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셋의 설 연휴

2008/02/09 23:22 생활감상문

화요일 오후 2시에 퇴근하여....

은행에 들러 명절비 입금하고(상여금 미리 당겨서 노트북 샀으니 얼른 입금)

병원 들러 침 맞고 시장 봐서 귀가. 

마침 집에 있던 유진양과 떡볶이 해먹고 로맨스 소설 두 권쯤 다운받아 보고....

한밤중에 기무라 타쿠야의 <프라이드> 시청 시작.... 새벽 4시까지 5회 보고...

 

수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아침 먹고, 설겆이 하고... 차 한잔 마시고

6회부터 11회까지 봐주시고... 세탁기 돌리며 샤워하고 빨래 널고 서울역 가서 기차 타고 시골행.

가자마자 신랑 골랐냐는 할머니 말씀(치매이신 할머니 1분마다 반복 재생..) 피해

방으로 도망가 <황금어장> 관람.... 취침..

 

드디여 설날 아침인 목요일

전에는 시골 가서 그런 적 없는데.. 모든 의욕 상실...

요리도 하기 싫고, 청소도 하기 싫고... 상 차리기도, 빗자루질도.. 입으로만 나불나불... 다 동생들 시키고...

보자마자 시집 안 가냐, 시집 안 갔냐, 내년엔 여기서 보지 말자....

구석에서 설겆이, 그리고 또 쓰러져서 자다가.... 기차역까지 태워다 주신다는 작은 엄마 말씀에

오후 네시 후닥닥 일어나 도망치듯 천안역 도착.

추위에 떨며 용산행 급행 지하철 기다려 타보니...

스트레스, 기름진 음식, 뜨거운 방바박에서 찬바람에 덜덜 떤 효과로 급체에 급두통...

겨우겨우 집에 도착해서 두통약 먹고, 토하고, 손 따고, 다시 두통약 먹고,...

유진의 조언대로 핫팩을 배에 올려놓고 겨우 한 숨 잠들다.

 

이번 가을은 나름 전환기로 잡아두고 있으니 그렇다 치고...

내년 설 연휴부터는 미리 다녀오고....  달러 빚을 내서라도... 한국을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친구들과 전화로 공유하다.

 

금요일...

마땅히 재미있는 영화도, 외출할 의욕도 없이....

속은 여전히 아프고... 혼자 죽 끓여먹고, 고구마 쪄먹고...

설겆이 쌓아놓으며.... 딱히 보고 싶은 일드도 없이...

<프라이드> 덕분에 급 빠진.. 기무라 타쿠야 관련 정보나 탐색...

실생활과 상관없이 지나치게 많은 량의 로맨스 이미지를 충전하다 보니...

현실에 대한 무기력증이랄까...

평소 직장 생활 성실히 하는 나도 이런데....

진짜 은둔형 외톨이 되는 것 별로 어렵지 않겠구나라는 위기감.

 

해서.. 토요일...

귀찮다는 마음으로 오전에 가기로 한 병원도 빠진 채....

집에 저녁 먹으러 오라는 아버지 전화도 시큰둥하니 받아놓고...

 

겨우겨우 희연양과 미뤄둔 고흐전 관람하러 가보니

사람이 가득... 전시 관람은 포기. 3년간 소원해온 <유림>에서 냄비우동 먹기만 실현.

정동스타식스에 <라듸오데이즈> 보러 가니... 상영관 잡는 데 실패했는지 5시에나 시작한단다.

길 건너 커피 마시러 가는 길에 보니

미로스페이스에서 볼까 하던 <크.레.이.지> 상영...

2시간 후로 표 끊어놓고.... 일조각 1층에 있는 <커피스트>로 이동.

커피 마시며 이 사람 저 사람 집적집적 전화하기..

다들 어찌나 바쁘신지 전화 받는 사람 반도 안 되더군. 흑.

 

영화는 매력있었고... 이런 영화 보다 보면 확실히...

뭐랄까... '다른'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살아나면서 극장에 자주 가고 싶어진다.

영화 끝나자마자.... 구로 집 가자는 유진양 전화...

허둥지둥... 집으로 오다.. 끌려옴. 아.. 식이요법 할 것인데.....

가서... 엄마가 푹 고아놓으신 우족탕 마다하고...

신선한 김치와 나물에 비벼서 한 그릇 뚝딱..

그리고.... 엄마가 직접 만드신 인절미와 배.... 얌얌...

 

자고 가라는 아버지 뿌리치고 얼릉 유진양 차로 돌아와...

식이요법 준비로다... 설겆이 한 판, 냉장고 청소...

당분간 못 먹을 김치는 유진에게 양도.

신 김치와 고등어 한 토막 끓여 김치찌개...

더하기 멸치볶음까지... 냉장고 청소와 유진양에게 반찬 만들어주기....에다 우유 반 통까지 써비쓰로다...

뭐 재미있는 거 없나 티비를 뒤적뒤적...

개봉한 지 정말 얼마 안 되는 <오다기리 죠의 도쿄 타워>...

내가 이걸 누구랑 봤더라? 근데 왜 제대로 보지도 않았는데....

잠깐 중간에 보는 데 갑자기 눈물이 아릴까? 오다기리 죠가 갑자기 결혼해서?

아니면.. 영화 볼 때는 그의 미모만 보였는데, 갑자기 영화 줄거리를 생각하니

뭔가 뭉클하고 답답한 거 같다.

 

여전히 철없이 보낸 이번 연휴 때문일까?

내 마음은 예전과 같은데... 아무것도 같을 수 없는...

결국 어떻게든 변해야 하는.... 그 느낌이 이 영화에서 와 닿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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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9 23:22 2008/02/09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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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ara  2008/02/10 10: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쿄타워 이거... 책으로 볼때도 눈물 찔끔흘린 기억이 나
    난 크레이지 보면서 뭔가 참 불편하더라... 기족이란 굴레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