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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2박 3일 (1)

제주올레를 다녀왔다. 마지막날 아침 일찍 비행기로 올라온 시간을 제외하면 여행은 2박 3일 코스.

 

첫 날 점심 비행기로 내려가서(이스타 항공 진짜 싸다. 잘만 고르면 KTX타고 부산가는 거보다 싸다.

(같은 값이면 제주도를 가지..뭐하러 부산 가나...)

 

잠깐 졸고 나니 제주도. 이 번 여행으로 제주도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완전 사라졌다. 1시쯤 도착해서

 

올레를 걷기는 뭐해서 동북부에 위치한 비자림에 갔다. 비자나무가 울창한 숲인데 흙냄새, 풀냄새가

 

마냥 좋았다. 비자나무는 가지가 非자 모양으로 뻗어나가서 붙은 이름이란다. 그 이름 그대로 가지가

 

무성하게 뻗어나거서 몇 백년된 비자나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다. 환타지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elf종족의 살아 있는 나무를 연상시킨다. 자연의 힘이 필요한 그 날이 오면 뿌리를 뽑고 진노한 얼굴로

 

일어설 기세다. 엄청나게 무성한 나뭇가지, 그 사이사이로 난 새집, 이끼 등등 온 세상을 다 들고 일어서는.

 

>> 버스 기다리다 지겨워서 그냥 찍었다. 제주도의 상징 검은 돌 현무암. 비수기에는 한적해서

버스가 별로없다. 자전거나 스쿠터를 이용한 여행을 해보고 싶다.

 

>> 비자림. 울창한 숲으로 햇빛이 안 들어와서 제대로 찍히지가 않는다. 으아~~~똑딱이의 비애

 

 

비자림을 나와 다시 버스를 기다리는데 젊은이의 로망이 부러웠던지, 아님 드라이브 나온 저녁에

 

바람 살짝 불어주시니 기분이 째지셨던지, 그도 아님 그지같은 행색이 불쌍했던지 중년 부부

 

한쌍이 차를 태워줬다. 바로 민박집으로 직행.

 

1인당 만원만 내면 되는 할망민박은 아직 몇군데 없는데 제주올레코스에 아주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모양. 여행자의 로망을 모아놓은 곳으로 상업성이 두드러지지 않아 맘 편하고 현지 주민과 연결되는

 

기분도 괜찮고 놀랍게도 시설마저 훌륭하다. 가격대 성능비 최상~~

 

>>훌륭하다. 정말. 기업 스폰이나 저질 지자체장들의 농간이 끼어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올레를 돌았다. 첫 날 숙소에서 올레를 풀코스로 돌았다는 사람을 만났는데

 

'인내심이 부족해 인내심 키울 셈으로 걸었다'고 하더라. 그럴거면 좀 더 하드한 곳을 가야지...이런

 

낭만적이고 훌륭한 곳에서 인내심은 무슨... 각설하고 올레코스가 다 재밌고 멋지고 그런 건 아니다.

(올레 매니아들이 꽤나 형성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올레가 골목길이란 뜻이라던데 딱 오래된 골목길 걷는 기분으로 가면 된다. 그러다보면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만난다. 논밭, 산길, 도로, 바닷길, 오름, 주택가 등등 정말 잡스럽게 오만 곳을 돌아다니는데

 

지루한 곳도 있고 멋진 곳도 있다.

 

13코스까지 개발되었는데 1코스는 일출로 유명한 성산봉 근처에서 출발해서 성산봉에서 마무리된다.

 

여기서부터 제주 해안가를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13개 코스가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사람들은 보통 주상절리, 옥빛 물색, 외돌개 같은 기막힌 바위로

 

가득한 서남쪽 해안가 6~8코스를 선호한다.

 

한 코스는 대략 15km정도로 짜여져 있고 딴 곳으로 새지 않고 쉬엄쉬엄 걸으면 6~7시간 정도 걸린다.

 

하루 두 코스 걷기는 무리고 한 코스씩만 걸어도 3일 이상 내리 걸으면 상당히 피로가 누적될 듯.

(호기심에 약한 사람은 보통 이곳 저곳으로 새기 마련이라 시간도 더 걸리고 피로도 더 쌓인다.)

