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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재산권 제도의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역할에 관한 비판적 고찰

지적재산권 제도의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역할에 관한 비판적 고찰


윤성식, 고려대 과학학 협동과정 석사과정

1. 들어가는 글
지적재산권 제도에 대한 논의는 정형화된 제도를 통해 지식을 권리화하는 문제이다. 지식은 무체물 권리 객체로서의 지식이 무엇인지 규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권리 객체가 되었을 경우에도 보호하기 힘들다. 지식의 이런 특성은 지식에 대한 경제적 관점에서 지식에 대한 투자와 이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는 제도로서 지적재산권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지식에 대한 권리에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이 정당한가란 문제와 함께 지적재산권 제도의 필요성, 효율성 그리고 윤리적 측면이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적재산권 제도는 보이지 않는 정신적 노력의 성과를 권리화하는 것이기에 각 사회의 고유한 가치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9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선진국들의 주장에 따라 지적재산권의 범세계적인 통일화가 가속되고 있지만, 자국의 실정에 따른 제도화가 아닌 강요에 따른 제도의 변화와 도입은 필연적으로 이런 가치차이에 따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같은 제도이지만 그것을 운영하는 주체가 다른데 그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통일화의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이런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충돌'이라 하고, 이 충돌을 먼저 두 가지로 생각해 보려 한다. 하나는 서구적 가치기준을 통해 만들어진 지적재산권 제도가 도입되며 나타나는 가치 충돌이며, 다른 하나는 지적재산권 제도 안에서 일어나는 기술확산과 독점간의 충돌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는 지적재산권의 다양한 영역중 하나인 특허제도를 살펴보려 한다. 우리의 관심이 포괄적인 지식보다는 과학기술이라는 지식에 더 가깝다는 것과 특허제도가 지적재산권 전반의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특허제도를 중심으로 지적재산권 제도를 보려 한다. 그리고 특허제도 문제를 다룰 경우 앞서 제기된 기술확산과 독점간의 충돌 문제는 다시 경제 정책적인 측면과 과학기술의 상업화에 대한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특허제도를 통한 독점의 효과, 특허기간, 특허범위, 발명자가 특허제도를 이용하는 정도의 문제가, 과학기술의 상업화 측면에서는 공공재인 과학기술의 발명에 독점권을 부여하는 문제 등이 다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각각의 문제에서 제기된 모든 것을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는 특허제도의 역사적 발전과정과 이를 통해 현재 만들어진 특허제도의 특성 그리고 특허제도와 관련된 다양한 논의들을 넓게 살펴봄으로써 특허제도 전반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 특허제도의 발전 과정
중세에는 자연에 대한 비밀이 모든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이 아닌 그것을 알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만 공개되어야 한다고 생각되었고, 과학혁명 이전까지 과학기술은 특정인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개되었다. 이후 16세기와 17세기에 들어 인쇄, 과학탐구를 위한 협력제도, 특허와 같은 발명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메커니즘이 만들어지고, 과학기술은 점차 폐쇄된 지식에서 공공적 지식 개념으로 바뀌어 갔다. 특허제도 또한 이런 흐름과 함께 변화했다. 특허의 기원에서 발전과정에 이르기까지 특허제도는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 경제 그리고 대중의 인식을 반영, 이를 바탕으로 변화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특허제도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통해 살펴보겠다.
① 특허제도의 기원
특허라는 개념은 15세기 이탈리아 베니스 지방에서 처음 등장했다. 르네상스 시기의 기술자들은 자신의 발명이 공개될 경우 발명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잃어버릴까 두려워했다. 그 결과 발명의 기술적 내용은 암호 등의 일반화되지 않은 방법으로 표현되었다. 하지만 이후 새로운 발명이 비밀로 숨겨져 있는 한 기술 등 지식의 발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장되었다. 그리고 이런 인식의 변화는 15세기 이탈리아 베니스 지방을 중심으로 발명에 대한 권리를 국가가 보장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최초의 공식적인 특허법은 1474년 베니스 지방에서 제정되었으며, 이 당시 베니스 특허법은 현대 특허제도가 가지고 있는 발명에 대한 조건인 새롭고, 유용하며, 고안된 것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요구했고, 특허의 보호기간을 10년으로 하여, 누구든지 이 기간 동안은 특허 받은 발명을 모방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활발한 무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베니스 지방에서 최초의 특허가 나타난 것은 당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장인들을 외부로부터 끌어 모아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경제정책의 일부였다. 이렇게 시작된 특허제도는 이후 16세기에 이르러 이탈리아 유리제조업자를 중심으로 일반화되었다. 당시 이탈리아 유리제조업자들은 자신의 기술이 가지는 재산적 가치를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 가치를 이탈리아 지역을 너머 다른 지역에서도 보호받길 원했다. 그 결과 베니스 유리제조업자들의 활발한 무역활동을 통해 전 유럽에 베니스 특허법이 전 유럽에 퍼지게 되었다.
