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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21
    [서유럽6] 유럽인의 생활 2(5)
    칸나일파
  2. 2007/06/14
    책읽기 모임 후기(1)
    칸나일파
  3. 2007/06/14
    민방위 교육 2년차(3)
    칸나일파

[서유럽6] 유럽인의 생활 2

[여행기록4] 유럽인의 생활 2

 

교통편

 

사람들은 여행에서 특별한 걸 기대한다. 화려한 축제나 이벤트 같은 것들.

유명한 관광명소나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

다 좋다. 그리고 여행을 다니다 보면 그런 곳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이왕 온 거 볼 건 다 봐야한다. 파리에 가서 에펠탑 안 가볼 수 없고(그냥 크기만 하다)

벨기에가서 수제 초콜릿 안 먹어볼 수 없다.

그렇지만 역시 사람들의 일상을 보면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운다.

사람들의 일상에는 삶의 철학이 있다.

무엇 하나 고민없이 이루어진 삶의 양식은 없다.

그래서 마냥 신기하고 재밌다.

 

>>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가장 많은 것을 느낀다. 독일에서 본 위로 매달린 전철(??)

 

한국의 일상과 너무나도 달라 생각할 게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교통수단을 대하는 태도다. 어릴  때 할리우드 영화를 너무 많이

보고 커서 그런지 나는 도시하면 뉴욕처럼 번화하고

엄청 키 큰 빌딩이 즐비하며 최소 왕복 8차선을 가득 매운 자동차에서

패스트 푸드로 끼니를 때우는 장면을 떠올렸다.

그리고 서울은 아직 모자라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유럽에는 차가 그리 많지 않다.

얼마 전 수리논술 시간에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도표를

보고 알게 되었는데 한국은 도로 길이에 비해 면적이 굉장히 넓다.

그래서 길이만 두고 보면 도로가 부족한 듯 보이는데 실제로는

엄청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평균 자동차 이용시간이

왠만한 선진국을 앞찔러 심지어 동네 앞 슈퍼도 차를 몰고 간다는

미국을 앞찔렀다.

물론 단순 비교는 여러가지 오해를 낳는다.

일단 한국인들은 기본 직장이나 학교가 너무 멀다.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가 지나치게 비대하다. 암스테르담은 내가 살고 있는 성북구보다

더 작아보였고 파리는 구 서너개 정도 합쳐 놓은 크기다.

반면 서울은 끝에서 끝까지 차로도 2시간이 걸리는 매머드 도시다.

게다가 살인적인 교통 체증. 후~~ 파리에서 자전거로 이동한다니

그쪽 사람들이 너무 위험하다고 걱정했으나...서울에 단련된 우리는

가볍게 웃어넘겼다. 그렇다.

세상이 우리를 강하고 독하게 만든다. 나날이.

유럽에서는 자전거에만 의존해도 충분한 도시구조가 갖춰져 있다.

동네에서 장보고 동네에서 약속 잡고. 그런데 또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야 도시 구조도 바뀔 거 같다. 아무튼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조금씩 바꼈으면 좋겠다.

 

 

 

일단 도시를 벗어나면 왠만한 곳은 전부 차도가 왕복 2차선 정도고

자전거 도로가 나란히 나 있다. 그리고 다양한 교통수단을 접할 수 있었다.

선로를 따라 달리는 버스 트램도 봤고 독일에서는 공중에 매달려 가는

전철도 봤다. (위 사진) 자전거 칸이 따로 마련된 기차. 다리를 최대한 적게

만들기 위해 라인강을 수시로 넘나드는 배들.

벨기에에서는 배가 지나갈 때마다 다리가 90도 회전해서 공간을 열어주는 모습도 봤다.

 

 

 

>> 배가 지나가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다리가 90도 회전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멈춰 서 있는 자동차 앞으로 다리가 끊어진 듯 보인다.

 

 

서유럽 지역은 국경 개념이 별로 없어서 국경을 넘나드는 기차가 많았는데

자전거 여행  때문에 기차를 많이 타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나중에 여행가면

기차로만 돌아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기차편만 해도 다양한 상품이 있어

조금 헷갈리긴 하겠지만.  

 

>>기차마다 자전거 전용칸이 마련되어 있다.

가끔은 없는 기차도 있어서 미리 알아봐야 한다. 요금 체계도 제각각.

