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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에 있을 때였다. 베이징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었는데 난 아직 중국어를 공부한지 얼마 안되던 때라 말 한 마디 제대로 하기 어려워하던 때였다.
그러던 차에 한국에서 친구가 놀러와, 중국에서 먼저 공부를 시작해 중국어를 쏼라쏼라 유창하게 잘 하던 친구와 함께 이곳저곳 관광지에 놀러다니고 있었다. 한창 친구 녀석들과 부산스럽게 이야기하며 놀러다니고 있었는데, 한 중국인이 말을 걸어왔다.
"헬로. 웨어 아 유 프롬?"
아무래도 하는 말이 다르니 외국인이라고 생각했던가보다. 영어로 물어왔다.
나와 한국에서 놀러온 친구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우물쭈물 망설이는 사이에 한 중국어 하던 다른 친구가 중국어로 대답했다. 유창하게.
"니하오. 워먼 총 한궈 라이더."
말을 걸어온 중국인은 호기심이 일었는지 질문을 이어갔다. 엥? 그런데 이게 뭐야..?
그 중국인은 계속 영어로 뭐라뭐라 말을 했다!(그 사람은 네이티브 영어 사용자는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친구는 계속 중국어로 뭐라뭐라 대답을 하고.(그 친구는 영어보다 중국어로 말 하는 게 더 편했을테니까)
지금 이게 뭐 하는 시추에이숀? @.@
#2.
중국에서 여행을 하던 중 지인을 만나러 호텔에 갔다. 그 호텔은 으리으리하게 좋은 호텔이었다.(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쉐라톤호텔!) 왠지 차를 타지 않고 걸어들어가는 게 조금 어색한 호텔이었는데, 배낭여행객답게 허술하고 꾀죄죄한 옷차림으로(배낭여행객의 특권 아닌가!) 호텔에 들어갔다.(배낭은 메고 있지 않았다. 차라리 배낭을 메고 있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로비를 지나 데스크로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호텔 직원이 팔로 막아서며(!) 어디 가냐고 물었다. 중국어로.
"니 취 나-ㄹ?"
호텔에서 손님한테 직원이 팔로 막아서며 어디 가냐고 묻는 게 한 편으로는 매우 놀랍기도 했지만, 별 생각 없이 "사람 좀 만나러 왔다"고 중국어로 대답했다.
그러자 만나러 온 사람 이름이 뭐냐고 또 물었다.
아니, 데스크 가서 물어보려고 했던 건데 도대체 당신이 왜 막아서며 묻는 건데?
좀 어이가 없었지만, 그냥 만나볼 사람 이름을 말했다. 그 사람 이름은 한국어 이름.
"워 라이 자오 김개똥.(나는 김개똥을 찾으러 왔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의외라는 듯 흠칫 놀라며 "누구?"라며 다시 물었다.
내 입에서 중국어 이름이 나온 게 아니니 당황했겠지.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또박또박 말했다.
"김, 개, 똥"
그랬더니 그 사람은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지가 데스크에 가서 알아보곤 방번호를 알려주며 구내전화로 전화를 먼저 해보고 확인 후 올라가라고 했다.(원래 비싼 호텔은 다 이런 거? -_-;;)
전화 해서 확인을 했더니 그 사람은 엘리베이터로 날 안내했다. 알고 보니 그 호텔 엘리베이터는 무슨 카드 같은 걸 찍어야 작동하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내 옷차림이 꾀죄죄하고 그냥 허름한 중국인처럼 보이니까 날 무시했던 것 같다.(외모로 인한 차별!) 나를 무슨 불법침입자처럼 대하다가 외국인임을 알고는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그 사람. 괘씸했다. 내가 중국인이었다면 난 더 무시당했을 거 아냐. 그리고 중국인이 '중국인'을 이렇게 무시하고 차별하다니. 재수없어도 유분수!
'내가 처음부터 중국어로 말하지 않고 영어로 말했어도 이 사람이 날 이렇게 대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괘씸한 마음에 영어로 물었다.
"(매우 거만하게)헤이, 익스큐즈미. 왓츠 유어 네임?"(호텔에 불친절 컴플레인할라고)
그랬더니 그 사람은 갑자기 표정이 눈 녹듯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한껏 친절하고 호의적인 목소리로
"폴리. 마이 네임 이즈 폴리"
라고 대답했다.
아...어이 상실. 영어가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구나!
#3.
서울에서 진행된 '북한인권 무슨무슨 국제회의'.
화려한 초특급 호텔에서 회의가 진행됐다. 회의 참가하는 것만도 위화감이 팍.
'국제회의'라지만 발표자를 제외한 참가자들은 대부분 한국인. 게다가 초특급 호텔에 걸맞는 초특급 통역 장비도 준비되어 있었다.