② 특허제도의 발달과정
16세기에 유럽전역으로 확장된 특허제도는 이후 18세기에 북아메리카와 유럽의 대부분 지역에서 변화하는 과도기를 맞이한다. 1852년까지 영국에서는 16세기에 제정된 특허제도가 거의 변함없는 모습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영국은 16세기에 유럽대륙에 있는 기술자들에게 독점·배타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대륙의 기술을 영국으로 도입하기 위해 특허제도를 도입하였다. 이런 목적으로 시작된 영국의 특허제도는 이후 17세기와 18세기초까지 특권층이 사적이익을 충당하는 도구로 전락하였다. 그 결과 이후 독점에 대한 무분별한 사용을 제한하는 '독점에 관한 법'이 만들어지고 여기서 특허권은 몇 가지 제한을 가진 독점권으로 변하였다. 이후 크롬웰 정부가 들어서자 특허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이의가 제기되었고, 이에 따른 특허제도의 변화 이후 실제적인 특허제도의 이용은 제한되었다. 제한의 주된 원인은 특허권을 통해 일정기간 독점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국가에 일정한 요금을 내야하는 조항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영국의 특허제도는 프랑스에 비해 더 많은 자유를 보장하고 있었다. 영국의 경우 특허출원자의 발명내용에 대한 엄격한 사전 조사가 없었다. 대신 특허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에만 특허의 내용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하였다. 반면 나폴레옹 시기와 혁명기를 거치면서 국가 개입주의가 강화된 프랑스는 특허를 취득하기 전 특허내용에 대한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졌다. 특허심사는 프랑스의 파리 아카데미에 의해 진행되었다. 18세기에 이르러 이런 관행은 제도화되었고, 파리 아카데미에 의한 발명 내용의 사전 조사는 특허권을 부여받기 전에 발명의 내용을 공공화하는 효과를 가졌다. 이외에 프랑스는 영국과 다른 몇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프랑스의 특허제도는 특허권을 가진 발명가에게 다른 사람이 그 발명을 발명하기 전까지 발명을 사용할 것을 요구하였다. 영국 특허법에도 16세기와 17세기에 이런 조항이 종종 보였지만 18세기 영국 특허법은 특허권자가 영국에 거주하거나 또는 그의 특허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자유로운 특허조건에 대한 우려가 영국 내에서 커지자 이후 강제사용허락 조항(1883)과 강제실시권 조항(1907)이 각각 영국 특허법에 삽입되었다. 이런 영국 특허법의 특성은 당시 자유로운 사회분위기의 영향과 함께 상당한 산업화를 초기에 이룬 영국이 가진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 반면 프랑스는 영국에 비쳐 뒤쳐진 산업을 강화하기 위해 영국내 기술자들과 제조업자들이 프랑스에 정착하도록 도왔으며, 이런 산업정책이 특허에도 반영되어 특허의 권리화보다는 특허의 사용과 이를 통한 기술확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영국 특허법의 자유로운 모습은 프랑스 특허법에도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는 1844년 특허제도 갱신을 통해 특허에 대한 면밀한 사전 조사보다는 단순한 등록을 통해 특허를 취득하는 영국의 관행에 가깝게 변하였다. 이는 국가의 지나친 간섭으로 자국내 기술자들이 프랑스보다는 영국에서 자신들의 기술을 상업화하기 원했던 것에 대응한 조치였다.