자전거에 별도의 비용이 부가되기도 한다. 그래도 자전거가 많아지니 장소가 무척 비좁다.

 

 

서울시장 자리는 대선으로 가는 지름길처럼 인식되는 요즘, 교통/주거/교육

셋 중 하나만  잡아도 대박난다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서울은 사람이 살기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운 도시같다. 삶의 방식이란 여러 가지 환경에 대처하며

형성되는 것이니 우열을 가리는 것 자체가 멍청한 짓이지만 여러 가지

즐거운 상상은 좀 해보면 좋을 듯하다.  무엇보다 서울에도 자전거 도로가

늘어서 안전하게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참 좋겠다.

 

 



오늘도 계속되는 사진 감상. 아무 이유 없어~~

 

>> 자전거 종류 오지게 많다. 짐받이도 다양해서 애들 앞뒤로 둘 태우고 다니는 자전거도

여럿 봤다. 거의 마차 수준의 짐 칸을 연결한 자전거도 있다. 

 

 

>> 동네마다 성당, 교회가 정말 많다. 급격한 삶의 단절이 없었던 만큼, 유서 깊은 건물도

참 많이 남아 있다.

 

>>네덜란드의 상징 풍차. 주요 도시만 돌아서 그런지 별로 못봤다. 구름이 꼭 합성 사진같다. Art!!~

 

 

>>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 곳곳에 자전거가 보인다.

 

 

>> 상점이었던가? 항구도시 델프스 하븐.

 

 

벨기에. 안트베르펜인가?? 브뤼헤?? 1년이 다 지나가니 기억이 가물가물

 

 

>> 분위기 만점 가로등. 배경으로 깔린 파란 하늘 참 이쁘다.

 

 

>> 파리에서 봤던 한식당. 중식/일식집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한식집은 드물다.

 

 

>> 루브르 박물관 입구에 있는 삼각 피라미드. 소설 다빈치 코드가 떠올랐다.

 

 

>> 신호등에 사람과 함께 자전거도 건너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 기차 안에서 식사 해결. 얼굴이 생생한 것을 보니 분명 여행 초반이다.

 

 

>> 독일 마인츠. 마을 한복판. 차도가 없고 보도블럭이 깔려 있다.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동심원 구조의 마을을 연상시킨다.

 

 

>> 라인강을 따라 달리다 아름다운 곳에서 잠시 휴식

 

 

>> 아침해가 떴습니다. 정신이 없다. 어리버리~~

 

 

>> 캠핑장에서 여유롭게 아침을 먹는 사람들. 독일 어느 캠핑장이었는데 텐트가 별로 없고

대부분 캠핑카를 사용한다. 캠핑장 분위기도 나라 마다 달랐는데 독일은 정말 조용했다.

 

 

>> 기어이 이 사진을 공개해야만 했을까? 고소공포증이 심한 오리. 표정이 ~~ 미안하다 오리야!!

 

 

>>하루 일과를 마치고 캠핑장으로 돌아가는 길. 가방 몰아주기에서 졌다.

 

 

>> 잠시 휴식중. 처음 보는 신기한 동물.

 

 

>> 쓰레기통을 뜀틀 삼아...뭐든 놀이기구가 된다.

 

 

>> 짜잔~~10점 만점

 

 

>> 또 논다. 따라하다가...

 

 

>>결국 이꼴났다. 잔인한 폭력의 현장... 저 가학의 웃음이 정녕 내 것이란 말인가...

오늘 공개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왜 이리 자꾸.... 겁난다.

 

 

>> 오늘 블로그질은 여기까지. 이제 자야할 시간...

 

 

>> 니들도 자란 말이야~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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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모임 후기

책읽기 모임 후기 (Written by nadong)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행사 장소나 행사 방식을 생각했을 때 가장 적절한 규모로 모임이 진행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3시간 가까이 진행된 행사였는데 쉬는 시간도 필요없을 만큼 참가자 모두 진지했고 재미도 있었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던 자리였습니다.

