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읽는 라디오 '내가 우스워 보이냐?' (23회)

 

읽는 라디오 ‘내가 우스워 보이냐?’ (23회)

 

 

 

1

 

슈!슈! 슈팅스타

뚜뚜 뚜뚜뚜 뚜뚜

슈팅스타 뚜뚜 뚜뚜뚜 뚜뚜 슈팅스타

 

중랑천에서 무술 연습하던 (아뵤~)

주성치는 음악이 없다 투덜 투덜 투덜 (투덜 투덜 투덜)

지나던 내게 음악이 없냐며 물어보길래 (으으~)

주성치 좋으라고 노래 한 자락을 부르네

 

RIVER

Dance on the river

with me

 

RIVER

Dance on the river

with me

 

슈!슈! 슈팅스타

뚜뚜 뚜뚜뚜 뚜뚜

슈팅스타 뚜뚜 뚜뚜뚜 뚜뚜 슈팅스타

 

밤 새워 춤을 추고 노래하고

주성치는 무술 연습 하나 하지도 못하고 집에 갈 시간 (어~)(흑)

중랑천에서 배를 타고 홍콩으로 떠나는

주성치에게 노래 한 자락을 불러 주는데

 

RIVER

Dance on the river

with me

 

RIVER

Dance on the river

with me

 

슈팅스타

슈팅스타

슈팅스타

슈팅스타

 

홍콩에 돌아가서 무술 연습하던 주성치

내 노래가 없으면 연습이 안 된다고

투덜 투덜 투덜 투덜 투덜 (투덜 투덜 투덜)

투덜 투덜 투덜 투덜 투덜

투덜 투덜 투덜 투덜 투덜

 

슈팅스타 

 

 

읽는 라디오 ‘내가 우스워 보이냐?’ 스물세 번째 방송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슈팅스타’로 시작했습니다.

중랑천에서 무술연습을 하던 주성치에게 불러줬더니 푹 빠져버렸다는 노래입니다. 하하하하

진지하게 잘난 척 폼 잡지 않으면서도 은근슬쩍 잘난 척 하는 모습이 귀엽게 다가옵니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살며시 미소가 지어지면서 중간에 반복되는 “슈팅~스타”라는 부분을 자연스레 흥얼거리게 됩니다.

이런 발랄함과 자신감이 인디벤드의 최대 장점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말랑말랑한 솜사탕 같은 목소리로 각종 효과음까지 입으로 내면서 부른 노래를 글로 읽으려니 그 맛이 제대로 전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의 방송은 노래보다는 얘기가 중심이었는데, 오늘은 과감하게 음악방송을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음악이라는 게 읽는 장르가 아니라 듣는 장르이기 때문에 음악을 가사로만 전달해야 하는 것은 무척 난간한 문제이기는 합니다.

더군다나 오늘 들려드리는 노래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노래들이라서 더 고민스럽기는 하지만...

첫 곡으로 인디밴드의 노래를 선택하면서 ‘발랄함과 자신감’을 얘기했듯이 저도 오늘 방송에서는 생뚱맞은 발랄함과 무모한 자신감을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자! 별 볼일 없는 허접한 DJ가 나름대로 심열을 기울여서 선곡한 노래들의 세계에 한 번 빠져보실까요?

 

 

2

 

아아아아∼

우우우우∼

 

눈물이 쏟아져 앞을 볼 수 없어

가슴이 아려와 숨도 쉴 수 없어

 

왜~

왜 그럴까?

 

너에게 죽은 새를 선물할게

너에게 죽은 새를 선물할게

가슴이 아려와

너에게 죽은 새를 선물할게

 

나의 회로는 전부 폐쇄됐어

그래 이제 나는 다 망가졌어

 

불에 타는 심장을 선물할게

너에게 타는 심장을 선물할게

 

네가 다 망쳤어

네가 나를 망쳤어

네가 우릴 망쳤어

 

너에게 죽은 나를 선물할게

너에게 죽은 나를 선물할게

 