③ 산업혁명기의 특허제도
산업혁명이 일어나자 17∼18세기에 미비하게 존재했던 특허제도에 다시 한번 관심이 모아졌다. 산업혁명과 이후의 변화과정을 통해 과학기술의 경제적 가치와 산업에 사용되는 과학기술의 내용이 크게 변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특허제도에도 영향을 미쳐, 산업혁명 시기의 특허제도는 이전과 달리 특허권자에게 자신의 발명을 명확하고, 완전하게 기술화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는 중대한 변화로 특허가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인식이 변했음을 의미했다. 이전까지 특허제도를 통한 사회적 이익은 새로운 기술이 발명가의 이주나 발명 완성품의 공개 또는 사용허락을 통해 자국 시장에 도입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발명의 내용이 점차 복잡해지자 18세기말에 이르러서는 발명을 통한 중요한 이익이 발명가에 대한 특허 이면에 놓인 기술적 노하우에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에 따라 특허의 경제적 역할은 생산된 제품을 시장으로 도입하는 것에서 기술에 대한 새롭고 유용한 정보를 도입하는 것으로 변하였고, 이 기술적 노하우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특허내용에 대한 자세한 기술을 요구하게 되었다. 영국의 경우 1734년부터 특허권자에게 발명에 대한 상세한 기술적 설명이 적힌 특허명세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18세기 중반까지는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대해 엄격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 대신 특허에 대한 소송이 제기될 경우 법원에서 특허명세서를 면밀히 검토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후 18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특허심사에서 특허명세서를 중요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술확산의 측면에서 특허명세서의 역할은 제한되었다. 이는 특허가 만료될 때까지 특허명세서의 공개가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영국은 1794년부터 제한적으로 전체 특허명세서중 일부분의 내용을 공개하도록 하였다. 누군가 특허명세서를 요구한다면 특정 기술에 대한 전체 명세서를 구입할 수는 없었고 단지 일부분의 복사본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이 분량은 전체 특허명세서 중 약 1/4정도에 해당되었지만 그나마 전체 내용 중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한정하였기에 특허명세서 공개의 기술적 효과는 적었다. 더욱이 프랑스의 경우 명백한 규정으로 특허명세서의 공개를 금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특허제도를 통한 기술의 확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특허명세서는 당대가 아닌 후대의 기술적 참고 자료 역할을 하고 있었다. 특허제도를 기술확산에서 특허명세서의 역할은 이후에도 중요한 논의 대상이 된다. 기술을 통한 완제품이 아닌 기술 자체에 대한 정보에 대한 요구로 특허명세서에 대한 규정이 바뀌었지만, 모든 기술에 대한 지식이 특허명세서를 통해 표현될 수 없기에 그러하다. 이의 자세한 내용은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
④ 19세기 미국의 특허제도
19세기 미국에서는 경제발전을 위한 기업과 사적재산권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었다. 경제적 가치가 법에 반영되어, 각종 법이 유용성을 법 해석과 판단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법이 가지는 최상의 가치는 기업이 법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었다. 법 또한 경제성장을 일으키는 중요한 수단이 된 것이다. 미국은 1640년에서 1776년까지 영국의 특허법 개념을 받아들였지만, 19세기초만 하더라도 미국의 특허법은 미비하게 운영되었다. 18세기에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발명의 사용에 무관심했으며, 최신 기술을 사용하기 꺼렸다. 이 당시 미국인들은 미국의 번영에 발명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의 기술에 대한 이런 인식은 19세기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기술의 가치가 낮게 인식되는 당시 상황에서 판사들은 특허심사의 기본 요건이 되는 유용성을 비도덕적인 것과 대비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삶의 도덕적 가치를 특허 여부를 결정했던 당시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은 전통사회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협적인 요소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발명이 경제발전을 도울 수 있고, 법이 경제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라났다. 그리고 이런 믿음이 점차 확산됨에 따라, 1826년 판결(Earle v. Sawyer, 4 Mason 6, 1826)에서 "발명은 반드시 유용해야 한다. 이는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 아닌 좋은 목적에 사용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로 유용성이 다시 해석되었다. 그리고 유용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바탕으로 특허는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재산권으로 자리잡아 갔다. 많은 미국인들이 특허가 기술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인정했다. 대법원 판사는 판결(Raymond, 31 U.S.(6 Pet.) 218(1832))을 통해 특허법의 이익을 "이 법의 중요한 목적은 개인의 발견으로부터 나오는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라 하여 특허법의 목적을 명확히 하였다. 하지만 1836년 미국 특허법의 개정 이전까지 특허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공익 측면을 강조한 결과 많은 발명가들이 특허제도를 통해 돈을 벌기는 힘들었다. 1836은 특허법 개정은 특허침해에 대한 소송을 용이하게 하고, 특허의 매매를 간단히 하는 등 발명가의 이익 부분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이 개정 이후 미국의 특허제도는 급격하게 성장하였다.