거기 발표하러 나온 한 국회의원 냥반이 평소 과시하지 못했던 자신의 영어 실력을 '국제회의'를 빌어 과시하고 싶었던지 영어로 발표를 하기 시작했다. 한국인을 대표한다며 여의도에서 깝죽거리는 사람이 한국인이 대부분인 청중 앞에서 영어로...에헤라디야~(언어의 우월성이나 '민족언어/민족문화' 따위를 말하려는 건 아니다)
토론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기도 전에 청중석이 술렁이기 시작하더니 고함이 터져나왔다.
"한국어로 해, 한국어로!"
"지금 뭐 하는 거야!"
수구보수 꼰대 할아버지들의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꼰대질'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속이 다 후련했다.
꼰대들의 막강 꼰대질 앞에 의원 냥반도 고개 숙이고 한국어로 발표하는 걸로 바로 변경했다.
#4.
(뭐, 본의 아니게 중국에 있을 때의 경험을 많이 쓰다보니 마치 중국인이 특별히 영어우월주의를 갖고 있고 영어 이외의 다른 언어에 대해 차별적인 것처럼 오해될 수는 있겠으나, 사실 우리 나라도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통해 중국에 대해 더 큰 오해는 하지 말아 주시길! 혹시라도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정말정말 죄송. 결국 영어우월주의는 중국이나 한국이나 다르지 않고, 한국의 영어우월주의는 중국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결코(!) 덜 하지 않다는 거. 한국은 대통령님까지 친히 나서시니 세계 어디든 맞짱 떠도 한국이 이길 판. 결국 이런 현실이 매우 재수없고 차별적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영어 조기교육에, 영어학원 열풍에, 영어 조기유학까지...영어, 영어, 영어...
영어 공용어 사용을 주장하는 사람까지 있는 이 희한한 현실.
영어 잘 하는 사람에겐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게 느껴질 정도다.
전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영어로 이야기하면 한번 더 돌아보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
영어를 잘 하면 왠지 능력있어 보이고, 사람에 대한 호감도 증가한다. 인기도 높아 지는 듯.(쉣!!!)
어딜 가나 어떤 나라 사람을 만나든 일단은 영어로 대화를 하게 된다. 그 중 영어권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대화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많은 경우)
이주민들을 만나도 그 사람이 어느 나라 출신인지를 따지기 전에(혹은 따질 수도 없이) 영어로 말을 한다.(편의상 어쩔 수 없는 면도 확실히 있긴 하다)
대부분의 회의에서 제공되는 통역은 영어.(이것도 뭐 편의상...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영어, 영어, 영어. 편의상 영어만 제공되고, 편의상 영어가 중심이고, 편의상 영어가 제일 멋있어 보이고, 편의상 영어가 제일 능력 있고, 편의상 영어가 주도권을 쥐게 되고, 편의상...)
영어를 잘 하는 서구 출신 사람들은 전세계 어딜 가나 대접받고 인기도 좋고 영어로 먹고 살 수도 있다. 전세계 1등 시민!
연예인을 하더라도 영어 잘 하는 연예인은 다르게 보인다. 설령 그가 한국어는 잘 못 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에 무슨 마을에 가면 거기선 영어로만 이야기해야 한다. 쳇! 마을 이름도 '영어마을'이다.
뭐, 현실이 이러니 영어가 짱 먹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영어', '잉글리시' 말도 왠지 고급스럽고 우아해보인다.
그리고 위의 이야기들은 영어 이외의 다른 외국어와는 확실히 다르다.
편의상! 어쩔 수 없는 점이 있다는 건 분명히 알겠다. 나도 이해하고, 동의한다.(동의할 수밖에 없지...끙)
그치만 억울하다.
영어 이외의 모든 언어가 차별당하는 게 억울하고(한국에서 태어난 게 무슨 죄라고!), 영어 이외 모든 언어의 가치가 인정받지 못하는 게 한심스럽고, 중요한 자리에서 영어만 나오고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마이크를 주도하는 게 짜증나고, 영어를 잘 못하면 중요한 소통에서 소외되는 것도 화나고, 그러면서도 영어를 잘 하고 싶다는 강박을 갖고 있는 나 자신을 보는 것도 씁쓸하다구!
아....영어, 영어, 영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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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잉글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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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도 좋지만 에스페란토를 하는게... 나도 영어땜시 성질나서 에스페란토 공부하려고 하는데, 혼자서도 배울 수 있는 것인지...부가 정보
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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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페란토어 공부하는 사람들 모임이 있던데요. 진보넷 블로그도 뒤져보면 그 모임에서 공부하는 사람이 있을텐데...예전엔 소식지도 내고 했는데 말이죠. 나도 예전에 에스페란토 2시간인가, 잠깐 배워본 적 있어요. 금방 배울 수 있겠더라구요.(잘 모르니까 이런 말 가능^^;;)'에스페란토평화연대'인가? 아아...기억이 잘 안나네...그런 모임이 있어요.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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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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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도 유창하게 하면 쏼라쏼라 되는군요ㅋ 영어 참.. 끝까지 따라오는 진정한 물귀신... 음마살려주세요네요ㅜ부가 정보
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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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어'라는 언어가 짜증나는 게 아니라 영어를 신봉하고 영어 이외의 다른 언어를 차별하는 게 짜증나는 건데...제목이 좀 거시기하네요. 힝..부가 정보
for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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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그렇게 읽었어요. 제 댓글이 뻘했네요.(알듯한 분글에 덧글쓰는 게 더 어렵다는;) 잘지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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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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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act님 글에 대해 쓴 댓글이 아닌데...요.그냥 올리고 나서도 계속 찜찜함이 남는 이 소심함...때문에.ㅋㅋ
위 댓글 뻘하지 않았어요! 네버.
