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벌 떨며

2010/06/28 09:55

 

친구의 글에 답변을 달며 새삼스레 깨달았다.

아침마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벌벌 떨며 일어난다는 것을.

 

 

정말 암담하고 막막하고 버겁고 두려워

난 매일아침 도망가고 싶어진다.

어디로 도망가야 될지 왜 도망가고 싶은지조차 모른채 너무도 끔찍한 기분에 휩싸인다.

 

이런 기분은

종종 낮잠을 자고 난 후에도 느껴진다. 그럴땐 무기력하고 무섭고 도망가고 싶어져 결국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하게 한다. 이렇게까지해서 살아야 될 의미를 모르겠달까..

 

 

언제부터 였을까

삶이 이렇게 버거워진것이..

 

그래서 난 매일아침 머리를 감으며

'별거 없어.. 괜찮아..실패해도..니가 할 수있는 만큼밖에 넌 하지 못해..그러니까 최선을 다해 살면

그걸로 되는거야. 니가 무서워하는 것의 정체가 뭐야? 없잖아. 그냥 무섭다고 느끼는 거잖아

괜찮아.. 네가 못해도 좌절해도 실패해도.. 네가 별거 없는 인간이래도.. 그래도 괜찮아.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좌절하지마..'

이런말들을 수없이 되뇌인다.

 

블로그에 써 놓은 글들만 봐도 그렇다.

나에게 용기를 주고 기운을 북돋아주는 글들이 많다. 나를 보듬고 나에게 용기를 주고 

무너지지 않도록..

하루를 용감하게 보낼 수 있도록 

 

 

 

어쩜 이렇게 겁쟁이 일까. 

 

 

 

 

무서운게 없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오늘에서야 새삼스럽게 

삶을 무서워하는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의식의 저면에 삶에대한 무서움으로 꽉 차 있구나. 

그래서 잠만 자고 일어났다 하면 

하루 내 외면하고 눌러놓고 애써 용기냈던 것들이 사라져 본래 가지고 있던 의식이 올라오는구나.. 

그래서 매일 아침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같이 

내가 내 자신의 목을 질질끌고 세상에 나오는구나.. 

 

 

 

 

.......................................

오늘 더 버거운 건 

어제 뭔가 거창한 논의를 했기 때문이다. 

내가 거창하다고 느끼는.. 막막하다고 느끼는..그런 이야기..

 

그냥 무턱대고 도망가고 싶어지는 그런 이야기들

 

처음 학생운동을 시작하고 매일매일 학교편인 총학생회 애들과 싸워나갈때 부터였던가

삶이 무서워지기 시작한게..

감당하기엔 너무도 무겁고 무서웠던 때,

트라우마가 생긴걸까...

 

 

 

어디를 다친건지 알 수 없지만 

아파하고 있는 이 정신을 어떻게 하면 치유할 수 있을까..

다시 아프고 싶지 않아. 다시 괴롭고 싶지 않아. 다시 그 무거운 당위를 어깨에 얻고 살고 싶지 않아.

 

 

'니가 모든 것을 감당하지 않아도 돼'

'도망가도 돼'

'비겁해져도 괜찮아'

 

 

 

 

사실은

어떤 무거운 현실도 가벼이 웃으며 감당해내고 싶어. 

옳다고 여기는 걸 평지를 걷는 것 마냥 해내고 싶어 

내가 내 삶의 주체가 되어 

누군가 나에게 주는 짐들을 주체적으로 판단해 분별해서 지고 싶어. 

 

 

 

 

 

아..

글 몇자 적은 것 밖에 없는데 

목이 매인다. 

아직도 난 많이 아파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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