⑤ 반특허운동
19세기 말에는 당시에 일어났던 자유무역운동에 힘입어 인위적인 독점을 반대하는 반특허운동이 1850년에서 1873년 사이에 유럽지역에서 일어났다. 이 운동은 특허의 경제적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였고, 그 결과 네덜란드(1869∼1912)와 스위스(1850∼1907)는 이 기간 이후 상당 기간 특허제도를 폐지하거나 초보 수준의 특허제도를 유지하였다. 하지만 독점에 대한 반대는 19세기말의 공리주의적 견해를 통해 지적재산권 보호를 합리화하는 주장과 이후 공항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및 민족주의의 대두로 말미암아 곧 사라지게 되고 대부분의 국가가 특허 등 지적재산권 제도를 제도화하게 되었다. 이 당시 일어난 반특허운동이 오늘날과 같은 '과학기술의 공공화'에 대한 개념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유럽 각국의 산업화 정도가 다른 상황에서 선진공업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여야만 했던 유럽의 후발공업국들의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반특허운동이 나타났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른 면에서는 유럽에서 이미 상당한 정도로 특허를 통한 기술의 권리화가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반증한다.
⑥ 현대의 특허제도
유럽대륙을 중심으로 한 특허제도의 발전과 확산은 이후 국가간 각종 협약이 체결되는 형식으로 이어졌다. 1883년에는 산업재산권에 관한 파리협약이 체결되었고, 1886년에는 저작권에 관한 베른협약이 만들어졌다. 1892년에는 스위스 연방정부의 감독하에 있던 이 두 협약을 관리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통합하여, 지적재산권 보호 국제합동사무국(BIRPI)이 만들어지게 된다. 1967년 파리협약과 베른협약 등이 개정될 때 세계적 수준에서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촉진할 목적으로 한 국제기구의 설립조약이 체결되었고,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였다. 이후 WIPO는 UN과의 협정을 통해 1974년부터 UN의 전문기관으로 인정되었다. WIPO 국제사무국은 BIRPI의 후계기관이 되었으며, 파리협약과 베른협약 이외에 여러 협약에 대한 효율적 관리를 맡게 되었다. 이후 UR협정을 통해 지적재산권의 국제화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그 결과 맺어진 WTO체제 내의 TRIPs협정(1994)이 오늘날 전세계적인 지적재산권에 대한 규범으로 정해지게 되었다. TRIPs협정은 기존 규범(파리협약, 베른협약 등)을 수용하여 지적재산권 제도를 국제화시키려는 선진공업국의 오랜 노력의 결과였다. TRIPs협정 중 특허권에 대한 내용에서는 협정 회원국들이 어떠한 기술분야를 특허의 대상으로부터 전반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는 것과 일단 특허권에 권리가 부여되었을 경우 발명의 장소에 따라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두었다. 이는 이전까지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각국마다 독립된 특허제도를 운영했던 것에서 점차 통일된 특허제도를 이루어 가는 큰 전환점이 되었고, 그 결과 선진국의 발명가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자신의 발명에 대한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전까지는 각국에 따라 특허를 허용할 것인가의 여부가 문제가 되었지만, TRIPs협정 아래에서는 특허에 대한 보호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의 보호강도가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그리고 TRIPs협정은 지적재산권에 관해 분쟁이 생겼을 경우 협정에 명기된 분쟁해결 방법에 따라 무역보복방법 등으로 분쟁을 해결하도록 하여, 실제적인 문제해결 방식의 권한을 선진국에 부여하게 되었다. 특허제도에 대한 역사적 고찰에서 특허제도는 발명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보다는 국가의 경제정책적인 측면에서 도입, 운영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특허제도의 기원에서 현재까지 특허제도가 경제정책의 한 도구가 된다면, 전세계적인 특허제도의 통일화는 결국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정책으로의 통합으로 생각할 수 있다. 진정한 권리자에 대한 보호와 국가 산업정책으로서 특허제도를 구분하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중요할 것이다.