 

우선 문승숙, 박노자 씨가 30분씩 돌아가면서 군사주의를 주제로 각자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

문승숙 씨는 주로 군사주의와 여성성을 주제로 이야기했습니다. 군대가 남성성의 형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데, 남성성이라는 것은  여성성의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에 결국 군대가 여성성의 형성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는 것이다는 주장. 이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KBS '신고합니다'란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습니다. 군대가 상징화시키는 여성의 이미지란 딱 두 종류, 즉 어머니와 창녀로 나뉜다는 것이죠. 성적으로 완전히 무성화된 어미니는 국가=가족=지켜야 할 대상이란 등식을 성립시킵니다. 어머니를 대할 때 군인은 의젓하고 늠름한 모습입니다. 이와는 정반대로 또 다른 여성의 역할을 상징하는 애인이 등장할 때는 극단적으로 성적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강조(실루엣 뒤에 숨어 등장하는 여자친구, 몸매를 강조하는 도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상징적인 이미지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군대가 고정적인 여성성의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박노자 씨는 주로 군대가 남성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영향력이 모두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장소, 특히 계급에 따라 다르게 작동한다고 말했습니다. 역사학자답게  엄청나게 풍부한 사례들을 들어가면서 설명해서 사람들이 무척 즐거워했습니다.(박노자 씨 유머 감각이 탁월하다는 사실 처음 알았네요) 한국의 군대는 매우 특수한 위치에 놓여 있는데 일반적으로 자본주의가 발달함에 따라 군사적 역할이 일부 계층(주로 하층계급)에게 몰리는 모병제 같은 구조로 가는데 반해 한국은 형식상으로나마 국민개병제, 즉 군대에 관한 한 모두가 평등하다는 관념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군사주의 척도를 단일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단적으로 미국은 군사적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지만 군사주의가 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국민 전체의 의식이란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은 서구 자본주의에 비해 말할 수 없이 군사주의가 일상화된 나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60~70년대 군사독재의 산물로 오히려 군대가 자본의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힘의 역학 관계가 정상적인 자본주의 구조로 돌아왔지만 자본가 계급은 절대로 징병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서는 모두 우울. 어쨌거나 한국 군대도 이제 자본주의적 계급관계가 그대로 군대 질서에 투영되고 있으며 군대가 형성시키는 남성성이란 것도 계급에 따라 다르게 작동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뒤로 두 분이 서로 질문을 하나씩 주고 받았는데 비슷한 의견을 공유하고 있는 탓인지 질의 응답 같지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쉬는 시간 없이 곧바로 청중과의 토론에 들어갔습니다. 사람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요. 다 적고 싶지만 여기서부터 필기를 포기했습니다. 사회자라 적절히 흐름을 잡아줄 필요도 있었고, 결정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아무튼 시종일관 생각이 많았는데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개인적으로 고민했던 몇가지 주제를 요약해볼께요.

 

 

 

1.  한국식 자본주의가 시장질서를 강화하면서 미국식 자본주의처럼 기업정신, 창조성, 도전정신을 강조하면서 경쟁이 격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 문화도 위계적인 구조에서 점차 팀제와 같은 수평적인 구조로 바뀌어 갈텐데 자본주의의 발전이 징병제에 어떤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없는가?
 
이에 대해 사람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 한국 자본의 구조상 미국, 중국, 일본, 유럽의 자본과 비교했을 때 유일한 강점은 잘 숙련되고 순종적이며 노동중독이 심한  전문인력들이다. 한국 자본은 절대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군 내부 복지 문제를 중심으로 외형상 변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 애
쓰겠지만 본질적인 내용은 바뀌지 않을 것.

 

 

2. 한미관계가 변화할 여지는 없는지?? 이 과정에서 한국 군대 역시 새로운 역할을 모색할 수 없는지??

 

국방개혁안 비전 2030을 봤을 때 노무현은 모병제로 가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 초기에 동북아 균형자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국 굴복하고 급격히 한미동맹으로 우선회했다. 한국 자본주의 구조상 죽었다 깨어나도 한국의 보수파가 대미종속적인 관계를 끝내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도 잠재적인 적은 중국이기 때문에 중국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할 경우 엄청난 수의 한국 군인은 총알받이로 매우 유용할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한국이 현재와 같은 징병제를 유지하는 것이 크게 나쁠 것이 없다.

