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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 홍당무, '이건 뭐야?' 싶은데 속이 시원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심한 안면홍조증에 못생기고 성격도 활달하지 못한 왕따 여고생을 애정으로 바라봐준 남선생이 있었다.

그 여고생은 어른이 돼서 그 남선생과 같은 학교 교사가 된 후에도 남선생을 좋아한다.

이미 남선생은 결혼을 해서 중학생인 딸이 있는데도 상관없이 일편단심이다.

 

 

그런데 그 남선생이 같은 학교의 어리고 예쁜 여교사와 사귀는 사이였고

그로 인해 부인과는 이혼을 얘기하는 과정이었고

그 때문에 딸은 그 예쁜 여교사를 증오한다.

 

 

홍당무 여교사와 남선생의 딸이 뭉쳤다.

이유는 남선생과 예쁜 여교사를 갈라놓기 위한 것.

둘을 갈라놓으려는 이유는 서로 달랐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푼수 캐릭터를 중심으로 가볍게 즐기는 영화인줄 알았는데

얼마가지 않아 막장 스토리로 엮이면서 질퍽해지는가 싶었는데

이야기 전개가 종잡을 수 없게 흘러가면서 약간 혼란스러웠다.

 

 

하나의 고랑을 따라 흘러가던 이야기가 갑자기 다른 고랑으로 꺾어드는데

그 과정이 예상 밖의 흐름이었고 또한 억지스러웠다.

그렇게 억지스러운 변화를 만들어내고는 또 능청스럽게 그 안에서 흘러간다.

그 흘러가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또 억지스러운 변화가 만들어지고 다시 또 아무렇지 않게 흘러간다.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영화였다.

고수들처럼 그 과정이 자연스러워서 자유로움이 넘치는 게 아니라

선무당처럼 삐걱거리고 억지스러운데

아무렇지 않은 듯 능청스럽게 이어가다보니

그 재미가 의외로 쏠쏠했다.

 

 

그렇게 변화와 반전과 능청이 몇 번을 이어지다가

남선생, 홍당무 여선생, 예쁜 여선생, 남선생의 딸, 남선생의 부인이 한 자리에 모였고

소심한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재판 아닌 재판이 혈투처럼 벌어지는데

그 과정은 정말 압권이다.

각자의 욕망이 거침없이 분출하면서도

서로의 대립은 살벌하지 않고

서로의 대립 속에서 관계들이 순식간에 변화하면서도

출렁이는 물결은 넘치지 않았다.

그 와중에 튀어나오는 톡톡 뛰는 대사와 의외의 전개는 웃음을 빵빵 떠드렸으니

캔 로치의 ‘랜드 앤 프리덤’에서 보여줬던 집단토론의 팽팽한 긴장감과

짐 캐리의 ‘마스크’에서 보여줬던 좌충우돌 코미디가 함께 섞여 있는데

이질적인 그 둘이 너무도 잘 어울려서 놀고 있는 거다.

 

 

그렇게 한바탕 유쾌한 난리를 치고 나서

제대로 정리하지도 않고 영화를 끝내려다가

마지막에 조금 아쉬웠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 번 더 펀치를 날리고는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영화를 끝내는데

내 가슴이 시원해지는 거다.

 

 

세상 사람들이 너를 이상하게 보든 말든

아무리 발버둥쳐도 지금의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해도

이쁘고 잘난 것들한테 기죽지 말고

할 말은 하고 살라네.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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