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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28
    요즘 난 2NE1의 I don't care가 좋다!_돌진(6)
    반차별팀

요즘 난 2NE1의 I don't care가 좋다!_돌진

고등학생 시절 난 락음악 추종자였다.
처음에 데프레파드에서부터 시작한 나의 락음악은 건즈 앤 로지즈와 메탈리카를 거쳐 판테라, 슬레이어 등 소위 '하드락', '데쓰메탈' 등으로 뻗어나갔다.
물론 내 주변에만 해도 나보다 훨씬 더 매니악한 락음악의 고수들은 널려있었다. 난 그냥저냥 그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로 적당히 관심 갖고 음악을 들으며 그들과의 교류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의 교류는 '난 남들과 달라'와 같은 특별한 느낌을 갖게 했다.

확실히 그때 당시 난 락음악은 다른 음악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사실 '다르다'기보다는 락음악이 아닌 다른 음악은 '음악도 아니다'고 생각했다고 해야겠지.
가요를 듣는 친구들을 무시하며 "그것도 음악이냐"고 비웃었고, 팝은 물론이고 락 중에서도 본조비와 같은 '말랑말랑한' 락은 변절자라 생각했다.
그러니까 하드한 락일수록 락의 정신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고, 대중들의 입맛에 맞춰 자신의 소신을 포기한 다른 음악은 모두 세상과 타협한 비겁자라 생각했다.
이건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나와 함께 락음악을 교류하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상식(?) 아니, 신념과도 같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요 중에서는 신해철과 서태지 정도 듣는다고 하면 욕하지 않는...그런 거? ㅋㅋㅋ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땐 그랬다.

 

친구들끼리 모여 락가수와 락음악을 이야기하며 다른 친구들을 무시하면서 '우리만의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난 세상에 순종하는 너희들과는 달라'하며 우월감을 느꼈다고나 할까.
지금 생각하면, 완전 오글오글...켁


그런데 웃겼던 건, 그런 상황에서도 룰라의 '날개잃은 천사'와 '3!4!', 신승훈과 이승환의 노래들은 너무 좋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좋아하는 티도 못내고. 좋아한다고 하면 나 역시 변절자가 될 테니까.
그래서 룰라가 TV에 나왔을 땐 TV앞에 자리잡고 앉아 빠져들 것처럼 봤던 기억이 난다. 어차피 내가 찾아서 들은 건 아니니까, 머.

대학 다니면서는 그런 게 아무래도 줄어들었다. 아니, 기본적으로 락에 대한 나의 우월감은 거의 없어졌다고 해야겠지. 여전히 락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 중 하나이긴 했지만.
락음악을 추종하며 '나는 너희들과는 달라'라고 느끼기엔...그것 말고도 너무 다른 인간들이 많았다. 이미 우리는 단일하지 않았던 거다. 그래서인지 락음악을 교류하며 적당한 우월감을 공유할 대상을 찾을 수도 없었다. 그럴 거라면 홍대 앞에 갔겠지. 그러기엔 난, 음악에 대한 열정도 일탈에 대한 용기도 부족했다.

 

대신 민중가요가 내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었다. 민중가요 이외에는 모두 상업문화라고 생각했다(좀 비약해서 말하자면),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렇다고 그게 고등학생 때처럼 우월감이나 특별한 느낌은 아니었다. 그럴 수도 없었다. 다만 SES나 HOT를 좋아한다고 인정하기엔 뭔가 찝찝한...그런 느낌.

이제는 락음악도 뭐...그냥저냥. 민중가요도 뭐...그럭저럭. 음악에 대한 기호랄 게 없어져버린 것 같기도 하지만, 최근까지도 슈주나, 빅뱅, 소시, 원더걸스, 2NE1, 4 minutes 같은 아이돌그룹들에 대한 선입견은 꽤 강하게 갖고 있었다. 왠지 그런 가수들과 음악들을 좋아한다고 하면, 취향이 없어 보이고 싼티나 보인다고 해야할까?^^;; 왠지 "소시의 '소원을 말해봐' 너무 좋지 않아? 수영 짱!"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난 요즘 라틴음악이 좀 좋은 것 같아. 빅토르 하라나 소사같은."이라고 하면 나 자신이 좀더 있어보이는 것 같고 안심할 수 있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느낌이 너무 부당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4 Minutes이 어때서? Gee를 좋아하는 취향을 싸구려라고 말할 수 있을까? 2NE1을 좋아한다는 사람의 삶에 대해 내가 편견을 가질 수 있을까?
아이돌그룹에 대한 반감이 여성성이 상업화되고, 잘생긴 꽃미남들이 외모로 팔려나가는 것에 대한 반감이었을 수도 있지만, 어차피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문화는 그 경계를 그을 수 없는 상황에서 너무나도 자본주의적으로 상업화된 상황에 포위되어 매순간 살아가고 있는 걸. 어디에다가 경계를 그어야 할까? 

그 경계의 모호함을 핑계로 외모가 상품이 되고 모든 것이 상업화되는 것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정당한 것일까. 이 역시 다른 한편으론 고민되기도 한다.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 난 '싼티 나는' 가수들이 좋다(고 생각해야지). 노래를 좀 못한다고 해도(어차피 확인할 수도 없고) 그들의 퍼포먼스는 재밌고 대단하다. 그들은 '싼티'와 패션리더의 경계에 있는 듯 하지만, 그 구분 자체는 너무 이상하다. 섹시한 여성 연예인에 대한 '창녀'와 '섹시 심볼'이라는 이상한 이중성.
물론 그들은 상업적으로 소비되고 있고, 예술의 진정성이나 그런 걸 갖고 고민하기엔 머리 아프지만, 그들을 막연히 상업화/'싸구려'로 취급하는 건 나 스스로 그들에게 너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위선적이라는 느낌? 내 마음이 그리로 간다면 그걸 부정할 이유가 없다. 물론 성찰을 포기하진 말아야 하겠지만.


어쨌든 요즘 난 2NE1의 I don't care가 좋다! 완전 꽂혔어!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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