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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포르노, 그리고 불법노동

마약, 포르노, 그리고 불법노동
- 미국의 검은 경제 떠받치는 세 가지 힘

(Georeport / Duncan Campbell)

맥월드로 대변되는 페스트푸드 산업의 어두운 면을 파해친 책 ‘페스트푸드 제국’으로 국내에도 알려져 있는 에릭 슐로서(Eric Schlosser)는 최근 [Reefer Madness(마리화나의 광기)]라는 책을 내놓았다.
에릭 슐로서는 이 책에서 마약, 포르노, 불법노동 이 세 가지 산업을 중심으로 미국 지하경제의 비대화를 설명하면서, 지하경제가 활개칠 때 그것은 곧 추악한 자본주의로 전락하는 것이며 그 사회가 이미 병들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경고한다.
[Reefer Madness(마리화나의 광기)]는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다. 지난 2003년 5월 2일자 영국 [가디언]에 게재된 던캔 캠벌(Duncan Campbell) 기자의 글 With pot and porn outstripping corn, America`s black economy is flying high을 통해 간략한 책 소개를 대신한다. <옮긴이 - 김지연>

미국에서 숨겨진 시장(hidden market)을 형성하고 있는 마리화나, 포르노, 불법노동은 현재 미국 경제의 10%까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한 연구조사 결과 밝혀졌다.
에릭 슐로서의 최근 저서 ‘Reefer Madness : Sex, Drugs and Cheap Labour in the American Black Market'에 따르면, 환금작물재배에서 마리화나는 옥수수를 능가하며, 하드코어 포르노 산업이 창출하는 수익은 헐리우드의 국내 흥행수익과 맞먹는다.
일부 주에서는 마리화나 재배를 살인보다 더욱 엄격히 처벌하고 있지만, 미국인들은 담배보다 불법마약을 구입하는데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포르노를 승인하지 않고 있지만, 노골적인 섹스 비디오를 수출하는데 있어서 세계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미국의 공식경제는 침체되어 있지만 지하경제는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마치 1930년대 금주시대에 불법시장이 판을 쳤던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슐로서는 이런 지하경제 호황에서 세 가지 특정산업이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 농업에서 마리화나만큼 빨리 성장한 경우는 없었다. 미국 전체 인구에서 12세가 넘는 사람들 중 1/3이 마리화나를 피운 사실이 있다.
미국의 최대 합법 환금작물인 옥수수의 생산액은 190억 달러인 반면, 한 “믿을 만한” 수치에 따르면 마리화나 작물의 생산액은 250억 달러에 이른다. 전(前) 미국 마약수사국(DEA) '마리화나 퇴치 프로그램‘ 담당자였던 스티브 화이트(Steve White)는 현재 마리화나가 미국의 최대 환금작물이라고 보고 있다.
슐로서는 자서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마리화나 재배인이 북 캘리포니아나 하와이의 나이 든 히피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는 마리화나의 대다수는 애팔래치아와 대평원(Great Plains)을 하나의 벨트로 연결하는, 중부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이 ‘마리화나 벨트’ 전역에서는 마치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1821년에 창간된 이 잡지는 보수적인 미국 중산층의 대중잡지로 인기를 끌어왔다 - 옮긴이)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의 농부들도 마약재배에 합류하여 짭짤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가장 비싼 작물에 속하는 마리화나는 서부 해악 지역에서 고도의 과학기술을 사용하여 실내에서 재배되는 경우도 있지만, 최대 생산지역은 역시 중부 지역이다. 미국에서 마리화나 재배 인구가 30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조사도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자신이나 친구들을 위해 마리화나를 재배하지만, 생계를 위해 재배하는 경우도 10만에서 20만 명에 이른다.
마약을 금지하는 법률은 엄격하다. 2001년에 마리화나와 관련된 범죄로 12만 4천명이 체포되었으며, 대략 5만 명이 현재 수감 중이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마리화나를 재배할 경우 살인보다 훨씬 긴 형량을 선고받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마리화나를 생산하거나 구입한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중.고교 학생 중 89%가 마약을 구입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고 답했다.

미국에서 연간 하드코어 비디오 대여량은 1985년에 7,900만개에서 2001년에는 7억 5,900만개로 껑충 뛰었다. 비디오, 인터넷, 실제 성행위(live sex acts), 케이블 방송의 형태를 띤 하드코어 포르노는 약 10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금액은 헐리우드의 국내 흥행수익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미국인들이 스트립 클럽에서 쓰는 비용은 브로드웨이, 지역 극장, 오케스트라 공연장에서 쓰는 비용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스트립 클럽이 급속히 번지기 시작한 1970년대만 해도, 정부는 이 산업의 가치가 1,000만 달러 정도에 그친다고 보았다.
현재 포르노 산업에서 세계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국에서는 매주 211개의 필름이 제작되고 있다. LA지역은 포르노 산업의 중심지이며, 포르노 산업에 관계된 사람들 중 많은 이가 (이 점만 아니라면) 나무랄 데 없는 시민들이다.
포르노 배우인 니나 히틀리는 슐로서와의 인터뷰에서 “포르노 필름의 제작자나 제조업자들 주에서 공화당 지지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면 놀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포르노 필름에 출연하는 여성 중 대다수는 한 신(scene)당 대략 400달러를 받는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는 이 산업에 뛰어들길 희망하는 여성들이 넘쳐나고 있다.
인터넷은 수익성을 보장하는 새로운 판로를 열어 놓았다. 1997년에는 대략 22,000개의 포르노 웹사이트가 존재했으나, 현재에는 그 숫자가 30만개 가까이 되며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100만 명 가량의 불법 농업 노동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멕시코에서 이주한 29세의 노동자가 가장 평균적인 노동자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불법 이민자들은 대략 800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들 중 많은 이가 지하경제를 통해 현금으로 보수를 받고 있다.
이들 중 많은 이가 매우 뒤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농업지역의 중심지 솔레다드(Soledad)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마을 공식 인구의 1/8에 해당하는 1,500명이 차고에서 살고 있었다. 물론 상호적인 경제 이익은 존재한다.
슐로서는 이렇게 쓰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오랫동안 멕시코의 잉여노동을 흡수해왔다. 반면, 멕시코인들은 퇴직한 캘리포니아 농업 노동자의 자리를 매꾸어 주는 대신 교육, 의료비를 지불할 수 있었다.... 현재와 같은 이주 농업 노동자의 빈곤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매년 평균적인 미국인 한 가구당 50달러를 절약해주는 것과 같다.”
고용주가 불법 노동자를 통해 이득을 챙기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노동자 중 28%가 현금으로 보수를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LA 카운티에서는 더욱 더 그럴 것이다.

슐로서는 마리화나와 포르노 산업이 불법인 이상 지하경제는 앞으로도 계속 번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살인보다 마리화나 사범을 더욱 가혹하게 처벌하는 사회는 심각한 정신이상 증세에 빠져있는 것이다.... 검은 시장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공적인 도덕성이 사적인 도덕성과 일치할 때, 검은 시장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쇠퇴할 것이다. 지하경제는 한 국가의 진보와 건강성을 측정할 수 있는 좋은 바로미터다. 많은 것이 잘못 돌아가고 있을 때, 그 잘못된 것들은 자신의 모습을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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