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냇향

2008/05/13 23:20 베껴쓰기

“갓난애를 보면 누구나 생명의 신비를 느낍니다. 생명력 그 자체이니까요.

그래서 그 몸에서 나는 냄새는 정말 향기롭습니다. 배냇향이라는 건데

이게 생명력의 냄새입니다. 그런데 좋은 차에서 바로 이 향기가 난다 이겁니다.

그래서 차=알가=우주적 시원이란 등식이 성립되는 거죠.

차를 마시는 일은 곧 생명력을 회복하는 일이요

정신적으로는 우주적 시원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__ 소설가 한승원 선생의 지난 주 토요일자 J일보 인터뷰 가운데.

 

 

 

배냇향..... 아기 냄새를 생각해 본다. 순하고 달큰하고 마음 착하게 하는 향기.

아, 그런 맛을 내면 되는 거였구나.  

 

헬스장에서 자전거 운동하면서 인터뷰 보고는 당장 녹차 마시고 싶어졌다. 집에 마땅한 우리 녹차는 없어서, 작년에 오사카 여행에서 선물용으로 사왔다가 하나 남은 센차(煎茶)를 열었다. 저렴하니 기념으로 산 거라 비싼 건 아니고... 한 봉지에 350엔 주었던 듯싶다.

 

몸에 좋은 건 쓰다는 소리에 녹차는 쓰고 텁텁한 맛에 마시는 줄 아는데... 배냇향을 생각하며 녹차를 우려 보니... 새순을 우린 차라 연하고 맑은 녹색에, 맛은 달고 혀에 감기는 느낌도 텁텁하기는커녕 매끄럽기만 하다.  아, 그러고 보니... <녹차의 맛>도 무덤덤한 일상이 아니라 마음을 가라앉히는 단맛을 담아낸 영화던가. 영화의 농도가 달라지네.... ㅎㅎ

 

예전에 SJ언니가 술기운에 내 품에 안겨 잠깐 졸았다가....... 다음날 하는 소리가 "화장품 냄새는 아닌데, 순한데 뭔가 좋은 냄새, 파고들고 싶은 냄새였어" 라 해서 수줍어하던(속으로만 좋아하던) 기억이 났다. 아직도 그런 냄새가 날까. 

 

김치 냄새가 나도 푸근하던 엄마 냄새도 생각난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던 엄마의 몸. 언제나 잠이 잘 오던. 중학생 때까지 종종 엄마 품에서 잤으니까 거의 막냉이가 태어나기 직전이로군. 나는 아마 오래 아기였던 탓에 세상에 늦게 눈떴나 보다. 뭐 이런 허접한 생각.

 

그래도... 덕분에 녹차 맛에 새로 눈떴다. 맛있는 차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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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3 23:20 2008/05/1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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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ara  2008/05/14 2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난 물처럼 마셔서리... 근데 말차는 치기 어렵군.. 보이차도 조아라하는 차지
  2. 강이  2008/05/14 21: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라: 보이차는 집에 싸놓고 요새 안 마시게 되네. 녹차도 좋기만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