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째 먹어요.

2008/05/12 14:27 생활감상문

처음엔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귀찮아 시작한 일이었어요. 껍질째 먹기....

 

알고 보니 껍질에 영양소가 제일 많다죠? 껍질은... 자연에 맞서서 한 개체가 자기 자신을 지키려는 부분으로 생명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난 부분이라서 영양소가 많대요. 또 나 좀 데려다 먹고, 내 몸속 씨 좀 옮겨주소...하는 유혹의 향과 색소가 껍질 부분에 집중해 있는데.... 이 향과 색소가 몸속 독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이라네요.

 

사과가 제일 쉬웠지요. 어릴 적부터 많이 해봤으니까요. (알고 보면 사과 과수원집 조카딸 출신^ ^)

베이킹소다나 소금으로 박박 씻어서 먹었어요.(물에 30분 이상 담궈놓는 게 농약은 제일 잘 씻긴다지만... 성질이 급해서리 그렇게까지는 못하고)

 

2단계로.... 고구마와 단호박을 삶거나 구울 때... 비료는 많이 주겠지만, 딱히 농약을 많이 뿌려야 하는 식물은 아닌지라.... 껍질을 솔로 열심히 닦은 다음 익혀서 껍찔째 먹었어요. 별로 거칠지도 않고, 쓰지도 않았어요.  섬유질을 많이 먹는다 생각하니까 좋더라고요.

 

3단계는 땅콩. 옛날 회사 다닐 때인지라 A팀장님한테 껍질째 먹기를 시작했다 하니까... 땅콩도 속껍질 벗기지 말고 먹어 보라 하시더군요. 속껍질을 먹으면 땅콩알의 콜레스테롤 섭취를 막아준다면서... 원채 선배들 말 순진하게 잘 믿는 후배인지라... 실험 정신으로 한번 먹어보았지요. 맛에 별로 차이가 없더라고요. 해서 땅콩도 껍질째 먹게 되었어요.

 

4단계로는... 당근도 잘 씻어서 껍질째 먹게 되었고, 감자도 곧 그리 되었지요. 그리해서 껍질째 먹는 야채카레 요리법도 개발하게 되었지요(레시피 궁금하신 분은 글 아래 야채카레를 눌러보세요^ ^)

 

그리고 주춤하다가... 그저께 5단계로 넘어왔어요. 얼마 전 TV를 보는데, 참외영농협횐가 어딘선가... 참외는 껍질째, 씨도 몽땅 먹어도 된다는 광고를 하더군요. 사실 참외... 껍질 단단해서 벗기기 힘들고, 씨나 껍질 놔두면 파리 꼬여서 먹기 전후 처리가 귀찮은 여름 과일(사실은 야채지만)인데... 껍질째 먹으면 그 수고는 줄겠다 했죠. 그제 또 실험 정신을 발휘해서... 깨끗이 씻어서 꼭지만 살짝 잘라내고.. 사과 한 알 먹듯이 껍질째 먹어 보았어요. 하나도 안 쓰고, 단단하고, 껍질 덕분에 과육이 흔들리지 않아서 과즙도 덜 흐르고 먹기 편했어요. 그래서 참외도 껍질째 먹게 되었답니다.^ ^

 

그러고 보니.. 야채와 과일만 껍질째 먹을 수 있군요. 뭐 하기는 쇠고기나 돼지고기도 껍질을 먹어보긴 했지요. 콜라겐이 많다길래. 요새는 고기 자체를 많이 안 먹으니까 먹을 일이 없지만.

 

껍질째 먹어요. 아주 편해요. (뭐 농약이 걱정되시면, 이번 기회에 유기농으로다^ ^. 저도 이번 주에 생협 조합원 가입했걸랑요.) 나름 운율이 맞군요. 아예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라도 한번 만들어 볼까요?



카레 재료를 모두 따로 볶아서 끓이면 종류별로 기름을 넣어줘야 해서 칼로리가 높아진다. 그래서 연구한... 칼로리는 낮추되 단맛을 높인 카레 요리법

 

1. 감자 中 세 개, 양파 中 2개, 당근 小 1개를 큼직하게 썬다.

(감자와 당근은 솔이나 야채 전용 수세미로 박박 문지르면 껍질 안 벗겨도 좋고, 영양도 더 우수하다.)

2. 냄비에 손질한 재료를 담고 물 세 컵=600cc을 붇는다.

3. 올리브유 한 큰술을 넣고 센 불에 끓인다.

4. 끓어오르면 불을 약불로 줄이고 20분쯤 익힌다.

5. 감자가 너무 퍼지지 않게 익고 국물 색깔이 뽀얗게 야채즙이 우러나왔을 때쯤 잠시 불을 끈다.

6. 물 50cc와 우유 50cc에 카레 100g(소포장 1봉지)을 고루 섞는다.

(요즘 카레 과립형이라 잘 녹는다지만 그래도 개서 넣는 게 금세 녹아서 더 좋다.)

7. 익은 야채에 카레 갠 것을 조금씩 넣어가며 골고루 섞어준다.

8. 이미 어느 정도 농도가 나왔겠지만 카레의 향료가 충분이 향을 내도록 약불에서 가끔 저어가며 끓인다.

9. 8이 익는 동안 사과 한 개를 깨끗이 씻어 씨를 제거하고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넣는다.(감자나 당근보다는 작게 썬다.)

10. 사과를 넣고 2~3분 후 불을 끄고 냄비 뚜껑을 덮은 채 30분 이상 기다린다. (이때 먹어도 되지만 30분 기다리면 훨씬 더 맛있다.)

 

큼직하게 썰은 야채가 깊은 맛을 내고 올리브유는 필수지방산을 더해주면서 야채가 서로 잘 어우러지게 한다. 우유는 카레에 들어 있는 나트륨 섭취를 막아주면서 걸죽함과 함께 부드러운 맛을 내고, 사과는 향긋함과 함께 달콤한 맛을 낸다.

 

달콤한 맛에 밥이 없어도 한 대접 가득 먹고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감자와 양파, 당근, 올리브유... 모두 다이어트 식품^ ^)

 

꼬들밥이 어울리는 카레에 현미밥을 비벼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죽처럼 건더기를 풍부하게 만든 진하고 걸죽한 카레이니 밥은 반 공기만 넣어도 충분. 아무 반찬 없이도 향긋하게 한 그릇 뚝딱으로 추천한다.

 

무엇보다 따로 볶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불 조절 말고는 그냥 끓이기만 하면 되니 요리법 간단하고 불가에서 땀 흘릴 일 없고... 불에 올려놓고 청소나 빨래 등 다른 집안일과 같이할 수 있는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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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2 14:27 2008/05/1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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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머프  2008/05/13 01: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 적힌 레시피 대로 한번 해먹어 봐야 겠어요...근데, 나는 껍질째 먹기는 아직 좀...ㅎㅎ(먹다보면 익숙해 지겠죠?)
  2. 강이  2008/05/13 23: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 콩국수 할 때도 요즘엔 믹서기가 좋으니까 그냥 갈면 훨씬 더 고소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