3. 특허제도의 특징
특허법은 공익과 사익의 충돌 속에서 양자의 이익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특허법에 나타난 공익은 발명의 보호를 통해 기술의 공개를 유인하고 이를 통해 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것이며, 사익은 발명가 또는 발명기업이 발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다. 특허제도를 통해 얻어지는 사익은 크게 자연권설과 산업정책설로 설명된다. 자연권설은 인간이 자신의 신체에 대해 자연적인 소유권을 가지고 있기에 인간의 지적 노동을 통한 지적산물의 소유권을 긍정하는 입장이고, 산업정책설은 특허제도가 일반 대중의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한 경제적 원리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정책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특허제도를 어떤 관점을 통해 바라보는가에 따라 이후에 볼 특허제도와 관련된 논의는 크게 달라진다. 자연권설을 강조할 경우 과학기술을 인류의 공통자원이라 생각하는 개도국이나 후진국의 입장이 약화되는 반면, 산업정책설을 강조할 경우 발명가의 권리는 각국의 산업 상황에 따라 다르게 된다. 특허제도에 대한 역사적 고찰에서는 주로 각국이 기술도입과 확산을 통한 국가 또는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도구로 특허제도를 도입했다. 따라서 특허권은 자연권보다는 일종의 보상 형태로 나타나며 이는 산업정책설로 설명이 된다. 하지만 특허제도를 자연권설이나 산업정책설 중 어느 한가지로 고정시켜 설명하는 것은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발명에는 분명 개인의 정당한 노력이 포함되어 있고, 이 결과의 사용과 확산에 대한 보상은 이런 노력의 대가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위 지식기반경제, 지식사회 등 지식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변화 추세는 양설을 적절히 보완할 필요를 제기한다. 즉 과학기술이라는 공공재를 사용한 발명 작업에 투입된 발명가의 노력에서 어떤 부분이 공공재이고, 어떤 부분이 노력의 산물인지를 구분하는 제도적 정교함이 요구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공익과 사익간의 이익을 조정하는 것인 동시에, 특허제도를 설명하는 산업정책설과 자연권설 두가지 입장을 조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하에서는 이런 관점을 가지고 현재의 특허제도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포괄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특허법에 나타난 공익 요소
① 특허법의 목적 : 특허법 1조 1항에서 "이 법은 발명을 보호, 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고 산업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는 기술의 이전, 확산을 통한 기술의 광범위한 사용과 이를 통한 산업발전이 특허법의 목적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15세기에 최초의 특허제도가 도입되었던 이유, 16세기에 영국에 특허권이 도입된 이유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처음 특허제도를 도입한 배경이 된다. 그런데 이런 특허법의 목적이 한 국가 안에서 적용되는 경우와 전세계적인 단위에서 적용되는 경우에 따라 그의 영향이 다르게 된다. 선진국은 전세계적인 단위에서는 경제발전을 위해 지적재산권의 강화를 주장한다. 하지만 국가 단위와는 다르게 전세계적 단위에서는 지적재산권의 강화가 국가간 종속을 낳을 수 있다.
② 특허명세서의 공개 : 특허는 출원된 후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일반 대중에게 특허명세서의 기재사항, 특허관련 도면을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이 특허명세서에는 이 내용을 보고 해당 기술분야의 전문가가 그 발명을 재현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기술정보를 기재해야 한다. 산업혁명 시대 이전에는 주로 외국기술자를 자국에 유치하고, 이들을 통해 기술개발을 하는 것이 특허제도의 중요한 역할이었다. 따라서 특허명세서와 같은 부분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발명의 내용이 점차 복잡해지자 특허명세서에 실질적인 발명의 내용이 상세하게 기록될 것이 요구되었다. 특허제도를 통한 기술확산에서 중요한 부분이 특허의 실시와 특허명세서의 공개이다. 따라서 특허와 관련된 논쟁의 많은 부분이 특허명세서와 관련되어 있다. 특별히 기술정보가 기호화와 관련, 발명 등 기술개발에서는 기호화되지 않은 암묵적 지식이 중요하다. 하지만 노하우 등의 암묵적 지식이 특허명세서에 기재될 수 없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특허를 통한 기술확산의 효과가 제한적임을 의미한다.
③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범위 : 특허법 96조에서는 연구 또는 시험을 위한 특허의 사용과 특허출원시부터 국내에 있던 물건에는 특허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하였다. 따라서 특허의 독점권은 새로운 발명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부분으로 제한된다. 새롭게 만들어진 내용이 기업 또는 학교의 실험 등 공공 부분에서 사용될 때 특허권은 효력이 없다.
④ 강제실시권 : 특허권자가 특허발명을 일정기간 사용하지 않거나, 남용하는 경우, 해당 특허권의 일부를 사용하려는(저촉) 다른 특허권자에게 부당하게 자신의 특허권에 대한 사용을 허락하지 않는 경우 또는 전시 기타 비상시에 있어서 특허발명을 특허권자의 허락 없이 사용하게 할 수 있다. 이 조항은 특허권자가 자신의 발명을 혼자 이용하고, 그 기술적 내용을 확산시키지 않는 경우를 제한하기 위한 조항이다. 특허제도를 통한 기술확산에서 중요한 역할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특허명세서를 통한 기술정보의 공개와 해당 발명의 사용을 통한 기술정보의 확산이다. 발명에 관한 내용은 실시를 통하여 다른 기업, 사람에게 학습되고 이것이 사회 전반의 기술수준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그리고 이런 효과를 목적으로 특허법은 명시적으로 '실시', 즉 특허발명의 사용에 관한 규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특허법은 명시적으로 이 실시의 유형을 분류하였는데, 이중에는 '수입'에 의한 사용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후진국의 경우 선진국 기업이 자국에서 생산된 완제품을 수입에 의해 실시하는 경우, 실시에 따른 기술의 학습효과를 얻을 수 없다.
