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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경찰이야?

당신 경찰이야?

 

역사는 사건을 어떻게 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한국사 국정화를 반대한다. 이 글은 내 입장에서 2015년 11월 14일(토) 민중총궐기를 바라보는 글이다. 때문에 글이 길어질 것 같다. 읽기 싫은 사람은 안 읽으면 그만.

 

사실 이 글을 쓸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가까운 분이 오마이뉴스에서 내 사진을 봤다고 걱정을 해서 혹여나 나를 알아보고 걱정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글을 적어 본다. 더군다나 물대포 속을 내가 달려갈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만들었던 동영상이 마치 현재 병원에 계신 농민의 쓰러지던 동영상으로 오해를 하는 분들이 많아 그 동영상은 농민이 쓰러진 뒤 다시 벌어진 사건을 찍은 것이라 말을 하고자 글을 쓰는 것이다. 그래봐야 이 글을 몇 명이나 읽을까? 그럼에도 일일이 그 동영상과 병원에 계신 분이 쓰러지던 상황은 다른 것이라 말하는 것도 지쳐서 내 주변에 계신 분들이라도 알고 있으라는 의미로 글을 적는 것이다. 혹여 이 글을 읽으신 분들 가운데 주변에서 병원에 계신 분 동영상이라고 퍼지는 것이 있으면 잘 보시고 제가 달려갈 수 밖에 없었던 동영상이 나오면 다르다고 말씀 좀 해주십사 부탁드립니다. 내가 아는 한 CBS에서 찍은 영상만 병원에 계신 농민이 쓰러진 상황을 찍은 동영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내가 민중총궐기에 참석했기 때문에 나를 종북좌파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내가 종북좌파일까?

 

11월 14일 아침 하경이는 배드민턴을 하자고 졸랐지만 조금씩 내리는 비를 핑계로 집에서 뭉기적 거렸다. 13시에 고척동에서부터 개봉동까지 한국사 국정화 반대 행진이 있고, 이 후 광화문에서 민중총궐기가 있었기 때문에 체력 안배(?)를 하기 위해서 였지만 사실 귀찮다는 것이 더 컷다.

 

문제는 큰 딸이 한 번 물면 안 물러선다는 거다. 결국 배드민턴을 치자며 노래하는 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배드민턴채를 들고 집 앞 골목에 섰다. 집 밖으로 나오니 하늘에서는 여전히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으. 약 1시간 정도 배드민턴을 치고 남들은 치다가 쉬다가 치다가 쉰다는데 어찌 된 일인지 한 번 잡으면 쉴 줄을 모른다.

 

고척동에 갔다. 고척근린공원에서 동네 사람들이 한국사 국정화 반대 거리 행전을 계획했다고 해서 함께 했던 거다. 그 이야기는 티소토리( http://coolie1.tistory.com/18 ) 에 있다. 원래는 나는 진보넷 블로그를 사용하는데 핸드폰에서 글을 올리기 어려워 얼마 전 만든 티소토리에 글을 적었다.

 

개봉역에서 모든 행사를 마치고 광화문에서 저녁까지 있을 생각으로 점심 겸 저녁을 먹고 지하철에 올랐다. 핸드폰으로 살펴보니 대학로에서 모였던 분들이 성균관대학교 논술시험 때문에 4시에 행진을 시작한다고 해서 종로 5가로 갔다. 논술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을 배려하는 시위대다. 종로5가 지하철역에서 서 있다가 행진하는 사람들 가운데 구로라는 깃발이보여 함께 광화문을 향해 걸어갔다. 걷다보니 한 명 두 명 아는 얼굴들이 보인다. 구로라는 깃발 아래 구로지역 사람들이 모이기로 했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가던 행렬은 종각 앞에서 멈춰버렸다. 앞에 차벽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리라는 말들이 있었다. 그냥 앉아 있기가 그래서 다른 분들에게 인사하고 혼자서 앞으로 갔다. 가서 보니 종로 1가에서 차벽 때문에 사람들이 막혀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시위대는 차를 끌어내거나 하려 하지 않았다. 나는 차도를 중심으로 왼편 그러니까 종로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차도 오른쪽 건물들 앞에 있었다. 그래서 오른쪽 상황을 안다.

 

화가 난 시위대에서 한 명 두 명 차를 끌어내려는 모습이 보였고, 경찰의 물대포는 인정 사정 보지 않았다. 처음에는 차 중앙에 2개의 물대포가 보였는데 조금 지나자 오른쪽에도 그러니까 내 앞쪽에도 물대포가 하나 세워졌다. 길 건너 왼쪽에는 어떤 상황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쪽에서도 물대포는 계속 시위대를 향해 쏟아졌다.

