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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2박 3일 (2)

아...어제에 이어서 쓰려니 감떨어져. 게다가 가을인데 모기는 왜 이리 많은겨? 다 잡고야 말겠다.

(아~~누워서 쓰고 싶다.)

 

둘째날 찾아간 할망민박은 첫날 찾아간 집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첫날 찾아간 집은 여행객을 위한 숙소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서 할머니는 아예 딴 집에서 주무신다. 그런데 둘째날 찾아간 집은 가정집을 그대로

 

숙소로 쓰고 있었다. 자식들을 모두 서울에 내보낸 할머니가 혼자 살고 있는 큰 집. 역시 할머니는 말을

 

섞고 싶어하는 분위기다.(제주도 할머니들은 쿨하기로 유명하단다. 거의 간섭이 없다고.)

 

여행하는 입장에서는 첫번째 집이 편했다. 다음 날 일어나보니 물도 얼려주시고 간식하라고 계란도 삶아

 

놓으셨다. 옆 방에서 자니까 살짝 신경쓰이긴 했지만 이런 친절 앞에 할머니가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나?

 

이미 정해진 코스대로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은 초짜 올레꾼은 셋째날 일정을 마음대로 조합해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간다는 7코스 중간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보통 올레코스는 동에서 서로 시계방향을 따라 도는데  나는 반시계 방향으로 동쪽을 향해 갔다.

 

>> 7코스 초반부에 위치한 법환포구에서 역방향으로 걷기 시작.

 

>>6~8코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로 아름다운 해안가를 따라 걷도록 되어 있다. 이전부터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였던 만큼 잘 다듬어져 있고 볼거리도 많다.

 

 

올레코스를 만들기 위해 새롭게 만든 길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미 있던 길들을 새롭게 해석한게 올레길이다.

 

그러다보니 올레길은 발길이 닿을 수 있는 곳은 아무 곳이나 다 지나간다. 그렇다면 올레꾼들은 어떻게

 

올레길을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을까?  표지판을 세우기 힘든 곳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길을 표시해서

 

올레꾼들을 배려한다. 산길에는 등산로처럼 리본이 달려 있다. 표식을 열심히 찾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올레길을 표시하는 모든 표식은 파란색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신호등에, 전봇대에, 철문에,

 

맨홀 뚜껑에, 돌멩이에,... 아무튼 표식이 될 만한 곳에는 죄다 파란색이다. 그래서 나중에는 파란색만

 

보면 몸이 저절로 반응한다. 그래서 이 번에는 역으로 파란색 화살표 반대 방향으로만 길을 잡았다.

 

새로운 길찾기 재미가 더해졌다.

 

>> 식생이 육지와 다른 것도 볼거리다. 야자수처럼 생긴 나무에다 저 괴물처럼 생긴 잎파리..

 

>>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산책로가 잘 되어 있다.

 

 

그런데 화살표를 역으로 따라가는 일은 정방향으로 가는 것보다 조금 더 어렵다. 왜냐하면 그 화살표가

 

어디로부터 나왔는지를 추측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길을 잘못 찾기도 했는데 그래도 지도를

 

보고 거점을 찾아가면 반드시 어디에선가 파란색 표식이 짠~ 하고 나타난다.

 

>> 으아...물빛봐라..마치 수세식 변기에 청정제를 풀어 놓은 거 같다. 아래 사진은 외돌개.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찾는 곳이란다. 다시 한 번 느꼈지만 사람들이 많이 오는 이유가 있더라.

 

>> 해안선을 따라 아름다운 장면이 끝이 없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굴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이

제주 주민들을 강제 동원해 파놓은 굴이란다. 무기를 숨겨두기 위한 군사적 목적이었던 것으로 기억.

 

>> 거꾸로 거슬로 6코스로 이동

 

>> 길가에 감귤이 지천에 널렸다. 아직 덜 익은 감귤을 그냥 따서 먹는다. 신기하게도 속은 그냥 귤이다.

 

>> 예쁜 연꽃도 보고

 

>> 해변가 마을을 지나

 

>> 소정방 폭포에 발도 담근다. 시원~~하다.

 

이러면서 놀다보니 어느새 번화한 코스는 지나고 다시 한적한 길이 이어진다. 이제 버라이어티도

 

끝나나부다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작은 감동. 없는 길을 만들어 새로운 길을 냈다. 오른쪽으로 해변가.

 

왼쪽으로는 그냥 차도인데... 그 사이 숲 속에 나무를 베고 길을 냈다.

 

>> 재밌는 발견. 역방향으로 노란색 표식이 나 있다. 1코스에서는 발견 못한 것인데...아마도 이 쪽은

사람들이 많이 찾다보니 역으로 가는 사람도 제법 있는 모양이다.

 

>> 숲을 뚫고 낸 길 입구. 어릴적 아지트 놀이처럼 신비롭고도 무섭다. 20세기 소년처럼...

 

>>올레길을 만든 사람들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 그리고 역시 마무리는 술. 물집 잡혔다.

 

>> 이른 아침. 노숙자 꼴로 다시 서울로 향한다.

 

 

으아~~~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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