네가 준 상처 잘 받았어

고마와 고마와 고마와

너에게 피 흘리는 새를 선물할게

고마와 고마와 고마와

너에게 피 흘리는 새를 선물할게

고마와 고마와 고마와

 

나나나 나나나나나 나나나

 

너에게 죽은 나를 선물할게

너에게 죽은 나를 선물할게

너에게 죽은 나를 선물할게

피 흘리는 새를 선물할게

너에게 죽은 나를 선물할게

피 흘리는 새를 선물할게

너에게 죽은 나를 선물할게

피 흘리는 새를 선물할게

너에게 죽은 나를 선물할게

피 흘리는 새를 선물할게

 

 

이번 노래는 분위기가 완전 다르지요?

자우림이 부른 ‘새’라는 노래였습니다.

 

음악이라는 게 인간의 감정을 가장 밀도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기본 감정으로 ‘희노애락’을 얘기하는데, 우리가 평소에 듣는 무수한 노래들 중에 기쁘고 슬프고 즐거운 감정을 표현한 노래들은 넘쳐나지만 노여운 감정을 표현한 노래는 참 드믑니다.

분노를 즐거움이나 슬픔의 정서로 승화시키기 위해서 노래가 필요하다고 말해버리면 할 말이 별로 없기는 하지만, 때로는 분노를 분노 그 자체로 드러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예전에 80~90년대에는 록이나 힙합 장르의 음악들에서 분노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노래들이 좀 있었는데, 요즘에는 이런 노래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세상은 점점 더 분노로 휩싸이고 있는데 말입니다.

 

자우림의 ‘새’는 제가 아는 노래 중에서 분노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한 노래입니다.

김윤아의 가식적일 정도로 맑은 목소리에 싸늘한 감정을 잔득 담아서 “너에게 피 흘리는 새를 선물할게”라고 얘기하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돋습니다. 그리고 뒤 이어서 더 싸늘한 목소리로 “고마워”라고 반복하는 부분에서는 마치 주술처럼 내 가슴 속에 그 감정이 살아서 꿈틀거리곤 합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나 ‘피에타’의 조민수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표현력입니다.

그런데 이 노래를 계속 듣고 있다 보면 나에게 상처를 줬던 이들에게 복수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너에게 피 흘리는 새를 선물할게”라고 얘기하는 내 자신이 보여서 묘한 기분에 휩싸입니다.

마치 내가 내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아니면 나에게서 상처를 입은 누군가가 나한테 하는 말처럼...

 

자우림의 ‘새’와는 다른 색깔로 분노를 표현한 노래를 한 곡 더 듣겠습니다.

이적이 부른 ‘적(敵)’입니다.

 

 

하루에도 우린 몇 번씩 꼭 철천지원수를 만들지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그 적들의 등에 저주를

사실 생각하면 작은 일인데

그저 나의 발을 밟은 것인데

 

나아아 나

조금씩 난 미쳐 가고 있다

나 적 같은 건 내게 필요 없다

 

내 안에 자라는 증오는 또 무엇을 향한 것인지

이건 내 잘못이 아닌데 그 누군가가 나를 방해해

만인의 적들이 득실거릴 때 그때는 도리어 또렷했는데

 

나아아 나

조금씩 난 미쳐 가고 있다

나 적 같은 건 내게 필요 없다

나 조금씩 날 잃어가고 있다

 

나나나나

적 같은 건 내게 필요 없다

 

눈동자는 늙고 힘센 팔뚝 병들어

나 생의 변두리 흐느적거리며

똑같은 말만 뱉는다

 

나를 그대로 버리지마

조금씩 난 미쳐 가고 있다

나 적 같은 건 내게 필요 없다

 

나 조금씩 날 잃어가고 있다

나 적 같은 건 내게 필요 없다

 

적 같은 건 내게

적 같은 건 내게

적 같은 건 내게

적 같은 건 내게 필요 없다

 

 

3

 

제가 고등학생이었던 80년대 말에 블루스가 유행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신촌블루스를 비롯해서 이정선, 한영애, 엄인호, 이광조, 장필순 같은 가수들이 흐느적거리면서도 깊이 있는 음악을 들려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에는 블루스라는 음악의 세련된 이미지와 짙게 베인 우울한 정서가 멋있게 보여서 빠져들었던 점도 있었습니다.

