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째]108배

2010/03/16 09:47

 

 

 

어제 저녁 9시 잠자리에 누어

10시간을 자고 일어나니 몸이 너무 편했다.

108배를 하려고 컴퓨터를 켜고 음성을 틀고

하나하나 절을 올렸다.

밖에서는 엄마가 밥을 챙기고

동생을 깨우고

다시 동생을 깨우고

엄마도 바쁘다며 화를 내시는 소리가 들린다.

........

 

내가 108배를 할 수 있는 건

엄마의 노동을 전제로 한다.

왜냐하면 난 엄마가 챙겨주는 아침밥을 먹고 나오기 때문이다.

 

다시 청소기돌리는 소리가 들린다.

3월부터 희망근로를 시작하신 엄마 역시 8시 10분에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3월이 시작되면서 아침에 집안일을 끝내신다.

 

난 8시 10분에 출근하고

동생은 7시 50분에 학교가고

엄마도 8시 10분에 출근하기에 모두 바쁜데

엄마는 거기에 밥챙겨주고 설거지하고 집안일도 하신다.

 

내 나이 27살에

내동생 나이 20살에

엄마 나이 52살인데

아직 젊고 창창한 20대 둘은 꼭 7살짜리 애기마냥 엄마가 해주신 밥을 받아먹고

제 일하기 바쁘다.

 

 

 

 

 

....... 

도대체 난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군산에 사는 언니는

108배가 안된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준비를 해야하는데 잘 안된다고

그렇지.

아침밥 준비하는 사람이 108배를 하기란 쉽지 않다.

집안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다른 일을 하기에

하루 3끼는 너무 자주 돌아온다.

해가 나면 빨래를 말려야 하는걸 먼저 생각하는 사람.

 

누가 자신을 성장시키는 그것들이 하고싶지 않아서 혹은 좋은지 몰라서 못하겠는가

하루 24시간 그시간동안 어떤일에 얼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

그 몫과 내용이 틀리기에

누군 하고 누군 하고 싶어도 못하는거 아닌가.

그것을 빼놓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너무 얼토당토 않는 말이다.

 

 

 

누군가에게 빚지는 것을 모두 막을 순 없으나

일방적으로 빚지거나 착취하는 것만은

하지 말아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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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치즈 2010/03/16 13:04

    그래~그래도 넌 너희 어머니에게 좋은 말벗이 되어주고 있잖니~우리 엄마가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모른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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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캔디 2010/03/16 13:20

      그런걸로 변명하기에는 내가 하는일이 너무도 초라하다;;; 같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지..ㅠ 사실 난 너무 이기적이야.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ㅠ 넌 니몸하나 책임지고 있잖니. 난 내몸하나 책임지지 못하는 것 같아서 부끄럽다.

  2. 달성생 2010/03/18 09:28

    자기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의식주를 책임지고 사는 것은 그리 쉬운일은 아닌 것 같으. 그러나 부끄러워 하진 마시게. 알았으니 안 순간 부터라도 신경써서 조금씩 바꿔가면 되니까. 오늘 날씨는 좀 추운데 햇볕은 너무 따뜻하네~^^

    perm. |  mod/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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