 

 

 

3. '그나마 군입대는 계급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부여된 임무'라는 평등의 신화가 반군사주의 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여성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대체복무제 입법운동에 대해 이런 저런 한계가 지적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어쨌든 국방의 의무는 모두가 동등하게 져야 한다는 이 원칙 때문에 대체복무제도가 오히려 여성징병제 논의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쉽게 말해 군제도도 다양해졌으니 어떤 식으로든 여성도 의무를 수행하라는 논리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모병제를 주장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 참가자 중 한 명은 그래서 모병제냐, 대체복무제가 존재하는 징병제냐가 아니라 절대적인 군인수를 줄여나가는 '감군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서 눈길을 끌었다.
지금 노무현이 주장하는 사회복무제(혼혈인, 장애인 등등도 군복무 가능)는  오히려 군의무를 통해 시민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관점을 강화시키고 있다. 대체복무제도 주장을 역이용해 군사주의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이런 왜곡된 평등주의가 끊임없이 여성운동에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여성운동 진영에서는 군대 관련 담론에서는 적극적인 주장을 펴지 못하고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

 

 

 

4. 그렇다면 평화운동이 무엇을 해야할까?

 

냉정한 현실인식 때문일까. 사회를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것 참, 한국사회의 현실이 만만치 않군. 그래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역학을 고려해볼 때 어떤 대안을 내기가 쉽지 않고 다들 조심스럽다.
분명한 것은 정치인들에게 맡겨서는 발전주의-군사주의의 양대 축으로 설정된 한국사회의 진로를 조금도 바꿀 수 없을 것이란 점이다. 노무현이 그 한계를 절실히 보여줬다. 결국 피플 파워만이 조금이라도 한국사회의 진로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또 하나는 일상적인 군사주의를 해체해나가는 운동이 전부 평화운동이란 것이다. 한국 자본주의는 강력한 군사주의를 원하고, 그것이 일상 속에 뿌리내려 가족, 직장, 학교 등 모든 공간을 지배하고 있다. 인간관계 역시 군대식 위계질서에 기초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거부하는 모든 운동이 다 평화운동이다. 일상적인 위계질서를 거부하고 순응을 요구하는 관성에 저항하는 것이 다 평화운동이다. 청소년 인권찾기, 국기경례 거부, 대안 생리대, 자전거 타기, 채식... 이런 게 모두 평화운동이다. 이 운동이 확산되어 '순응형 인간'에서 창조적이고 평화적인 소통형 인간으로 거듭나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게 가장 강력한 평화운동이다. 아, 참 할 게 많구나!!


이상 책읽기 모임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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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위 교육 2년차

1.

 

재작년 9월 말에 가석방으로 출소하고 난 직후에 집으로 민방위 교육 통지서가 날라왔다.

이런 XX같은 경우가~~  가석방 기간이라고 혼자 쫄면서 아무 것도 못하고 지내야 되는 처지에 민방위 통지서는 날라 오는거다.

엄마, 아빠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에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언능 갔다 오라하는데..

나는 하도 어이가 없어 동사무소에 연락을 했다.

 

나: "전 병역거부 해서 감옥 갔다 왔느데 지금 가석방 기간이라고 다른 건 다 안된다고 하는데 민방위 훈련은 받아야 하나요?'

 

동사무소 직원: "국가가 원래 권리는 잘 보장 안해도 의무는 꼬박꼬박 부여 합니다."

 

나:(속으로) 뭐야 이 새끼. 국가 공무원 맞어?? 너무 솔직하잖아. 은근 냉소적이삼....(실제 말로) 아니 그럼 가석방 안돼서 감옥 있음 그래도 민방위 통지서가 날라 오나요?? 감옥에 있는 사람 보고 훈련 오라는 거네요.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요??

 

동사무소 직원: 아무튼 지금 나와 있지 않습니까? 저는 잘 모르겠고 아무튼 나오세요.

 

나: 뭐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다 있데. 전 안 갑니다. 뭐 잡아 갈라면 잡아가고 맘대로 하세요.

 

동사무소 직원:  뭐 꼭 나오셔야 되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알아보겠습니다.

 

 

2.

 

그리고 나는 출소해서 대학에 복학했다. 뭐 꾸역 꾸역 민방위 통지서가 날라왔다. 병역거부자는 예비군까지 그냥 처리가 된다는 건 알았지만 민방위는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대한민국 동원 시스템이 이렇게까지 짜증스런운지 아직도 다 몰랐다니!! 암튼 난 또 국가를 느끼고, 생각은 복잡해지고 아무튼 다 때려치고 학생이었기 때문에 못간다고 했다. 가기도 싫었다. 그런데 연말에 통장이 한 번 부르더라.

