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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

걷지도 못할 때, 나랑 같이 나가면 내 품에 얼마나 꼭 안기는지 집안 어른들이 코알라라고... 했다.

 

좀 컸을 때, 내 사정 때문에 꽤 오랜 기간 집을 떠나 있었다.

그때 장인 어른께서 그렇게 예뻐했건만 내가 나타나자 외할아버지는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그랬다.

 

그때 나 없을 때, 식구들이 모여 어디를 가면 잠깐잠깐 창 밖을 보는 눈빛이 실연한 스무 살 처녀 같았다고... 나중에 아내가 그랬다.

 

초등학교 삼학년 때인가? 반에 장애있는 남자 어린이가 있었는데, 다른 남자 어린이가 과도하게 놀리고 괴롭혀, 하지 마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단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자 거의 죽도록 팼고, 담임 선생님이 부모님께 연락한다고 하자, 우리 아빠 엄마 오면 이 새끼는 죽는다고 고개 꼿꼿하게 들고 이야기를 했다고... 사학년 담임 선생님께 들었다.

 

중학교 다니면서 쉬는 시간에 '에리히 프롬'의 책을 읽는데 지나가던 선생님이 공부 안 하고 이런 책 읽냐는 말을 하자, 수학 문제 하나 더 푸는 것보다 이 책 읽는 게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했다.

 

어느 날 늦은 밤 집에 들어가니 방에서 펑펑 울고 있길래 무슨 일 있느냐 했다. 죽으면 안 되는데... 죽으면 안 되는데... 죽었어... 하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었다고... 했다.

 

지난 오월 십팔일 아침, 비가 오길래 오월에 무슨 비가 이렇게... 한 마디 했다. 그러자 옆에서, 아빠 오일팔인데 하늘도 슬프지 않겠어? 라고... 했다.

 

이렇게 커온 윤미가 할 말이 있다면서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학교... 자퇴하고 싶다고... 아빠 생각은 어떠냐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 했더니, 의외란다. 말릴 줄 알았는데 왜 이리 쉽게 답을 하냐고 한다.

 

한 일주일... 고민하는가 싶더니 어제 저녁에 하는 말.

일단 한 달 더 다녀볼게.

 

지금 고등학교 이학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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