⑤ 특허권의 기간 제한 : 일반적으로 유체물에 대한 권리는 절대권으로 그 시기와 활용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특허권은 특이하게 그 소유가 일정 기간으로 제한된 무체재산권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과학기술이 공공재라는 가정에서, 공공재를 가공한 발명가에 대한 보상으로 특허권을 생각하고 이의 소유와 사용에 일정한 제약을 가하는 경우이고, 둘째는 새로운 발명과 이를 통한 기술확산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특허권을 생각할 수 있다. 즉 원래는 없는 권리이지만 발명을 유인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권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상의 몇 가지 조항을 통해 특허법에 나타난 공익적 요소를 살펴 보았다. 제도는 제도적 관성을 가지고 움직인다. 이 관성은 제도가 처음 만들어진 배경에서, 제도를 둘러싼 다양한 환경의 영향, 제도에 대한 논의가 영향을 미쳐 만들어낸다. 따라서 제도의 역사와 제도의 현재적 특성을 살피는 것은 우리로 제도를 둘러싼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보게 해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특허제도 자체에 담긴 특성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제도적 명시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 특허제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특허제도의 목적인 기술확산을 감당하고 있는가에 있다. 이와 관련해 많은 논의가 있다. 아래에서는 이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4. 특허제도와 관련된 논의들
① 독점의 효과에 대한 논의
1930년대 들어 슘페터는 과학기술을 통해 경제성장을 설명하였다. 그는 경제성장은 잉여이익을 구하는 기업가의 기술혁신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하고, 이런 잉여이익은 각각의 기술혁신에 부여되는 일시적인 독점적 지위로부터 생겨, 혁신된 기술에 대한 모방자가 시장에 들어올 때까지 지속된다고 하였다. 슘페터는 기업이 독점을 통해 시장에서 과점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기술혁신을 위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슘페터의 입장에서 특허제도는 발명가의 독점적 지위를 제도적으로 강화하여 기술혁신을 통한 경제성장을 일으키는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채택된다. 하지만 현대에서 발명가의 독점적 지위는 주로 대기업을 통해 획득된다. 그리고 대기업은 산업에 대한 독점권 행사를 위해 더 많은 특허를 모으고 이를 통해 산업에 대한 신규진입자를 제지하고, 이 결과 산업에서 개인 발명자 또는 중소기업에 의한 새로운 기술의 창작이 방해받을 수 있다. 그리고 특허에 의한 독점의 강화가 이후의 후속 기술개발에 장애가 된다면 이는 특허제도의 목적이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허제도는 단순히 발명가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이를 통해 기술의 확산을 촉진하여 또 다른 기술혁신이 일어나도록 돕는 역할을 가지기 때문이다.
② 공공재인 과학기술에 대한 독점권 부여의 문제
과학기술의 공공재적 성격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권리가 어디에 귀속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는 과학기술 자체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를 넘어 과학기술의 성격이 점차 복잡해지는 현대에서 하나의 과학기술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정보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과학기술 생성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의 발명은 보이지 않은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발명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 결과 특허 등 지적재산권의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가를 판단하는 문제가 어려워지고, 이는 국가간, 기업간, 기업과 대학간의 협동연구가 일반화되는 시점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현재는 이에 대한 판단을 획일화하여 한국, 일본 등은 먼저 특허출원을 하는 자를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실제적인 선발명자를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다 특허에 대한 권리는 독점권으로 보호되기에 이에 대한 다른 기여자의 권리는 무시될 수 있다. 또한 선출원자를 보호하는 한국과 같은 제도하에서는 발명자에 대한 명확한 구분 기존은 있지만 실제적인 발명자가 아닌 자가 특허권자가 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리고 이의 간접적인 영향은 상업화 단계에 있는 협동연구와 이 협동연구에 대한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제한하므로 결과적으로 과학기술의 확산을 제한하는 부분이다. 물론 이는 과학기술의 상업화 자체가 주는 영향이지만 과학기술의 성과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분명 중요한 영향요소일 것이다. 위에서 언급된 과학기술 성과에 대한 권리귀속 문제는 더욱 확장되어, 후진국의 농업 관련 부분으로 옮겨질 수 있다. 다국적 기업이 생명공학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키는 가운데 후진국에 이전부터 있어 왔던 고유한 농업기술을 자신의 특허권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 이는 다국적 기업은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농업기술에 대한 주장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약간의 변형 또는 응용과 이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통해 이미 오랜 시간 사용되고 있던 농업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주장할 것이다. 이는 과학기술에 대한 권리가 제도화된 과정을 통해 획득되는 것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즉 서구의 기술문화와 함께 시작된 특허제도는 자신의 방식으로 과학기술에 대해 인식하지 않는 방법을 인정하지 못하기에 고유한 창의력 등은 인정되지 못한다.