 

통장: '민방위 훈련 왜 안가세요??'

나: '아, 저 학생인데요...지금 복학해서 학교 다니고 있습니다.'

통장: '학생일 때는 훈련에 참석 안해도 됩니다. 학생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서류 하나 떼서 좀 주시죠?'

나: '아 네...조만간 떼서 드리죠.'

 

그리고 역시 안 드/렸/다/. 근데 별 탈은 없었다. 뭐 어쩔 것이여...?? 나는 참말 학생이었는디...

 

 

3. 

 

민방위 2년차 교육 통지서가 날라왔다.  엄마, 아빠는 하루가 멀다하고 물어본다. 민방위 교육 언제 가냐고? 알아봤더니 훈련 안가면 과태료 나오더라. 대략 10만원쯤. 흐미... 걍 10만원 주고 말기엔 조금 비싸다.

결국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 다녀왔다. (흐미...이게 본론인디....)

 

일단 시작을 국기에 대한 경례로 시작하더라. 사람들은 쭈뼛쭈뼛 하면서도 결국 다 일어서고 결국 다 가슴에 손을 얹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는데...나는 끝까지 가만 있었다. 요즘 한참 국기에 대한 경례 문제가 뉴스가 되기도 했지만 서도 .... 애초에 국가를 사랑하는 맘이 없고...국가주의는 세뇌된 거라고 맨날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는데....막상 사람들이 이빠이 모인 자리에서 그걸 안하려니... 신념이고 나발이고 다른 사람들 눈치가 살짝 보였는데...암튼 끝까지 혼자 앉아 있었는데...끝내 뭐라는 사람은 없었다.  국기에 대한 경례로 끝인 줄 알았더니 애국가 부르고, 그것도 모라자 민방위대의 임무를 낭독하는데 살짝 웃음이 나올라 하다가 괜히 긴장하는 내 모습에 조금 웃기기도 했다.

 

교육이 시작되었다. 4시간 교육 일정인데 처음 가니까 공무원이 나와서 한 20분 이상 설명하다가 영상물 두 개를 틀어준다. 나는 아주 어릴 적에 봤던 대한뉴스 뭐 이런 거 생각했는데... 그건 좀 오바였고 그래도 한국은 미디어 산업은 무지 발달해서 그런 지 영상물 나름대로 편집도 잘 했고 음악도 거의 영화음악 수준으로 '둥둥 두두둥''거렸다. 그리고 변화된 동북아 정세 이런 것도 참 많이 나왔다. 보는 내내 어이없게도 '어 저거 정세분석은 운동권이랑 비슷하네' 뭐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하면서...주위를 두리번 거리는데 정말 자는 사람 많았고 근데 나는 왜 잠이 안올까 생각해보니...그새 또 고걸 분석하고 있는 내 모습에 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근데 시시 때때로 들리는 교육 담당 공무원의 그 말 '여러분도 군대 갔다 와서 알겠지만...'이 나올 때마다 이거 뭐 기분이 뭐라해야 할지 참 묘한 상황이었다.

아무튼 영상물은 완전 뒤죽박죽이었다. 평화도 좋고 화해도 좋은데 전쟁의 위협은 가시지 않았고 국토방위는 중요한데 전쟁은 절대 안되고....뭐 이래저래 심란한 내용이 많이 나오더라. 그 와중에도 내내 생각이 복잡했다. 이 사람들은 다들 소극적이다. 대부분 억지로 잠을 청하려고 애를 쓸만큼 무미건조하고 무의미하고 지겨운 시간이다. 그런데 아무튼 다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적어도 그런 척 하고) 선서를 한다.

 

이런 식으로 4시간이 흘러갔다. 마냥 지루한 시간이었지만 나름 복잡한 하루였다. 국가의 존재가, 내 옆으로 성큼 다가와 말을 건다. 너 한국인이잖아. 국가안보를 위해 너는 최소한의 의무를 다해야 해. 좋건 싫건 국가는 최소한의 버팀목이야. 이 마저 없으면 넌 어떻게 살래??

 

훈련장을 나오는데 잠시 다른 세상을 다녀온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 몇 시간에 왜 그렇게 지겹고 짜증스러운지. 나는 잠시 내가 평균적인 세상을 어느 정도 벗어나 있는 게 마냥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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