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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당한 경험은, 언제나 쓰리고 아프다. 그리고 그게 특히나 나의 무언가를 '탁' 건드리는 거라면, 가끔은 꼭지가 돈다. 뭔가 핑~ 하는 느낌과 함께 주위의 세상이 일그러지는 듯한 느낌과 더불어.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그런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
뭐랄까..
누군가에겐
"아줌마! 집에나 가세요!"라는 말이 그럴 수도 있겠고,
"키도 작은게"라는 말이 그럴 수도 있겠고,
"어린 게 뭘 안다고"라는 말이 그럴 수도 있겠고,
"병신"이라는 말이 그럴 수도 있겠고,
"그런 학교 다니면 뭐 하냐"는 말이 그럴 수도 있겠고,
"여자가 어딜~/남자라는 게~"라는 말이 그럴 수도 있겠고,
"드러운 깜둥이 놈들"이라는 말이 그럴 수도 있겠고,
"넌 왜 그렇게 생겼냐!"는 말이 그럴 수도 있겠고...
아아..글로 옮기면서도 이런 걸 글로 옮겨도 되는 걸까 하는 검열에 시달리게 되고,(하지만 이런 말이 오가는 것이 현실인걸) 또한 슬며시 내 안에서 분노와 수치심이 동시에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것도 막을 수 없다.(모두 내 경험?;;)
듣는 순간 꼭지가 돌아버리는 말들은, 너무 많다. 그게 문제다.
억울하다. 누군가 이렇게 쉽게 다른 사람을 엿 먹일 수 있다니. 그것도 단 한 문장으로. 정말, 억울해.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멋지게 대응할 수 있는 걸까?
"니가 뭔데!"라고 화를 내거나,
"너도 마찬가지면서!"라고 빈정거리거나,
"너는! 꼴통마초주제에!!!"라고 반격하거나
하는 걸로는, 시원치 않다. 그걸로는 무언가 차별하는 것들을 바꿀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니가 방금 한 말은 이러저러해서 너무 차별적인 말이야"라거나,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난 너의 차별적인 말에 상처받았어"라거나
하는 말은 나만 구질구질해지는 것 같다.
나의 말에 상대방이
"아, 그렇구나. 내가 차별했구나. 미안해"라고 할 리도 없을 테고.(대부분은..)
흐음, 정말 어쩌면 좋을까?
어쨌든 확실한 것은
"너의 그런 말은 차별이야! 날 차별하지마!"
라고 또박또박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차별하지 말라'며 차별을 저지하는 포지션으로서의 나를 넘어서서(물론 이것도 필요하지만) 내가 좀더 능동적인 주체가 되면 어떨까.
난 이런 고민과 더불어 차별이 일어나는 (사회적/인간적, 혹은 둘다) 맥락을 좀더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당신은 결국 그런 차별 안에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구나..ㅉㅉ'하는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게 된 것 같다. 차별당해서 억울하다기 보다는 그의 한계가 좀 안타깝게 여겨지는..? 좀더 마음이 상한 상황에서는 "당신 그것밖에 안되는 사람이냐!"라는 식으로도 말이 나오겠지만.(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그게 안되면 뭐, 나도 어쩔 수 없고)
이게 정말 '대안'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나는 이 방식이 좀더 좋은 것 같다.
그리고 그나마 내가 이런 반응을 고민할 수 있게 된 것은,
내가 '차별당하는 피해자'이기만 한 게 아니라,
'차별에 노출된 '소수자(minority, 권력관계에서의 약자)'이지만 '비주류'이기 때문에 주류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비주류로서 자유로운 사람들의 관계과 공동체 안에서 나는 더욱 주류로부터의 자유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으로써 비로소 이전에 나 역시 짓누르고 있던 주류의 압박-성공해야 한다, 남자다워야 한다, 남들처럼 살아야 한다, 취직해야 한다, 결혼해야 한다, 아이를 낳아야 한다 등등등 끝도 없는!-에서 좀더 멀리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벗어난다고 무조건 자유로워지거나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서로 지지해주고 공감해주고 함께 그 상황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것, 그 관계망 속에서 함께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진짜 중요한 조건인 것 같다.
함께 비주류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우리 사회도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무언가 스스로 인정하기 힘든 것을 인정해내는 것이 출발선이 될 수 있겠지. 그리고 옆에 있는 '동지'들과 함께, 주류 뚫고 거침없이 하이킥~!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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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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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저에게 향한 시선이 아니어도 언제나 화를 내거나 비아냥 대며 경멸하는 것, 그마저도 상대하기 싫으면 무시하는 것으로만 일관해 왔는데,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모르겠네요. 안쓰럽게 느껴지기보단, 지구에서 사라져버려 하는 이 내 마음을...<부가 정보
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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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네, 저도 그래요. 그나마 표정관리라도 할 수 있으면 애써 태연한 척 하면서 속으론 '꺼져! 즐!!!'하며 무시하려고 노력하죠. 또 그 인간이 꺼져주지 않으면 그냥 내가 사라져버리는 상황도 많고요.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다. 더러워서 피하는 거다'이러면서 말이지요.ㅋㅋㅋ근데...이렇게 하면 바뀌는 게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쓸데없는 오지랖인가. 어쨌든 그런 사람들이 많으면 내가 피곤해지니까요. 그래서 한 방 먹이면서 약간의 변화라도 기대해볼 수 있는 대응을 고민하게 되는 것 같은데...어렵더라구요.;;
어쨌든 중요한 것은, 함께 뒷담화를 까면서 뒤에서나마 하이킥을 날릴 수 있는 '뒷담화 동지'들이 있다는 것, 이죠.
앙겔부처님도 시원하게 뒷담화 한번 까주시죠~! 시원한 뒷담화가 나오면 다음엔 앞에서도 한 방?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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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방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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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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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승섭 님. '차별과 건강'이라, 흥미로운 주제네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기대하고 있을께요~^^사랑방 이메일 주소를 알려드릴께요.
humanrights@sarangbang.or.kr
입니다. 좋은 자료 많이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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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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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 노출된 '소수자'이지만 '비주류'이기 때문에 주류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사실<캐공감!!와 누가 썻나 햇더니 돌진이엇구나 반갑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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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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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반가워요!!! 아직 저기, 멀리 있는 거예요? 아웅...힘내시오!!!
그 '자유'와 '해방'의 맛을 한번 보면 잊기 힘들죠, 그쵸?ㅎㅎ
('자유''해방' 이런 말이 너무 흔하고 상투적인 말이 되어버려서 그 말로는 전달하기가 참 힘든 그런 거..알죠?^^)
(말투가 헷갈려서...미안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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