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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그 순간을 ...

 

아내는 출근하고 오랜만에 하경이는 늦잠을 자고 있다. 하경이를 9시 20분쯤 깨워 10시 쯤 궁더쿵에 갈 생각이다. 오늘 지방회 월례회 겸 기도회가 10시 30분에 운양교회에서 있으니 생각처럼 된다면 늦지는 않을 것 같다.


요즘 하경이가 동생 때문에 불안한 것 같다. 짜증도 늘었고, 울먹이기는 일도 늘었다. 연장아를 입양하면 힘들 것을 알지만 하경이가 불안해하는 것을 보니 걱정된다. 입양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 과정에서 내가 너무 주변에다 이야기를 했나하는 생각도 든다.


산어린이학교에서 처음 반을 맡아 열정을 불사르는 아내가 보기에 좋다. 작년에는 궁더쿵에서 운영이사로서 최선을 다했는데, 이제 학교에서 2학년 아이들과 함께 1년을 잘 보낼 것이라 믿는다.


겨울이 시작되면서 하경이가 코가 막힌다고 가습기를 사자고 했는데 봄이 돼서야 가습기를 만들었다. 어제 저녁 한 살림에서 참숯을 사온 것을 수반에 넣고 물을 담았다. 아내가 어디선가 알아온 비법(?)으로 가습기를 만들자 하경이는 수반에 담긴 물과 숯을 가지고 논다. 아내는 책을 읽고 나는 하경이와 하던 젠가를 가지고 도미노 놀이를 했다.


손과 옷이 엉망이 되자 엄마의 잔소리에 하경이는 옷을 벗고 손을 씻는다. 수반에서 퐁퐁 소리가 난다. 아내가 하경이와 수반에 귀를 대고 듣는다. 아내는 ‘신데렐라 언니’에서 항아리에서 소리가 나던 장면이 생각난단다.


잠을 자기 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셋이서 춤을 췄다. 아니 그냥 몸을 흔들었다. 하경이와 아내와 내가 매일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 날 그 순간들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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