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째]108배

2010/02/14 22:19

어제 무리를 했는지

참지 못할 잠이 쏟아졌다.

비실비실 약먹은 닭마냥 흐릿한 눈으로 있으니

아빠가 은근히 걱정하신다.

 

그런 나의 상태에 은근히 짜증이 밀려온다.

쉬다=잔다 밖에 모르는 내가 짜증나고

피둥피둥 아무것도 안하고 하루를 보낸게 화난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바둥바둥 산 내가 바보같고 아깝고

찬물에 손끝하나 담그기도 짜증난다.

108배도 안할까 하다가

아빠랑의 대화가 떠올랐다.

 

 

아빤 새벽2시에 일어나서 일을 나가신다.

음식물 수거일을 하시는데 그 일은 사람들 없을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명절날이라고 설날은 겨우 쉬시고 다시 지금으로부터 4시간 후면 일을 나가셔야 하는 아빠에게..

가뜩이나 어깨가 아파 그저깨는 불침을 30방이나 맞았다는 아빠에게

"아빠 일 나갈라면 심란하겠네~"

"그런생각 하면 일 못해~"

하신다.

힘들다 생각하면 못한다는 아빠말에

어느니 그렇구나란 생각이 든다.

 

실제 해보면 그만큼 힘들지 않을 일들을 미리 걱정하면서 그 무게를 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가끔 생각보다 더 힘들때도 있지만 사실 그건 가끔있는 일이었던 것 같다.

핑핑 놀다보니 움질일 일이 걱정이고 앞으로 힘들까 걱정이고

힘들 거 생각하니 하기 싫고 동공 텅 비워놓고 짜증만 밀려왔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엔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왜냐하면 세상엔 쉬운일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아침에 일어나서 밥먹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 생각이 들땐 딱 죽고싶어진다.

사는게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왜 사는지 알 수 없어서..

이렇게 힘든 세상 왜 살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런데 아빤 묵묵히 사는거란다.

오늘을 감사하게 묵묵히 살았듯

내일도 그렇게 묵묵히 살아내는 것이란다.

 

"왜 사냐고 물으면 그냥 웃지요."

 

인간으로 태어나 한세상 실컨 누리며 살다가는 수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내가 왜 태어났는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나의 진정한 얼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오늘을 살아가고 그렇게 살아가는 나를 긍정할 뿐이다.

갑자기 니체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

 

 

34. 매 순간이 최선의 시간이 되도록 하기 위해 서른네 번째 절을 올립니다.

 

 

세상에 태어나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라.

자연과 내가 하나임을 알고 내 주변의 모든 생명과 사랑에 감사하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음을 바라지마라.

주변의 모든 것을 섬기며 감사하라.

정의롭게살아라.

자신의 삶에 충실하라.

참회하는 마음이 으뜸임을 알아라.

....

 

아픈머리가 가시고

내일이 오는 것이 감사하다.

 

참회하는 마음이 으뜸이라더니

부처의 가르침은 참으로 깊다.

아....살 것 같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TAG

Trackback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brightazure/trackback/16

Comments

  1. 맑은공기 2010/02/16 22:11

    와우~캔디의 108배 15일째를 응원합니다.

    perm. |  mod/del. |  reply.

What's on your mind?

댓글 입력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