 

구급차가 왔다. 왜 왔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농민 백남기씨가 쓰러졌다는 것을 알았다. 시위대를 향한 물대포와 어떻게 하든 차벽을 뚫어보려는 사람들 간의 줄다리기가 계속되었다.

 

옆에 있던 한 사람이 주위 사람들에게 크게 소리친다. 모 방송에서 보면 우리가 다 빨갱이 일 거다. 우리가 빨갱이냐. 우리가 빨갱이냐.

 

도로 위에서 쏟아지는 물대포와 맞서고 있는 시위대를 보고 있다가 한 사람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는 것을 봤다. 쓰러진 사람이 일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달려갔다. 대부분 물대포를 맞으면 쓰러졌다가 바로 일어서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을 보고 달려갔다. 물대포는 쓰러진 사람 중심으로 계속 쏟아졌다. 나중에 보니 그 장면이  공무원U신문( https://www.facebook.com/sinbi.kim/videos/913750875340634/?pnref=story ),  미디어몽구( http://www.ziksir.com/ziksir/view/2603 ),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_w.aspx?CNTN_CD=A0002160381 ) 등에 나왔다.

 

쓰러졌던 분을 감싸고 사람들 있는 곳에 왔더니 주변에서 물을 가져다 준다. 눈을 씻고, 쓰러졌던 분을 봤다. 피를 흘리고는 있었지만 자신은 괜찮다고 했다. 정말 괜찮은 건지 모르지만 주변분들과 피를 씻겨주고 물을 건네주며 물었지만 괜찮다고만 말씀하셨다. 하도 눈이 따가워서 눈을 씻고 하다보니 쓰러지셨던 분은 어디론가 가셨다. 집에 돌아갈 때보니 나도 머리에 상처가 하나 생겼다. 물 대포에 밀려 간판 같은 것에 머리를 부딛혔는데 그 때 생긴 상처다.

 

시위대를 향한 물 대표는 이 후에 차도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쏟아 졌다. 노란조끼를 입고 인권감시를 하던 청년에게까지 물대포는 쏟아졌다.

 

종로 1가에 설치된 차벽에 막힌 시위대는 결국 광화문쪽으로 이동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종로1가가 소강상태로 변해서 길을 청계천 방향에서 도로를 건너와 경찰 버스 앞을 지나던 사람들에게도 경찰은 갭사이신을 뿌렸다. 경찰버스에서는 캡사이신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마구 뿌려대서 시위와는 상관없던 사람들도 피해를 입은 것이다.  가끔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놀라서 그냥 도망 갔다.

 

나는 방송차를 따라가다가 청계천을 따라 올라가 바로 광화문 쪽으로 갔다. 경찰버스로 차벽을 만들져 있었고, 도로쪽은 소강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쩌다보니 또 앞자리다. 이번에도 도로쪽에서 보면 시청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오른쪽에 멈춰버린 경찰버스 주변에 있었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구급차가 왔지만 진입을 못하자 열어달라고 사람들이 말을 했다. 구급차는 환자를 실었는지 아니면 되돌아간 것인지 모르지만 후진을 해서 시청방향으로 빠져나갔다. 학생들이 내 옆에 있던 버스 위로 올라갔고, 이 후 학생들이 떠난 자리에 방송국 카메라가 자리를 잡았다.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둘째가 다니는 어린이집 아빠가 오마이뉴스에 있던 사진을 카톡에 올린 것을 보고 놀라 전화를 한 거다. 걱정하지 말라고 괜찮다고 말을 했다.

 

횟불이 등장을 했다. 두 줄로 늘어선 횟불을 보면서 이거 한 바탕하는 건가? 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횟불을 든 청년들은 두 줄로 서서 자리를 지켰다. 옷이 젓은 나는 불이 있어 좋았다. 신발에는 물이 들어갔고, 옷도 다 젓은 때문인지 횟불의 따스함이 좋았다. 어쩌다 보니 앞쪽에서 불이 하나가 날아간다. 한 어르신이 횟불을 든 청년에게 싸우려면 제대로 싸우자며 횟불을 달라고 했지만 청년은 그 횟불을 주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니 앞 쪽에서 또 하나의 횟불이 날아갔다. 어디선가 봤는데 땅에 떨어진 횟불을 흥분한 누군가가 집어 던졌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아마도 그게 사실 일 거다.

