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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3
    "루저"들, 웬 이렇게 호들갑?(15)
    반차별팀

"루저"들, 웬 이렇게 호들갑?

 

요 며칠 "루저" 발언의 후폭풍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180cm 이하는 루저에요'라는 H 대학의 '여대생'의 한마디가 파장을 몰고와, 엉뚱하게 그 학교가 다구리 당하는 것은 물론 그녀의 미니홈피와 사적인 개인들이 인터넷에 유포되어 있고(이미 접한 바 있다.) 인터넷 시국의 대세는 "루저의 난"이다. 궁금하시면 검색해보시라. 아까까지만 해도 상위의 랭킹을 차지하고 있었으므로, 어렵지 않게 그것을 접할 수 있으실 것이다.

 

이는, 물론 그녀의 발언은 '180 이하'를 분노케 할 수 있는 맥락이 있을 것이다. 키 작은 남자란 것도 억울한데, 너같은 여자애한테 내가 루저라는 말까지 들어야 하냣! 라는 뭇남성들의 툴툴댐 정도는 귀엽게 봐줄 수 있겠다. 하지만 이건 가히 거국적인 분노의 물결로 표현할 수 있을만큼 인터넷이 완전 난리났다. 블로그 한다는 (대부분은 남자)사람들은 다들 포스팅을 이들의 짤샷으로 도배해놓고, 그 밑에 이 여자는 정말 무개념이고 어쩌고 한다는, 분노의 포스팅을 한다.

 

나는 사실 그 기사가 맨 처음 떴을 때, 어디서 "또 한 명 걸렸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이들이 생각없고 '무개념녀'라고 말하기 딱 좋을,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 한 명이 걸려서 옳타꾸나, 남성들은 덥썩! 이 떡밥을 잡아 문 것이다. 그래, 얘 봐. 봐봐, 여자들이 이런 다니까? 남자 키 180 안 넘으면 루저라잖아, 라며 자신들의 '여자들 싸잡아 까기' 딱 좋겠다 싶은 떡밥. 그러면서 많은 그들은, 잘 걸렸다 싶어서 자신들이 몸매 "착한" 여자의 특정 부위를 당당히 밝히는 걸, 또 당당히 합리화 하고 있을 것이다. 봐, 얘네들도 180 이상 남자만 좋다잖아, 내가 '꿀벅지' 좋아하고 가슴 '착한' 여자 좋아하는 거 뭐 나빠? 그건 왜 욕하는데? 초콜렛 복근도 니네는 말하면서, 이거 뭐, 쏘 왓? 그래놓고 우리 욕하지마, 우씨!

 

아니, 대체 왜 이렇게 다들 호들갑인가? 그들, 그렇게 그게 충격인가? 그게 그렇게 못마땅하고 못견뎌 죽겠나? 이건 이제까지 여성들은 '착한' 몸매, 꿀벅지, '명품' 가슴이 이상형이고, '~한 여자는 용서해도 뚱뚱한 여자는 용서 못한다'며, '잘하라는 뜻이었다'는 말들로 원치도 않은 "궁디 팡팡"을 당하고, 술 한잔 따라보라는 강요를 받고,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는 취업도 안되고 사람도 못되는 세상에서, 수많은 여성들은 이미 '루저'였는데, 그래서 나에게 그냥 그런 건 평범하게 인터넷과 일상 속에서 매일 밥 먹듯 접하는 것들인데. "180 이하는 루저에요" 발언 하나로 그 여자가 자신들을 '루저'로 만들어버렸다고 이렇게 광분하고 있는 이들, 대체 뭐가 그렇게 원통하단 말인가?

 

나는 '루저 발언녀'도 뭔가 눈치 없고 안됐다 싶은 짜증이 들지만(이웃 블로거가 쓴대로 심지어, 이건 남자들이 야동 본 이야기를 여자들 앞에서 하지 않듯, 여자들끼리만 하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발설한, 감없는 한 여자의 실수담 같은 것일수도 있는데) 이런 기회를 잡아서 여자들에 대한 폭력적인 자신의 행위들을 정당화시키고 있을 그 기회주의자 남성들이 더 싫다. 이 이제까지 해온 것들을 너무도 당당하게 정당화하고 합리화할 떡밥을 이들은 보유한 것이다.  

 

난 웃겨서, 묻고싶다. 그럼 너네들이 여자들에게 심심치않게, 심심풀이로 내뱉는 그런 말들이 그렇게 듣기 좋고 것인줄 알았던 것인지!! 그게 맥락적으로 뭐가 그렇게 다를까? 그 한낱 좀 눈치없는 한 여자가 꿈꾸는 남자 취향을 좀 거칠고 요령 없이 말한 것 뿐인데! 이 한마디에 이토록 거국적인 분노를 보이고 분에 못 이기다니. 난 오히려 그 여성의 "루저 발언"같은 건 별로 놀랍지도 않고 이런 수많은 남성들의 과잉 대응, 그게 황당하다. 왠일인지 '키 180 이상의 남자는 진지하게 좋아해 본 적도 없는' 내게는 '180 이하의 키'가 아니라 오히려 그런 반응들이 너희를 '루저'스럽게 만든다는 걸, 그들은 아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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