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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15
    "아이돌"도 이 '세상'을 뜨는구나 by 꿈의택배(1)
    반차별팀

"아이돌"도 이 '세상'을 뜨는구나 by 꿈의택배

 

 

"아이돌"도 이 '세상'을 뜨는구나 

 

 

 

2PM에 관해 말하자면 나는 다만 '오후 2시'라는 뜻 밖에는 알지도 못했고, '니가 밉다'와 '어게인 어게인'이 그들의 노래임을 구분하는 것도 굉장히 대단한 것일 만큼 관심이 없다. 그랬던 내가 2PM에 '재범'이라는 사람이 있고, 그가 몇 살이며, 그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불과 하루 만에.

 

하루종일 아이돌 그룹 2PM의 재범 탈퇴와 그의 출국에 대한 기사가 포털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2PM의 재범이 4년 전, 연습생이전 시절에 미국 사이트에 올렸던 글에서 "한국인은 정상이 아니다. 내가 하는 저질 랩을 잘한다고 칭찬한다. 정말 멍청하다", "내가 갖고 있는 이미지는 허상이었다" 등의 말을 쓴 것이 4년이 지난 지금 알려져서 구설수에 올랐던 것이다. 구설수 정도가 아니라 그것은 일파만파 퍼져서 혹독한 '국민'들의 비난 세례를 받으며, 그는 결국 오늘 저녁 미국으로 출국하였다. 마치, 급히 이 '한국'에서 쫓겨나듯.

 

그러한 "한국 비하" 글이 문제로 터지고 난 후, 그는 자신이 4년 전에 그런 글을 썼던 것은 맞지만 그 연습생 시절 가족과, 살던 곳으로부터 혼자 떨어져서 너무 힘들어서 그 자신의 힘듦을 주변 상황으로 돌리려고 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너무 어렸고 앞날에 대한 불안과 한국에서의 부적응 등으로,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과문을 올렸으나 여전히 "재범 한국 비하"라는 화제는 끊이지 않았고, 며칠만에 몇 년 동안 오로지 이것만을 바라보고 왔을 그룹에서 탈퇴하였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그는 꼭 2PM에서 탈퇴해야만 했을까.

그러나 그 물음은 명제로 대답하자.

이 '대한민국' 에서 그는 그룹을 반드시 탈퇴해야만 했고, 그를 탈퇴시켜야만 했다.

 

나는 그의 사과문이 진심일 거라고도 생각하며, 심정적으로 사실 그를 이해할 수도 있다.

지금보다 4년이나 전, 모든 가까운 사람들과 떨어져 당시 자신이 가수로서 성공할 수 있을지, 막막하고 모든 것을 준비하는 '연습생'이었던 자신의 불안하고 불안정한 상황에서, 자신의 내밀한 공간에서 만이라도 그것을 덜어놓고 싶지 않았을까. 너무도 많은 이가 바라는 스타를 꿈꾸지만,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혹은 하늘로 올라갈 수 조차 없는 것이 그 세상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느끼고 있었을텐데, 그런 그가 얼마나 불안함과 휩쌓인 10대 후반을 보냈을까?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다. 공교롭게도 나와 그는 동갑이다. 나는 끊임없이 방황하는데, 지금보다 훨씬 불안정했을, 그리고 지금보다 더 어리고 지금보다 훨씬 더 현명하지 못했을 4년 전, 나에게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닌가. 물론 그가 '잘'했다고는 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그러나 사람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변하나. 우리들은 그런 '한 사람'에게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반성할 당분간의 시간마저도 결코 허락할 수가 없었던 것인가? 구석으로 끝끝내 몰아부쳐, 결국은 그 날 당장 미국으로 떠나고야 말게 한 대단한 이 애국심. 아, 이제 새들도 세상을 뜨는 이 나라에는, 연예인도 애국 때문에 나라를 뜨는구나.

 

나는 두렵다.

지금보다 훨씬 달랐을지도 모를 누군가의 몇 년 전의 글 몇 편으로 그의 운명을 완전히, 완벽히 바꾸어놓을 정도로 확실한 이 무언가, 그 실체 없지만 이 나라의 곳곳에, 무엇보다도 명징히 실제하는 이 공포감에 몸이 떨린다. 그가 탈퇴를 선언하고몇 시간 되지 않아

부리나케 오후에 올라온 프레시안의 이동연의 글 "2PM 재범 탈퇴, 나는 공포를 느낀다."는 정확히 이 '공포감'을 짚고 있다. 그렇다, 나는 두렵다. 나는 공포를 느낀다.