알듯한 분, 자주 와서 안부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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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영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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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나라에서 사람들이 모이면 주로 다들 영어로 조근조근 이야기하는데, 아주 쉬운 단어로 이야기들 해서 의사소통에 어느정도 문제가 없어요. 문제는 영어권 국가에서 온 친구가 이야기를 시작하면-_- 전체 의사소통에 지장이 생기죠.-_-부가 정보
롱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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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맞아. 영어는 전세계에서 그야말로 "1등 언어"이니깐, 한편으로는 이렇게 영어라는 언어를 획득하기 위해 온 힘을 다 쏟아야 하는 게 억울하기도 해. 오늘 지하철 기다리는 데 이런 생각 들더라구요.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토익 토플 이런 영어 공부하는 사람들 되게 많잖아. 영어권에서는, 이렇게 대학생들이 영어책만 죽어라 파지 않아도 되겠지? 그 나라의 대학생들은 지하철 기다릴 때 다른 책들을 읽을 수 있겠지? 라는 생각....그리고, 이런 비판 의식을 갖고 있는 누군가라고 하더라도 본격적으로 학문을 하게 되면 영어를 하지 않고는 불가능한데(더 많은, 양질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아마도 영어로 된 '원서'를 읽어야만 대부분의 학문이 가능할 텐데..(특히 인문학/사회과학 분야가 그런가?) 도리어 그런 제국주의적인 속성/독점 상황을 비판하면서도, 그걸 취할 수 밖에는 없는 이 딜레마적인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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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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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영어가 뭐길래ㅋ 엠비등장 이후로 (뭐 전에도 심하긴 했지만) 더욱 뜨거워지는 영어돌풍을 볼 때마다 참 씁쓸합니다. 저는 사실 영어를 배우면서, 오히려 한국어의 대단함을 정말 정말 많이 느꼈었어요. 그저 음절,음절의 연결이 아닌 머릿 속에서 이뤄지는 창의적인 결합으로 한 글자,한 글자 만들어내는 한글이 아, 정말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더라구요.상대적으로 영어에 대한 교육열이 높아지면서 한국어에 대한 교육열은 낮아질 수 밖에 없는 듯. 사실 저만해도 영어문법보다 한국어문법에 더 취약할 듯 한데요. (한국어 능력시험 정말정말 어려워요!!)
영어를 배움으로써 더 많은 세계와 접할 수 있고, 롱롱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양질의 정보를 위한 접근이 훨씬 용이하겠지만 결코 이런 게 영어가 한국어보다 고차원의 언어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거! 그리고 영어교육 하는 거만큼이나 '한국인들이 한국말 바르게 쓰기' 교육도 필요하다는 거!
요 두개를 자라나는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해주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세상에 모든 언어는 똑같이 중요하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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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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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공감가네요. 저는 한 번은 지하철에 탓는데 , 어떤 여성이 문앞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통화를 하고 있었더랫죠. in english!! 그런데 제 앞쪽에 앞아계시던 할아버지가 부인으로 보이는 분께 .."한국발음이야 한국발음"이라 시더군요,, 마치 한국 사람이 왜 영어를 쓰냐는 듯한..안좋은 시선을 느꼈들랬죠..하지만 반전,,그 여성분은 히스패닉계 외국인 이였드랬죠..할아버지 표정 뻘쭘^^;; 호텔에서 영어,비영어 사용으로 차별이 생기는건 안되는 것처럼 서로의 언어를 그저그저 존중하는게 필요한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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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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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자요.(이거슨 한국어의 우수성?ㅋㅋㅋ)세상에 모든 언어는 똑같이 중요하고, 서로의 언어를 그저그저 존중하는 것도 필요해요. 공감합니다.
그런데 '세상에 모든 언어는 똑같이 중요하다'거나 '서로의 언어를 존중해야 한다'는 말만 갖고, 혹은 그런 (일부의) 인식으로는 언어 간의 위계와 그로 인한 차별을 없앨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누군가는 구조적으로 영어를 우위에 놓고 또 그런 정책을 만들어내는 사람이(구조가) 있으니까요.
영어가 중심이 되어 언어를 매개로 해 일어나는 차별과 (영어와 관련된) 백인중심주의라는 인종주의, 정치적/문화적 제국주의 등을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이 차별을 없애기 힘들 것 같아요.
전투적 반차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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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적ㅋㅋㅋㅋㅋㅋㅋ 아~투쟁!ㅎ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