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년의 성과와 실수는 무엇인가? 87년 투쟁의 성격이 무엇이고, 어떤 점이 90년대에 영향을 미쳤는가?
# 좌파(또는 정치적 성향)를 규정하는 것이 사회적 지위와 조건인가? 교육인가? 심성/유전자인가?
덧글을 달려고 하다가,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싶어서 트랙백 날립니다.
참 오랜만에 글을 올리네요.
제 주변에는 87년을 엄청 감동스럽게 (말이 참 빈곤하다 상상도 빈곤하고 ㅋㅋ) 겪으신 선배들이 몇 분 있습니다. 뭐랄까, 아주아주 감동을 받았었고, 제가 사진만 봐도 벅찬데 거기 있었던 사람들은 얼마나 굉장했었을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저는 다수의 사람들이 엄청 많이 모이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그건 87년에 대한 이야기들이나 사진들을 본 탓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87년 20주년을 기념하는 노동문화제에서 미술 부분으로 네트워크 하게 되면서 부담도 많이 느껴졌습니다. 함께 회의하는 분들은 한 분만 빼고 노동자대투쟁 때 최소한 대학 1학년이었거든요. 나만 모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단 말이죠. ㅋㅋ
하지만 요즘 드는 느낌은, 제가 87년의 감동을 그들과 똑같이 나누지 않았다는데 압박을 느끼는 것이 그닥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성과와 실수.. 이야기를 하셨고, 그런 것에 대한 자기 나름의 구체적인 고민과 정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87년의 성과도 실수도 그닥 중요하지 않다고 느낍니다.
굳이 생각하면 87년의 성과와 실수는 1987년이래 2007년까지의 활동에서 판단 가능한 것 아닐까 싶어요.
(-ㅁ- 그런 말씀이었던 것 같기도..)
그나마 확실한 것은 87노동자대투쟁이 정치적으로도 비정치적으로도 저의 현재에 작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것이 전체이든 부분이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똑같은 시간이 되돌아 올 리 없죠. 똑같이 변화하는 인간도 없구요. 모든 사람들이 87노동자대투쟁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전에 있던 자리와 지금 있는 자리와의 관계에 따라서 사건은 계속 변화해 가는 것 같아요. (이 글은 제가 저를 설득하기 위해 쓰는 글 같네요 -ㅅ-;;)
그래서, 지금이 더욱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은 소중한 시간이 변화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미래에 대한 지향은 그것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소중한 시간은 극단적인 경우 머릿속에만 존재했을 수도 있지만 대개 실재했던 것이고 육체적, 심리적, 사회적인 상황도 고스란히 그 설정으로서 저장하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ㅎㅎ 이건 좀 위험한 전제일 수도 있지만 87년대투쟁때 초딩이었던 제 경우를 생각하면 '정신 똑바로 차리자'라는 생각도 하게 해주고.. 소중한 시간이 방금 전이 아니라 지금이라면, 사람은 과거나 미래를 안 바라보고 충실하게 지금을 살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미래라는 것은 현재의 구체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요. (OTL 이 가물거리는 정신.. 스테미너가 필요합니다.)
링크해 두신 글을 보면서 당혹감을 느끼는 것은 이미 좀 지겨운 일이 아니던가요? 그래도 풀리지 않으니 계속해서 이런 질문들이 나오는 거겠죠. 저도 풀리지는 않지만 지겨워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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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저는 제가 완벽한 주체라면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 한 적이 있어요.
어느 선배가 제게 '너는 (당연히) 주체가 아니냐'라고 이야기하기에 순간 나온 답변이었지만 제 솔직한 심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자본주의 세상에 열심히 사는 모든 이가 일견 우스워 보이는 것이 화가 나는데, 저는 전에는 제가 세상이나 사람들을 우습게 생각하는 줄 알았었죠. 그런데 지금 그건 많이 아닌 것 같아요. 이제 이 사람들을 일견 우습게 보이거나 무감각하게 느껴지는 상황이 싫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거죠. 물론 그 사람들을 나로 생각하면 더 화가 납니다. 어떤 사람이 날 보고 웃는 건 괜찮지만(실은 괴롭지만 그 때 뿐이거나 해소 가능하죠^^), 웃긴 존재로 규정되고 개념화되고,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굴레를 씌웠다고 생각하면 말도 안된다는 거죠.
그것이 직장이나 학교나 거리에서 구체적인 사건들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구요.
규정하는 것은 생물체에게 그닥 쓸모있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특히 진화하려 할 때는 말이죠.
저는 사실 보수적이라고 할 정도로 '나이가 들면 어쩌구된다'하는 과정을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받아들입니다만
그런 생각만 가지고는 진화 안하고 그냥 초조하게 방황하다가 죽을 것만 같습니다. 열심히 사는 것과는 좀 다른 선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어설프지만, 혁명이란 것은 좌든 우든 변화하지 않는 자들이 세상시스템을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자들이 그대로 세상이 되는 것이 아닐까..하고 상상해 봅니다.
암튼 어렵네요.
건강하세요. 몸도 마음도. (풋.. 뭔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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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의문2
Tracked from 2007/06/15 17:06 delete보풀님의 [저도 의문이랄까 뭐랄까..] 에 관련된 글. 근본적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은 인간에게 주어진 숙제일텐데, 개인이 서 있는 어떤 지점에서, 그 지점의 환경이 개인의 가치관과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진보에 대한 개인의 의지의 영역이 교육에 의한 것이든, 환경에 의한 것이든, 완벽한 주체가 되기위한 노력이든, 확대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겠죠. 87년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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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나무'를 읽다가 다가오지 않아 혹은 내 언어가 아닌 것 같아서 접었다는 글을 한참 충격을 받았더랬죠.. 아 이렇게 다르구나.. 그건 틀린 게 아니라 분명 다름이었죠.. 그 다른 세대가 모여 머리를 맞댈때마다 서로 고개를 갸우뚱할 때.. 우리의 소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답니다.. 오래된 사람들을 보고 기 죽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보풀님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대를 경험했잖아요.. 서로 다른 경험일 뿐이죠.. 이때 조심스런건 오래된 세대들이 폭력적으로 다가가지 않도록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거겠지요..
우리 얼굴 본지 세 달쯤 된거같네요..ㅎㅎ 나 누구게? ㅎㅎ 꽃다지 정연이라네.. 사실 보풀의 블로그를 나는 진작 즐겨찾기 하고있었는데 보풀이 누구라는 확신은 어제 생겼다오..
ㅋㅋㅋ 그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