③ 특허제도에 대한 다양한 입장 : 선진국과 후진국의 입장
선진공업국은 후진국에 대해 다양한 수단을 통해 특허제도의 강화를 요구해 왔다. 특허제도는 이미 국가와 국가간 무역정책의 일환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후진국에 특허제도의 강화를 요구하는 선진국의 입장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선진국은 특허제도가 강화되면,
첫째, 개발도상국 기업이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증가할 것이다.
둘째, 선진국으로부터 개발도상국으로의 특허를 통한 기술확산이 촉진 될 것이다.
셋째, 개발도상국에 대한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창출하여 개발도상국의 산업 및 기술발전을 일으킬 것이다.
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선진국은 지적재산권의 강화가 전세계적인 경제 후생을 증진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지적재산권 강화에 대한 요구는 1993년에 타결된 TRIPs협정을 통해 구체화되고, 전세계적으로 통일된 지적재산권 제도를 만드는 배경이 되었다. 이에 반하여 개발도상국 또는 기술후진국은 특허제도의 약화를 주장한다.

개도국과 후진국의 주장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하면,
첫째, 지적재산권 관련 협정은 선진국에게는 공평하지만 이를 조약 체결전부터 기술력에 차이가 있는 개발도상국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실제적으로는 불평등이다.
둘째, 선진국은 개도국과 후진국에 출원한 특허를 사용하여 독점적 지위만을 누릴 뿐 기술확산의 파급효과를 일으키지 않는다.
셋째, 일정한 기술능력을 갖추지 못한 이상 후진국에서 특허발명을 사용하여도 선진국의 노하우를 얻을 수 없기에 기술의 국산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개도국 또는 후진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중요한 지표로서 특허된 기술의 실시율이 있다. 많은 개도국 또는 후진국에서 선진국의 특허가 독점적 지위만을 가지고 이의 실시를 하지 않거나, 실시를 하여도 법적 실시 유형중 하나인 '수입'을 통한 실시를 하므로 실제적인 기술의 사용에 의한 학습과 이전, 확산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개도국과 후진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제실시권을 통해 선진국의 특허를 실시하는 대안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지적재산권에 대한 국제협약인 파리조약에서는 일정기간내 강제실시권의 발동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이런 실시율과 관한 기존 연구에서는 1980년대 초까지 개발도상국에 등록된 특허의 84%는 선진국이 소유하고 있고 이중 약 5∼10%만이 개발도상국의 생산에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 앞서 언급한 강제실시권과 함께 개발도상국은 개발도상국에서의 '배타적 강제실시권'을 제안하여, 특허권자 자신의 기술사용 자체도 배제하여 특허권자는 저가의 기술임대료만을 얻도록 하려 했으나 선진국의 반대로 타결되지 못했다.

④ 특허제도를 통한 기술확산의 가능성
특허제도를 통한 기술확산은 크게 세가지 경로를 통해 이루어진다. 첫째, 기술임대 또는 로열티를 받고 특허된 기술의 상업적 사용을 허락하는 것이고 둘째, 특허명세서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이 기술정보로 활용되는 것이며 셋째, 특허내용을 자국내에서 사용하여 기술에 대한 학습효과로 기술확산을 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의 문제는 높은 임대료 등으로 그 확산이 제한될 수 있으며, 세 번째의 경우 앞서 본 것과 같이 낮은 실시율이 문제가 된다. 두 번째 기술확산의 방법으로 특허명세서의 경우는 개발도상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중요한 기술정보의 원천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과학기술 지식이 기호화될 수 없기에 새로운 발명에 관련된 노하우 등의 암묵적 지식은 숨겨져 있다. 따라서 개도국의 기업이 자체의 기술능력으로 그 노하우를 찾아내지 못할 경우 기술의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기술확산의 방법론 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 기술정보가 특허되고, 이를 통해 확산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화학, 제약 산업의 경우 기업의 발명을 특허화하는 비율이 높지만, 전자 산업 등은 낮은 특허 비율을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내 12개 산업분야의 100개 회사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의약품 65%, 화학 30%, 석유화학 18%, 기계 15%로 특허 보호가 발명의 보호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Mansfield, 1986). 이는 화학, 제약 등의 경우 발명의 완성품을 통해 발명의 기술적 정보가 쉽게 파악될 수 있는 반면 기계 산업에서는 완성품을 통한 기술정보의 획득에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다시 생각하면 특허출원되는 기술분야는 특허제도를 통해 기술정보가 공개되지 않더라도 그 내용이 파악될 수 있는 것이기에 빠른 특허화를 통해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한편, 기계산업의 경우 기술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 특허가 아닌 비밀의 방식으로도 자사의 기술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기에 택하는 전략일 것이다. 