제주도 섬놈이 보이게 ‘신촌블루스’라고 하면 대도시의 세련된 이미지가 연상됐기 때문이지요.

그 때를 생각하면서 한영애가 부른 ‘바라본다’를 듣겠습니다.

 

 

화려한 하루를 남기고 이미 불타버린

저 하늘 귀퉁이에 녹처럼 매달렸던 마음의 구속들

바라본다

 

숨 가쁜 계절의 문턱으로 이미 지나버린

저 들판 한가운데 산처럼 우뚝 섰던 마음의 연민들

바라본다

 

춤추는 욕망 모두 내 속에서 잠재우고

빈 가슴 빈 손으로 저 문을 나설지니

아 그렇게

자유가 된다면 사랑하리라 사랑하리라

 

춤추는 욕망 모두 내 속에서 잠재우고

빈 가슴 빈 손으로 저 문을 나설지니

아 그렇게

자유가 된다면 사랑하리라 사랑하리라 사랑하리라

 

그 뜨겁던 눈물의 의미를 사랑하리라

그 외롭던 생명의 향기를 사랑하리라

그 뜨겁던 눈물의 의미를 사랑하리라

그 외롭던 생명의 향기를 사랑하리라

 

눈물의 의미를 사랑하리라

생명의 향기를 사랑하리라 사랑하리라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하리라

 

바라본다

 

 

어떠셨습니까?

솔직히, 이 노래는 가사로만 읽게 되면 노래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하나의 노래에서 서너 가지 음색을 표현하는 한영애의 독특한 창법과 다양한 악기들이 세련되게 연주되는 그 맛과 깊이 있는 가사가 합쳐졌을 때 이 노래가 제대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요즘 ‘나는 가수다’에 나오는 한영애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 내공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지만, 20여 년 전의 한영애의 내공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특히, 젊은 한영애의 그 힘을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록 가수들처럼 고음에서 막 소리를 지르는 노래보다는 자유롭게 주절거리듯 하다가 기운을 모아서 힘을 줄 때 그 힘이 느껴지는 노래가 더 강하게 다가옵니다.

이 노래에서 힘을 빼고 주절거리듯 하다가 순간적으로 “바라본다”라고 기를 모아서 내뱉는 부분은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읽는 라디오에서는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운 힘과 매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를 읽는 라디오에서 읽는 것은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한영애의 독특하고 힘 있는 창법을 빼버리고, 여러 악기들의 세련된 연주를 빼버린 채 온전히 가사만을 보게 되면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한영애의 원곡을 모르더라도 이 가사만으로 여러 가지 가수의 여러 가지 버전의 노래가 머리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제가 고등학생 시절 이 노래를 들었을 때는 한영애의 창법과 세련된 연주에 정신이 팔려서 이 가사를 제대로 듣지 못했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소화하기에는 내용아 좀 어렵기도 하기요.

그러다가 이 방송을 준비하면서 이 가사를 처음으로 제대로 읽어봤는데, 장난이 아닌 가사였습니다.

혹시, 한영애의 부른 원곡을 모르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인터넷으로 원곡을 찾아서 듣기 전에 먼저 여러분의 머릿속에서 노래를 만들어보세요.

명곡이 만들어질 겁니다.

 

 

4

 

그대는 정말 아름답군

고양이~

빛나는 두 눈이며 새하얗게 세운 수염도

 

그대는 정말 부드럽군

고양이~

창틀 위를 오르내릴 때도 아무런 소릴 내지 않고

 

때때로 허공을 휘젓는 귀여운 발톱은

누구에게도 누구에게도 부끄럽진 않을 테지

캄캄한 밤중에도 넘어지지 않는

그 보드라운 발, 아픔 없는 꼬리, 너무 너무 좋을 테지

 

그대는 정말 아름답군

고양이~

고양이~

아~ 아~ 야옹~

 

높은 곳에서 춤춰도 어지럽지 않은

그 아픔 없는 눈, 슬픔 없는 꼬리, 너무 너무 좋을 테지

캄캄한 밤중에도 넘어지지 않는

그 보드라운 발, 슬픔 없는 두 눈, 너무너무 좋을 테지

 

우~ 우~

우~ 우~ 우~ 우~

때때로 허공을 휘젓는 귀여운 발톱은

캄캄한 밤중에도 넘어지지 않는

높은 곳에서 춤춰도 어지럽지 않은

 

 

시인과 촌장이 부른 ‘고양이’라는 노래였습니다.

