말 예의가 없다.

 

     더 어이없는 것은 일과 맞물려 보자고 한 사람이, 그냥 가버리는 것이다.

     오후에 전화 통화를 했고 만나서 상의하자는 말도 했는데... 나 있는 건물에 왔다가 자기 일 마치고 그냥 간다. 어찌 이런 경우가... 있나.

     정말, 정말 예의가 없다.

 

     이 빌어먹을, 이 짜증나는 생활을 하다가 나도 그 두뇌구조에 그 오묘한 인사성에 물들지 몰라서 더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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