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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보고서를 읽고..

KDI 정책포럼 제174(2007-02)를 읽고 적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 10쪽 4. 요약 및 결론에서 밝힌 것처럼 “본 연구는 우리나라 여성의 출산 및 노동공급을 동태적인 모형(dynamic framework)으로 설명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이 필자를 놀라게 한다. 왜냐하면 이 보고서가 최초의 연구라는 점이 잘못하면 뒤 이을 연구들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에 대한 기사는 현재 여러 언론을 통해 유포되며 일하는 여성에게만 아동양육비가 지급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생산하고 있다.


보고서 10쪽에서 “여성의 임금률, 자녀의 수와 질, 가구 소득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여성의 출산과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결정에 관하여 설명하였”다고 하지만 여성이 노동시장 참여로부터의 소외가 여성의 출산 말고 다른 요인들은 없는가 필자는 묻고 싶다.


보고서 5쪽에서는 “대부분 연령층에서 선진국보다 현저하게 낮은 노동시장 참여율을 보임(그림 2 참조)”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대부분 연령층’이라는 단어는 무슨 말인가? 필자는 이러한 여성의 ‘낮은 노동시장 참여율’은 출산으로 인해 ‘여성 노동 공급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점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필자는 보고서의 내용처럼 출산으로 인해 여성 노동 공급에 장애가 발생한다는 점에 동의 하지만 ‘대부분 연령층’에서 노동시장 참여율이 낮은 이유를 볼 때 여성 노동 공급 장애를 여성 출산만으로 풀어가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다.


보고서 11쪽에 상태변수에 대한 부분을 보면 ‘가구소득’, ‘여성임금률’, ‘자녀 수(양)’, ‘현재 자산’, ‘여성 나이’를 선택변수는 ‘소비’, ‘자녀의 질’, ‘자녀 인적자본에 드는 시간투자’, ‘자녀 인적자본에 드는 물적 투자’, ‘노동시간’, ‘출산 여부’, ‘다음 기 자산수준’ 기타 외생변수로는 ‘가구소비에서 여성소비가 차지하는 비중’, ‘소득세’, ‘이자율’, ‘어린 자녀에게 드는 불가피한 시간비용’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여성의 출산과 노동공급에 관한 생애주기모형’에서 정작 중요한 사회적으로 여성이 처한 노동현장에 대한 변수는 없다. 즉, 여성이 노동을 공급할 수 있는 노동 현장에 대한 진단은 없다. 자녀에게 들어가는 비용, 임금, 노동시간, 재산의 정도는 나오지만 정작 중요한 여성이 노동을 공급하고 있는 노동 현장에서 여성이 소외되고 있는 다양한 변수들에 대해서는 통계화 할 수 없다는 이유로 포함시키지 않았는지 모르나 이 부분이 없다. 보고서는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율이 왜 낮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여성이 노동 현장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은 단지 노동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여성과 세상에 태어난 아이의 문제라 답하는 것처럼 보인다.


보고서 4쪽 각주 1에서 이렇게 말한다. “본 연구에서 노동공급은 노동시장 참여 혹은 근로시간을 포괄하여 지칭함. 우리나라는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율이 낮으므로 노동공급의 증가는 주로 노동시장 참여와 비슷한 함의를 가지나 근로시간증가 역시 노동공급 증가의 일부임을 밝혀둠”이라 말하고 있다. 그런데 보고서는 10쪽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90인의 산전후 휴가가 주어지며,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는 1세 이하의 영아를 돌보기 위한 육아휴직을 1년간 할 수 있는데 육아휴직의 이용률은 매우 낮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왜 이러한 편리함이 이용되지 않고 있을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일하지 않는 여성에게는 양육보조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보고서 9쪽에서 “현재 우리나라 양육보조금은 저소득계층을 위주로 지급되고 있고 앞으로 수혜대항 계층을 넓혀 나갈 계획이나, 양육보조금을 광범한 소득계층으로 확대하기에 앞서 노동시장 참여 등 보조금의 수급조건을 붙임으로써 노동시장 참여 유인을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임”이라는 말을 필자는 연구자에게 노동 현장으로부터 소외된 여성 그들 자신이 그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보고서 8쪽의 각주 3을 보면 “현재 민간시장이 존재하고는 있으나 정부의 각종 가격규제로 시장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 특히 정부 보조금을 받는 공보육기관과 보조금도 받지 않고 가격규제에 묶여 있는 사보육기관을 질적으로 비교할 수 없음”이라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민간시장을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임”이라는 의미도 묻고 싶다.


보고서 1쪽에 “본 연구의 목적은, 다양한 출산장려정책들 중에서 어떤 정책이 저 출산 고령화 시대에 맞는, 특히 여성의 출산과 노동공급을 동시에 장려할 수 있는 효과적인 가족정책인가를 밝히는데 있음”이라고 연구 목적을 밝히고 있지만 보고서 8쪽에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5세 이하 자녀를 가진 모든 가정에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복지재정의 급증에 따른 재정 부담이 우려되고, 고령사회 노동력 발굴을 위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는 적합하지 못한 방안으로 평가됨”이라고 말하고 7쪽과 8쪽에서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지급하므로, 저소득층에게 더 많은 출산 인센티브를 부여하게 되는데, 이때 아동빈곤 문제 등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음”이라고 지적하는 부분을 볼 때 연구 목적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필자는 일하는 여성에게만 아동양육비를 지원한다고 협박하여 여성으로 하여금 노동의 현장으로 끌어내기 보다는 여성이 안정을 찾음으로 노동 현장에 스스로 나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KDI 보고서가 많은 논란이 되었으면 한다. “출산과 노동공급을 동시 장려할 수 있는 가족정책”이라는 것이 ‘노동을 해야 아동양육비를 준다’는 논리와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는가 하는 질문과 여성의 출산과 노동공급이라는 문제를 노동 현장으로부터 소외된 여성들에게 모든 짐을 지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가정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가사 노동에 대해 평가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 옳은 가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동 인권에 대한 무시가 언제가지 이렇게 자연스럽게 있어져야 하는지도 고민했으면 좋겠다.


1988년 공포된 어린이 헌장 3항은 “어린이는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어린이를 위한 좋은 교육시설이 마련되어야 하며, 개인의 능력과 소질에 따라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라고 말한다. 또한 9항에 “어린이는 학대를 받거나 버림을 당해서는 안 되고, 나쁜 일과 짐이 되는 노동에 이용되지 말아야 하며, 해로운 사회 환경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물론 9항의 “해로운 사회 환경”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접하는 개개인 각자의 해석이 다를 수 있겠지만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세상에 태어난 아동은 모두 동등한 권리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3항과 9항을 들었다.


처음 아이를 출산할 때 격려금 얼마를 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필자는 웃었다. 격려금 얼마를 준다고 출산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격려금이 아동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그 가정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양육보조금 역시 마찬가지다. 아동이 세상에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에 나온 아동의 살아가야 할 삶을 위한 도움도 중요하다. 그런데 KDI 보고서에는 경제는 보이나 인권은 없다 특히 아동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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