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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어느새 2010년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12월 25일 커플대축제를 전후로 해서 바깥 세상과는 일부러 단절한 채 살아오다가 이제 연말이라는 생각이 나니 이번 한해를 돌아보게 된다.

 

올해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미 지나버린 봄 학기가 1년 전의 일로 생각될 정도이다. 물론 내가 하는 일은 참으로 단순했다. 수업 듣고 공부하고 일하고 하는 게 전부였으니 말이다. 실력은 그다지 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문론(文論)을 쓸 때가 되었다 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난 지금까지 뭘 하면서 살아온 것일까. 그다지 이룬 일도 없는데 말이다.

 

새해가 되면 30대의 한 발자국을 더 내딛게 된다. 그래 올해는 이립에 처음 들어선 한해이기도 하였다. 내가 아직 이립에 들어서기 전, 2009년 연말에 난 형에게 30대가 되면 어떠한 기분인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형의 대답은 '별거 없다'라는 싱거운 대답이었다. 근데 정말 이립의 나이에 들어서고 나니 정말 별거 없었다. 모든 것은 똑같았다. 하지만 역시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내가 정말 30대라는 것을 조금씩 느끼기도 하였다.

 

내가 직장이 있고, 일정한 재산도 있다면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 30대에 들어섰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몇 년안에 어떤 것을 하고, 저것을 사고, 누구에게 무엇을 사주고, 말고 등등. 하지만 나는 그런 신분의 사람이 아니다. 앞을 잘 내다볼 수 없는 어두스름한 길에 서 있는 격이다. 맘은 더 편할 수 있으나 그만큼 무책임하고 어디로 흐를지 모를 불안정한 삶이다.

 

나의 삶이 허락한다면 이런식의 삶을 계속 살아야 할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의미의 어른이 되는 일은 앞으로도 요원할 것 같다. 나는 나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돈을 벌어 혼자서 먹고 사는 그런 인생을 꿈꾼다. 혼자일 것이라는 점은 아마도 대략 맞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스스로 '먹고 산다'는 점이 어디랴. 혼자라면 비정규직이어도 입에 풀칠하며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이 험한 남조선 사회에서 어느정도는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한다.

 

올해 큰 사고 없이 잘 살아 와서 참으로 다행이다. 매우 기쁜 일은 없었지만 꾸준히 공부할 수 있었고, 돈도 바닥나지 않고 그럭저럭 살 수 있었으며, 아주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세상에 대한 불만이야 차고 넘쳐 흐르지만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누군가가 역사의 역할을 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역사 자체가 선으로 흐르거나 정의를 실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 속의 인간이 선을 지향하고 정의를 지향하는 한, 넘쳐나는 비합리와 비상식 속에서도 일말의 진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더더욱 참을성과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중요한 시기를 하나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 인내하고 또 인내하고 작은 것에 만족하도록 하자. 원칙을 존중하고 개인적인 운명에 순응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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