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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청계광장에서

  • 등록일
    2009/02/10 09:35
  • 수정일
    2009/02/10 09:35

5번째 죽음,

살기위해 올라가 주검이 되어 내려올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이 있다.

어제 청계광장에서  5분의 철거민을 향해, 그 유족들을 향해, 또 우리 자신을 향해

울려퍼지는 소리에 쓰린 가슴을 안고 있어야 했다.

지금 고인들은 5번째 죽음을 맞고 있다.

그리고 그 죽음의 가해자는 바로 우리 자신이 되고 있다.

이 5번째 죽음은 우리 모두의 죽음이다.

아래는

2월 9일 청계광장에서 읊어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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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를 죽이고 가마- 용산 참사 열사들을 생각하며

나는 네 번 죽었다.
첫 죽음은 이 자본주의사회에
가난하고 평범한 이로 태어났다는 죄였다
차별과 기회의 불균등 속에서
어린 동심을 죽이고 소년소녀의 꿈을 죽이고
청년의 가슴을 죽였다

살아야겠기에
수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며
이상과 이성과 용기와
사랑과 연대의 마음을 내 스스로 죽여야 했다

두번째 죽음은 철거였다
당신은 이 세상에 세들어 사는 하찮은 이였다는 통보
너는 이 세계에서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외지인이라는 딱지
하늘과 땅 사이 어디에도 깃들 곳 없는 부평초 인생이라는 낙인
쓰라린 가슴이 동굴 속처럼 텅비었다

세 번째 죽음은 화형이었다
뿌리 뽑힌 주소지를 들고
살기 위해 망루를 오르자
너희들은 세도 권리금도 필요치 않은
저 높은 저 하늘나라로 가서 살아라고
이 땅에서 얻은 단 하나릐 몸마저 벗고
휠휠 날아가 버리라고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4층 망루에 가둬두고
아래에서 불길을 지폈다

이렇게 세 번 죽임을 당하고도
나는 아직 죽지 못하고
네 번째 죽임을 당하고 있다
오를 곳이라곤 저 하늘 밖에 없었던
내 인생이, 내 가족들이, 내 이웃들이, 내동료들이
폭력 집단이라 한다.브로커라 한다.
분명히 나는 죽었는데 죽인 이는 없다 한다

그래서 나는
아직 살아 있다
죽어서도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죽어서라도 가고 싶던 저 해방의 나라
저 평등의 나라, 저 사랑의 나라로
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살아 투쟁 중이다
죽은 자에게까지도 투쟁을 요구하는
이 부조리한 사회, 이 야만의 세계
이 예의없는 세상을 철거하기 위해
철거당해야 할 것은
벌거벗은 이들의 처절한 투쟁이 아니라
가난한 자들의 뜨거운 3자 연대가 아니라
너희들의부정한 착취와 독점과 공권력이라고

오, 산잔들이여
나는 죽어서도 투쟁한다
죽어서도 이 세상을 용서할 수 없다
죽을 수도 없는 이 세상을 용서할 수 없다

내 아이여 용서하지 말아다오
내 아내여 용서하지 말아다오
내 이웃들이여 용서하지 말아다오
내 동지들이여 결단코 결단코 용서하지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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