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하지만 버버벅.

2008/05/18 22:08 생활감상문

컨디션이 나빠진 게 3주 되어간다. 4월 마지막주부터니까.

일은 많은데, 속력을 내기는커녕 중압감에 시달리다 겨우 정신만 추스렸고...

물리적인 양도 조금은 (해치워서) 줄였지만.... 몸은 여전히 뻣뻣하다.

 

옛날에... 뭐더라... 제목은 잊었지만... 쥐스킨트의 단편집 <깊이에의 강요>에 실린 단편 중에...

온 지구가 석회 조개가 되고 있다...는 소설이 있었는데...

그렇게 몸이 뻣뻣하다. 아프다기보다는 뻣뻣하다.

근육이 굳어 있어서... 계속 스트레칭을 해주지만, 쉽게 유연해지질 않는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올봄 제법 비가 잦았다. 비가 와서 몸이 궂은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오늘은... 몇 달을 가고 싶어만 하고 못 가던 목욕탕을 혼자서 갔다.

원고도 볼 게 있고, 엄마는 집에 왔으면 하는 눈치였고,

국제도서전도 출판사 취직한 이래 한 해도 빼먹지 않고 갔건만... 올해는 빼먹었다. 

 

리셋하려고. 일요일은 리셋하는 날이란다. 아침에 라디오에서.

 

아침에 일어나서 100퍼센트 현미밥 먹고,

일부러 멜론이랑 포도도 챙겨 먹고(옆집 사는 Y양 냉장고에서 빼왔다)

정성껏 드립해서 커피도 마시고, 한약도 데워서 마셨다.

설거지를 하면서는.... 새로 한 현미밥에 통밀가루를 뿌리고 빈 와인병으로 밀어서...

180도에 30분간 구워 현미 플레이크도 만들어 두셨다.

(요새 새로 배운 건데.... 두유에 말아 먹으면 맛이 와따다)

 

어제 싱크대랑 욕실 때를 벗겨낸 데 이어, 오늘은 방청소를 좀더 해주셨다.

골골한 탓에 한약을 새로 지은 터라... 이번달 월급 타면 사려던 책장은 보류.

잡동사니를 정리해서 책을 스무 권 남짓 더 집어 넣을 공간을 마련했다.

 

점심으론 아까 구운 현미 플레이크에 두유 부어 드시고는....

간만에 쿠프랭 몰아서 들어 주시다가....

목욕탕 가서 반신욕도 하고, 자수정 사우나도 들어가 주고,

찜질방 층으로 올라가서 왕소금 위에서 찜질도 해주시고,

담요 덮고 억지로 땀도 빼주셨다.

염분 뺐다고(집에 와서 밥하기 귀찮아) 미역국도 한 사발, 먹어주셨다.

 

수선을 떤 덕분에 저리던 허리와 왼쪽 고관절 조금 풀린 듯도 하다만...

뻣뻣한 어깨와 등은.... 여전하다.

 

음악 틀어놓고, 형광등 끄고, 촛불 켜고...

긴장 풀리는 모드 조성해 놓고.... 요가를 해주셨다.

분명 시원하기는 한데... 풀리질 않는다. 

 

주말에 검토(해야 할)하려던 원고가 두 건인데....

엄두가 안 나는군. 이래서 또 중압감과 함께 월요일 출근하면...

한 주 내내 힘들 텐데. 아... 그냥 원고를 보고 잘 것인가, 일단 자고...

내일 아침에 수습할 것인가. 결국 내 등이 뻣뻣한 이유는...

매달려 있는 짐 때문인가? 역시 신체의 능력 부족이다. 오늘도.

 

 

* 자기 자신의 행동을...~해 주시다..라고 쓰는 건 고교동창 꼰주의 일기체인데...

오늘 우연히 나왔네. 요새... 다른 사람 말투 나도 모르게 따라하는 현상... 좀더 심해진 듯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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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8 22:08 2008/05/1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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