따라서 독점의 대가로서 기술확산을 유도하는 특허제도가 특허외에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가능한 기술확산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과연 여기에 독점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할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의 650개 주요 기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한 선행연구에서는(Levin, 1987) 특허명세서를 통한 신기술습득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제법에서는 7가지 기술획득 방법중 5위를 제품에서는 7가지 방법중 6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⑤ 특허권의 보호 범위
TRIPs협정 등을 통해 특허 등 지적재산권의 침해에 대한 조치는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제는 어떤 발명이 특허를 받을 수 있는가의 문제보다는 특허를 어느 정도 보호받을 수 있는가의 문제가 중요해 진다. 즉 각국이 같은 제도를 가지고 있을지라도 이의 운영방법과 특허제도에 대한 정책에 따라 보호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의 대표적인 예가 특허분쟁에서 나타나는 특허침해범위에 대한 판단에서 나타난다. 한국과 일본 등 자국의 기초과학에 근거하여 산업발전을 이룬 것이 아닌 외국의 기술을 모방, 개량하여 산업발전을 이룬 나라는 산업정책상 특허권을 약하게 보호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으며, 그 결과 특허 청구범위를 좁게 해석한다. 반면 미국과 같은 나라는 특허 청구범위를 넓게 해석한다. 한국, 일본 등 전자의 경우에서는 특허청구항과 같은 내용만을 보호대상으로 하지만, 미국 등 후자의 경우는 특허청구항과 같은 가치를 가지는 대상도 특허의 보호대상으로 하여, 전자와 후자의 국가에서 같은 발명에 동시에 같은 내용으로 특허가 부여되어도 실제적인 특허권의 범위는 다르게 된다. 그리고 특허 침해 여부가 이 특허청구항에 의해 결정되기에, 특허에 관한 분쟁이 생겼을 경우 어느 지역에서 이에 대한 재판이 열렸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일본과 한국 등에서는 피고가 침해판결을 받을 확률이 큰 반면 미국은 이와 반대이다.
6. 맺는글 : 새로운 세계 환경에서 바라본 특허제도
미국은 1970년대 초까지 경상수지에 있어서 지속적인 흑자를 유지했다. 하지만 1984년에서 85년까지 적자폭은 454억 달러에 달했고, 1987년에는 총 1,596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경제상황 속에서 미국은 자국이 경쟁력을 갖춘 지적재산을 무역의 새로운 무기로 등장시켰다. 이런 배경하에서 새로운 지적재산권 관련 국제협약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 등 선진국의 경제적 이익 추구라는 가시적인 원인 이면에 보다 깊은 변화의 원인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원인을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성장한 산업사회가 지식사회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힘으로 생각할 수 있다. 지식경제, 지식사회 등 이런 현재의 변화를 설명하는 다양한 용어들이 있다. 하지만 새로운 사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아직 불분명하다. 몇 가지 예상되는 지식기반경제 또는 사회의 특성은 지식의 내용이 점차 복잡해지면서 이의 구성 또한 복잡한 기술주체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리라는 것이다. 하나의 기술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여러 분야의 기술주체간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이들의 협력 작업이 중요해진다. 그리고 이 협력은 의도된 것일 수도, 의도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간에 이루어지는 기술정보의 원활한 소통이다. 기술네트워크를 통한 기술정보의 활발한 교류와 이를 통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접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특허제도를 비롯한 지적재산권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지적재산권이 새로운 사회 구조 속에서 더욱 강조되는 기술확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의 문제이다. 그리고 만일 지적재산권 제도가 기술의 공개와 확산을 통한 사회 전반의 발전 없이 독점의 효과만을 누린다면 지적재산권 제도의 존립 근거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후의 지적재산권 제도에 대한 논의는 실증적인 분석을 통해 지적재산권의 역할이 어떻게 수행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국내에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다양한 논의는 있지만 이 제도의 효율성 등 보다 합리적 근거가 될 수 있는 기초 연구가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적재산권 제도에 대한 논의는 현실적이기보다는 외국 문헌의 자료를 통해 추상적인 지적재산권 제도가 가지는 위험과 문제, 이에 대한 대안이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후에는 이런 부분이 개선되고, 보다 실질적인 논의가 발전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상의 논의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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