이 노래는 제가 뭐라고 할 얘기가 별로 없습니다.

현란한 연주 없이 아주 편안하게 읊조리는데 경쾌한 고양이의 모습이 살아 움직입니다.

그 경쾌한 고양이의 모습 속에 삶이 아주 진하게 녹아 있습니다.

시인과 촌장은 가수가 아니라 철학자입니다!

이런 내공이 있었기에 ‘가시나무’와 같은 뛰어난 노래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시인과 촌장의 노래를 하다 더 들어볼까요?

이번 들으실 노래는 ‘비둘기에게’입니다.

 

 

그대는 나의 깊은 어둠을 흔들어 깨워

밝은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가 줘

 

그대는 나의 짙은 슬픔을 흔들어 깨워

환한 빛으로 나를 데리고 가 줘

 

부탁해~ 부탁해~

 

어린 횃불이 되고픈 나를

마음 속의 고향에서 잠자는 나를

천진난만하게 사는 나를

맥 빠진 눈을 가진 나를

 

부탁해~ 부탁해~ 부탁해~ 부탁해~

 

 

5

 

제가 사는 곳은 애월읍 고내리라는 동네인데요, 그 한자의 뜻이 기막힙니다.

애월이라는 말을 풀이하면 물가 애(涯)와 달 월(月)이 합쳐져서 ‘물가에 뜬 달’이라는 뜻이 됩니다.

고내라는 말은 높은 고(高)와 속 내(內)가 합쳐져서 ‘높은 곳 속에 자리 잡은 마을’이라는 뜻이 됩니다.

한자 뜻만 이런 것이 아니라 동네의 지형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멀리고 한라산이 우뚝 솟아 있고, 마을 바로 뒤로는 고내봉이라는 높지 않은 오름이 자리 잡아 있습니다. 마을 앞으로는 솟아 오른 절벽을 끼고 오목하게 들어선 만과 같은 형태의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뒤로는 한라산과 오름이 있고, 옆으로는 절벽을 낀 해안선 속에 조용히 들어서 있는 마을의 바다에는 달이 떠서 비치고 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곳이 제가 살고 있는 동네입니다.

물론, 이런 겉모습과 달리 이곳에서 살아가는 삶이 낭만적이지는 않지만...

 

마을 앞에는 조그만 포구가 있습니다.

워낙 작아서 큰 배들은 들어올 수 없는 곳이지요.

여러분의 미리 속에서 그런 포구에 있는 작은 배를 한 척을 상상해보세요.

 

조동진이 부른 ‘작은 배’를 끝으로 오늘 방송 마치겠습니다.

 

 

배가 있었네

작은 배가 있었네

아주 작은 배가 있었네

 

배가 있었네

작은 배가 있었네

아주 작은 배가 있었네

 

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라

작은 배로는

 

떠날 수 없네

멀리 떠날 수 없네

아주 멀리 떠날 수 없네

 

작은 배로는

 

떠날 수 없네

멀리 떠날 수 없네

아주 멀리 떠날 수 없네

 

아주 멀리 떠날 수 없네

아주 멀리 떠날 수 없네

 

아주 멀리 떠날 수 없네

아주 멀리 떠날 수 없네

 

 

-------------------------------------------------

이런 방송에도 누군가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방송에 대한 의견도 좋고

전하고 싶은 얘기도 좋고

광고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해도 됩니다.

아니면 쓸데없는 얘기 주절거려도 되고요. ㅋㅋㅋ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문을 열어 놓고 있겠습니다.

 

성민이 mk102938@hanmail.net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954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