하루에 한 코스씩 돌기로 작정하고 남들 다 가는 곳만 가면 그러니까 1코스 돌고 6~8 중에 하나 돌기로

 

마음 먹고 첫날 1코스로 출발했다.

 

>> 1코스 출발지. 세심하게 잘해놨다. 곳곳에 정성이 보인다. 어른들, 특히 화병걸리신 엄마들

데리고 오면 엄청 좋아할 거 같다. 효도관광 한 번 다녀오면 몇 십년 쌓인 원망 다 풀고 올 듯.

두고 두고 생색내면 쵝오~~

 

>> 1코스 시작하면 바로 오름 두 개 나온다. 오름에 올라 내려다 본 마을 풍경. 밭들이 퀼트천처럼

아기자기하다.

 

>> 아 .... 이 센스가 정말 맘에 든다.

 

>> 올레에는 골목길이란 이름에 걸맞게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엮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안 가보신 분들은 사진들 속에서 재밌는 비밀 하나를 찾아보시길...

 

>> 오름 오르는 길. 참...이런 들판 좋다.

 

>> 이쯤되면 결정적 단서. 비밀을 알아내셨죠??

 

>> 중간에 잠시 쉬었던 초등학교. 올레길 걷다보면 옆으로 새기 마련. 첫 날이라 더 그런 것도 있고...

 

>> 작은 것 하나 하나 참 사랑스럽다.

 

>> 마을입구마다 마을을 지키는 팽나무가 있다 한다. 주민과 여행자들에게 쉼터가 되어 주기도...

 

>> 어느새 길은 바닷가로 접어들었다. 한치를 말리고 있다. 한마리에 1500원에 판다. 맥주안주 ㅋ~~

 

>> 1코스 끝자락. 성산일출봉 가는길.

 

>> 올레코스는 성산일출봉을 우회해서 간다.

 

왜냐하면 일출봉은 유료이기 때문. 돈을 받는 곳은 철저하게 올레코스에서 제외되어 있다.

 

상업적 개입을 완벽하게 차단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올레에 담긴 걷기의 철학도 맘에 들지만

 

이런 일관된 태도 역시 맘에 들었다. 그렇다고 안 갈 수는 없고. 신기하게 둘러둘러 가는 길을

 

다 찾아놨다. 장인정신마저 돋보이는 대목~

 

성산일출봉은 왜 돈을 받냐고 투덜투덜댔으나 여기까지 온 마당에 또 유명한 곳을 외면할 수도 없고...

 

그냥 올랐다. 정상까지 오르 내리는 데 1시간도 안 걸린다. 정상에 올라 내뱉은 한마디.

 

"와~~ 돈 받을만 하네." 깨갱~~ 멋지더라. 다들 유명한 데 가는 이유가 있더라.  

 

>> 올레길은 코스와 코스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

 

계속해서 오후 늦은 시각. 2코스 일부를 걷기로 결정. 첫 날 할망민박에 완전 반한 나머지 그 다음

 

숙소도 할망민박을 알아봤다. 그랬더니 2코스 중간에 있는 것이지. 어차피 내일이면 6~7코스 쪽으로

 

건너뛸 거 짧은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코스를 맛보고 싶은 마음에 2코스를 일부 걷고 할망민박에서

 

숙박하기로 결정. 걷기는 계속되었다.

 

 

>>이래도 올레길의 비밀을 모르겠다면 당신은 지진아.

 

 

>> 제주도에 말이 많다 많다 하더니 실제로 본 건 처음이다. 주로 동쪽 마을에 많이 있는 듯.

(어설픈 짐작) 애가 정말 미끈하게 잘 생겼다. 어머~~ 저 핏줄 좀 봐. 섹시하다...머리도 어찌나

이뿌게 자르셨는지..

 

>> 2코스의 컨셉은 물이다. 늪지와 습지가 계속 나타난다. 어둡고 낮고 습한 기운이 주위를 압도한다.

그런데다 날마저 흐려 구름이 짙게 깔렸다. 오싹하고 묘한 기분~

 

>> 마을 한 가운데 이런 늪지가...난 자꾸만 살인의 추억...그런 이미지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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