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from 잡기장 2009/03/15 18:49

- 대부분의 동물은 먹이를 재배하거나 저장할 줄 모른다. 때문에 그때그때 사냥을 해야 하고, 개체수를 급격히 늘릴 수가 없다. 먹이사슬의 균형이 깨지면 결국 그 피해는 자신들에게 돌아오도록 시스템이 설계되어 있다.

 

- 인간도 이 순환계에 포함되었던 존재였다. 인간은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뿔과 같은 신체적 이점도 없고, 달리기가 빠르지도 않았기 때문에 맹수들에게 피해다니며 지금의 원숭이와 같은 중간포식자로 살았다. 인간에게 있어 유일한 장점은 머리가 좋았다는 것이다.

 

- 인간이 결정적으로 생태계 전면에 나선건 농업혁명에 의해서다. 농업은 음식을 저장할 수 있게 해주었고, 굶어죽는 사람이 줄어들게 되자 개체수는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최재천교수는 이를 두고 악순환의 사슬에 빠졌다고 하였는데, 먹고 살기 위해 끊임없는 노동을 하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먹을만큼만 먹고 나머지 시간을 여유있게 보내는 동물들과 달리 한평생을 하루종일 논과 밭에서 일을 해야 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생태계의 규칙을 거부하는 대신 생명을 연장하게 되었지만 인간은 빼앗길 것을 가진 존재가 되었다. 야수는 더 이상이 인간의 적이 될 수 없었지만 새로운 적이 생겨났다. 바로 인간이다.

 

- 하이에나가 치타의 포획물을 가로채듯, 인간은 생산물은 다른 인간이 가로채기 시작했다. 인간은 누구보다도 인간이 영악한 존재임을 알았기에 인간 사이의 다툼은 무척 잔인하였으며, 역설적으로 이런 경쟁을 통해 문명의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다. 문명의 발전은 인간의 수를 더욱 급격히 증가하도록 하였지만, 전쟁을 통해 자연이 더 이상 손댈 수 없는 개체수 조절을 스스로 하게 되었다.

 

-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나서, 놀라운 안락함과 편리함을 누리는 대신 한평생 먹고 살기 위해 바삐 일하고, 경쟁을 통해 남을 누르고 올라가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정신적 행복을 추구할만큼 배부른 존재가 되었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다. 가진 것에 대한 상실의 두려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

 

- 단순하게 보면, 인간은 굶어죽지 않게 되었지만 굶어죽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동을 해야 하며, 그 결과로 쌓아놓은 부를 잃지 않게 고심해야 하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축적해놔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최재천교수의 악순환이란 말은 그래서 이해가 된다.

 

-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나의 것이 있다(즉, 잃을 것이 있다)는 집착을 없애야 한다. 나의 것이 없으며, 잃을 것도 없고, 더 쌓을 것도 없다. 그냥 지금 현재의 것을 즐기면 된다. 돈을 벌면 가장 가치있게 쓰고, 없으면 구하면 된다. 제도상 굶어죽기는 쉽지 않은 사회니... 나머지 시간은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공부하고 싶은 것을 공부하면 된다.

 

- 이런 자유로움을 막는 것은 사회적 '눈'이다. 사회적 관계가 깊고 넓을수록 자신에 대한 평판은 자신에게 족쇄로 다가온다. 자신도 모르게 신분상승이 행복추구의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 되고, 그런 노력이 고단하지만 오히려 가장 속 편하게 느껴진다. 

 

- 집착은 모든 족쇄의 출발점이 된다. 집착의 끝은 결국 남의 시선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내 마음(욕망)에 대한 집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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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5 18:49 2009/03/15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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