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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는 길다...

 

 

1.

어제 우연히 대학가요제를 봤다. 80년대만 해도 대학가요제, 강변가요제의 파워는 대단했다. 상을 탄 사람들은 물론 가끔 상을 못 탄 사람들도 유명한 가수가 되고는 했으니까. 가끔 괜찮은 옛날 노래를 아무 사전 지식없이 찾아 들었는데 우연히 가요제 출전곡인 경우도 왕왕 있다. 아무튼 말로 할 수는 없지만 그 노래들을 듣고 있으면, 그들만의, 뭔가가 있었다, 고 생각이 든다, 괜히 서글프거나, 괜히 허탈해지는. 센치해진다.

요즘은 그렇지 않다. 아마추어리즘은, 열 살 때부터 합숙으로 프로를 키워내는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누군가 '산울림'을 아마추어리즘의 절정이라고 했었는데, 그런 아마추어리즘도 찾기 어렵다. 힘들게 흉내내서 따라가는 느낌.

그러다 어제 우연히 대학가요제를 봤다. 장애인이 함께 노래부르는 밴드가 나왔다. 또 피아노를 치며 부르는 독창곡이 있었는데 그 노래를 듣다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 채널을 돌렸다. 오늘 뉴스를 보니 그 노래가 금상을 탔다.

 

오늘은 소리바다에서 가요제 출전곡들을 다운 받아 듣는다. 역시 좋은 곡들이 많은데, 하나같이 뭔가 서글프고 가슴 답답해진다. 과도하게 진지하고 서정적이고 순진하다. 어제 들었던 노래는 대체로 밝고 희망적인 어조였다.

엠피쓰리 플레이어가 없는 요즘은, 담배없는 흡연자처럼 금단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2.

내가 사는 동네에는 대형마트가 없다. 성북K마트라고 그나마 조금 큰 슈퍼가 하나 있는데 언제부턴가 고객카드를 만들면 0.1%를 적립해주고 있다. 계산을 해보니 1천만원을 쓰면 1만원이 적립되는거다. 만원어치를 공짜로 받아먹으려고 1천만원을 슈퍼에 갖다 바쳐야 하는 인생이라니. 평생 참 많이도 갖다 주겠구나, 생각했다. 괜히 다른 슈퍼로 가고 싶다.

 

 

3.

음악이 없을 땐 소설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최근에는 장정일의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와 김영하의 [빛의제국]을 읽었다. 추석 연휴 기간도 무지 긴데 음악이 없는 자리를 소설이 대신할 수 있을까? 서점에 가봐야지. 근데 돈이 없어(-.-;;) 월급을 타려고 기다리는 한 달은 마치 0.1%적립카드처럼, 천만년을 기다려 만원이 쌓이듯, 감질맛나게 아주 천천히 다가온다.

추석 연휴는 올드송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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