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대신.

2008/05/11 16:23 생활감상문

지난 번 이사는 험난했다. 몇 달 동안 안 나가던 방이... 열흘 후에 비워달라는 조건으로... 갑자기 나가 버렸고, 겨우 이틀 만에 처음 본 방을 동네가 조용해 보이고, 대체로 넓다는 이유로 바로 계약해 버렸다. 회사에서는 한참 바쁠 때라... 이삿날인 재작년 어린이날 새벽 4시에 퇴근해서... 집에 와 2시간 자고... 들이닥친 학생이사 아저씨들 도움으로 겨우 이사. 그냥 아저씨들이 놔주는 대로 짐 풀어놓고... 2시간 더자고... 공휴일인데 당직중인 필자(당시엔 D일보의 논설위원이던 K교수)에게 교정지를 갖다 주러 다녀왔다.

그리고 2년... 이 집에 와서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우울증과 불면증에다가 교통사고까지 몸은 계속 아팠고, 연애를 시작하길 했나, 돈을 많이 벌기를 했나, 굳이 따지자면 되는 일이 없었으므로.... 이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대충 알아보니 새 이사는 더욱 험난했다. 전세가 많이 올라.... 내가 가진 돈으론 더 나은 집으로 옮길 가능성은 희박했고, 집 앞에 다니는 휘트니스 센터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하면서 대충 재미를 붙였고... 3월부터 다닌 영어학원에, 아직도 가끔 아픈 몸 때문에 종종 가야 하는 병원, 그리고 주 1~2회는 하게 되는 야근에 덧붙여 이사라는 대업까지 이룰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냉정하게 말하자면 작년에 병원 다니며 석 달 논 탓에 이사에 따르는 비용을 감당할 여윳돈도 없었다. 물론 더 나은 주거환경을 위해 감수할 수 있는 비용이었지만, 더 나은 주거환경을 구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해서 방 알아본 지 1주일 만에 이사 포기. 그냥 살기로 하고, 집주인이 원하는 대로 한 달에 월세 10만 원을 올려주기로 했다. 이사 안 할 거라 생각하고 다시 집을 둘러보니.... 벽지의 때도 눈에 띄고, 구석구석 먼지도 많다.

이사 대신... 집을 좀더 살 만하게 만들자고 연구. 우선 잡동사니들부터 처리. 책꽂이 자리만 차지하던.. 이비에스에서 녹화한 영화 비디오들은 버리고, 복사만 해두고 안 보던 프린트들은 이면지 처리. 직접 받은 게 아니라 대학원 연구실에서 주워온 논문들 폐지 처리. 안 입는 옷은 한 보따리 싸서, 버리려고 하니까... 윗집 아주머니가 동네 어려운 할머니들 드리신다고 챙겨 가셨다. (좀 켕기더군) 일이나 공부의 공간보다는, 잡동사니만 쌓이기 일쑤인 책상을 버리고, 그 자리에 앤티크 스타일의 서랍장을 들여놨다. 자주 입는 옷은 그리로 옮기고, 플라스틱 서랍장은 안 입는 계절 옷 보관용으로 용도 변경. 책상 대신 노트북을 놓으려고 독서대 겸용 기능이 있는 작은 다과상을 샀다. 부착식인 스탠드 조명도 끼울 데가 없어서 회사 책상으로 옮겼다. 새로 독서용 스탠드를 하나 더 사야 한다. (이런 걸 두고... Y양은 돈지랄이라 하지.T T) 독서는 침대에서, 교정은 식탁에서 뭐 이렇게 되나? 다음달 월급 타면 책장도 하나 더 살 예정인데... 좀 비싼 듯해서 빈 벽에 선반을 설치하면 어떨까 연구 중.

이제 남은 건 부엌과 욕실. 룸메들과... 싱크대도 한 번 속의 것 다 들어내고 닦아야 할 것이고, 냉장고도 묶은 때 벗기고, 화장실에도 락스 좀 뿌려야 할 듯싶고, 여기저기 그림들도 위치 좀 다시 조정. 이런 식으로 계속 조금씩 여기저기 손 보는 중. 

하지만 일에는 끝이 필요한 법. 피곤하다. 대충 이번 연휴까지 하는 걸로 마무리하고... 5~6월엔 일에 몰두. 7월에 여름휴가 놀다 와서... 업무 복귀 전에 살짝 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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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1 16:23 2008/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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