 

이 나라에서는 가장 자유분방하고 솔직하다고 여겨지는 아이돌 가수조차 나라를 위해, 애국을 위해 노래 불러야 하는가. 우리는 모두 국가를 위해서 살아야 하는가?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가? '정치적 올바름'이라기 보단 맹목적, 도덕적 애국주의에 빠진 이들을 우리는 아이돌에게서까지 바라야만 하는가?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방식은, 늘 국가와 민족에 헌신을 다 하는 것이어야 하는걸까? 한국의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니, 나의 그 사랑을 "조국"에 돌려주기 위해 국위선양하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가? 이 거대한 써클, 한국을 유령처럼 늘 배회하는 애국과 조국에 대한 요청. 우리는 왜 애국이 아니면 안되는가. 나는 이 지나친 애국심이 불편하다. 이 지나친 국가에의 복종과 애정을 강요하고 심지어 명령하는 익명들의 목소리, 그 거대한 목소리가 불편하다.

 

4년도 더 전에, 나 또한 가수 유승준이 군대 문제로 한국 국적을 포기했을 때 분명 사람들 틈에 끼어서 군중 속에서 그를 향해 애국주의적으로 소리쳤을 것이다. 당신은 비겁하고, 나쁜 것이라고. 그래, 거짓말은 나쁘다 쳐. 하지만 그 때 난 정말 그의 거짓말이 나빴던 걸까? 그 거짓말만 싫었던 걸까? 몰래 국적을 포기한 게 괘씸했던 게 아니라? 한국은 4년도 더 전, 유승준을 강제 출국 시켰던 그 때와 하나도 변한 것 없이 2PM의 재범을 (사실상, 상직적으로) 강제 출국 시켰다. 4년이 지난 후, 그 때와 지금의 자신은 많이 달라졌다고 반성한 재범보다도 한국 사회의 낮은 성숙도를 차라리 더 혹독하게 비판하고 싶다. 여전히 국가(민족)이라는 구도, 끊임없이 "글로벌"과 세계화를 외치지만 한국은 이토록 그 구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속이 마치 편하고 그것으로 인해 보호받는 듯, 마치 끓여야만 부패하지 않는 듯. 하지만 그런 독하고 해로운 방부제를 넣지 않는다고 해서, 부패하지는 않을 것이다. 애국/국가주의에 대한 주제만 나왔다 싶으면 지나치게 도덕주의적이 되는 우리들은, 이제 조금 자유로워도 되지 않을까.

 

사실 나는 흔히 '교포 출신(대부분 미국) 연예인'이라고 알려진 이들에 대한 불신감이랄까, 반감이랄까, 하는 감정이 있어왔다. 특히 영어권에서 살다가 와서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특히 한국보다 선진국인 나라에서 오래 살다 왔다는 '교포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그의 인기에 붙는 잉여의 권력이자 특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의 '연예인으로서의 끼/실력'와 무관하게 추가로 붙게 되는 일종의, 식민지적 '이미지 마케팅' 처럼 여겨졌다. 영어를 모국어처럼 유창하게 구사하며, 미국(혹은 영어권 어딘가)에서 살다 왔다는 것을 의식하는 이들의 욕망/선망을 잘 이용하는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것은 일면 사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나의 생각이 그들로 하여금 억지로 "살기는 미국(혹은 어딘가)에 살았지만, 항상 진심으로 한국을 그리워하고 사랑해왔어요." 라는 말로 그러한 '상대적 박탈감'(영어를 그들처럼 유창하게 말하지 못하고-그러나 하고 싶고- 한국보다 더 "잘 사는" 곳에 살지 못했다는)을 위로해주길 요구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은 타국에서 살다가 연예인을 하기 위해서만 한국에 왔을 수도 있고, 실제로 (울 언니가 '교포 출신' 가수 P모에 대해 싫다는 말을 하며)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벌어다가 자신이 살던 곳에 가서 몽땅 다 쓰고, 다시 돌아와서 돈을 벌어가기를 반복하는 누군가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감정적으로 얄밉기는 할지언정, 우리들이 애국과 국가를 느끼기 위해 그들의 음악과 연기를 감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둘은 어떻게 생각해보면 전혀 관련을 맺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망측하고 건방진 상상은, 아직은 이 "세상"에서 불가능한 상상력일까.

 

몇 십 년전의 극장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애국가를 경청"하곤 "주저 않았"다. 끼룩끼룩, 마치 비웃듯이 혹은 울듯이 새들도 세상을 떴다. 그러고 나서 많은 시간이 지났다. 여전히, 그러나 우리들은 보이지 않지만 극장 화면보다 훨씬 더 큰 그것을 향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맹세를 하고, 애국을 하고, 주저 앉곤 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리하여 끼룩끼룩 새들 뿐만 아니라 '아이돌'까지 이 "세상"을 뜬다.

 

 

by 꿈의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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