 

횟불을 든 청년들이 뒤로 빠졌고, 다시 줄기차게 줄다리가가 계속되었다. 그런데 바로 앞쪽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다가가보니 경찰 하나가 주저앉아 있는 거다. 사람들은 이 경찰을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했지만 사람들은 물을 가져다 주며 경찰에게 마시라고 했다. 나는 경찰을 다시 돌려보내려고 했고, 사람들은 그런 나의 말에 항의 하는 사람들과 돌려보내자는 사람들로 잠시 나뉘었지만 돌려보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누군가 일단 경찰을 뒤로 빼 자는 말을 했지만 나는 뒤로 보낼 곳도 없고 흥분한 사람들 사이를 다니게 할 수도 없기 때문에 돌려보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을 했다. 시위대와 경찰이 심하게 대치하고 있는 정면으로 갈 수는 없는 것 같아 일단 오른쪽에 차벽 사이로 경찰들이 서 있던 것이 떠올라 그쪽으로 경찰을 데리고 갔다. 누군가 내게 말을 한다. 당신 경찰이야? 내가 너무 경찰 편을 들었던 탓일까? 그래도 어쩌겠나 이 친구는 돌아가면 고참들한테 쥐어 터지겠지만 일단 보내야지. 여기서 사람들에게 경찰이 사람들에게 처 맞았다면 특종감 아닐까?

 

경찰들이 있는 곳으로 거의 다 왔는데 한 사람이 붙잡는다. 그냥 돌려보내면 어떻게 하냐고, 그럼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그 사람은 경찰의 옷이라도 벗겨야 한다고 말을 했지만 일단 돌려보내자고 말을 했고, 그 사람은 억울해 하며 그냥 보내면 어떻게 하냐고 말을 했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그렇지만 그 상황에서 어쩌란 말인가? 주변에 사람은 경찰들에게 말을 했다. 우리는 경찰을 돌려보낸다. 경찰은 뭐하냐?

 

경찰을 돌려보내고 돌아오니 또 한 명이 붙잡혀있다. 이번에는 옷을 벗었다. 전투복장을 벗고 의경이 입는 옷만 입고 있어서 그 친구도 데리고 가서 다시 돌려보냈다. 그리고 돌아오니 또 한명이 잡혀있다.

 

전투복장을 벗긴 경찰 하나를 다시 데리고 가니 경찰들이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 남자들이 앞을 막자고 해서 일단 경찰을 돌려보내고 경찰들 앞을 막았다. 그런데 방송 스피커를 실은 트럭이 오도 가도 못하는 것이 눈에 띄어 차 쪽으로 갔다. 사람들이 많은데 트럭이 움직이다가 사람이 다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차가 처음에 가려던 방향으로 못가서(앞으로 전진한 경찰들이 길을 막아버렸다) 다시 돌려 시청 방향으로 빠져 나가도록 도왔다. 그런데 주위를 살펴보니 도로 양 옆 인도에는 경찰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집행부에서는 공식적으로 해산하기로 한 것인지 사람들이 하나 둘 시청방향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걸어오는 사람들 중 경찰 방패를 들고 가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어떤 사람이 경찰 방패를 땅에 놓고 가자는 말을 하자 내려 놓았다. 그런데 뒤에 오던 청년들이 다시 그것을 들고서는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다 찍은 것을 보고서는 방패를 달라고 하고서 저쪽에서 방패들을 줍고 있던 사복경찰에게 건네주고 가려다가 보니 사복경찰들이 예닐곱명이 한쪽에 모여있다.

 

그래서 그곳으로 가서는 시위대는 경찰들을 다 돌려보냈으니 혹여 사람들이 잡혔으면 잘 해주면 좋겠다고 말을 하고 돌아섰다. 형식적이겠지만 그 중 한 사람이 그렇게 하겠다는 말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시청역 화장실에서 내 모습을 봤다. 머리는 삐죽이고, 이마에는 상처가 났다. 상처가 난 줄도 몰랐는데 물대포 맞을 때 생긴 상처다.

 

집에 돌아와 씻으며 살펴보니 다행히 멍 든 곳은 없었지만 온 몸이 아프다. 물대포의 수압이 강하긴 강했나 보다. 조금 따가운 것과 머리에 표나는 상처 하나 그리고 표나지 않는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구석 구석 아픈 것 외에는 크게 문제는 없었다.

 

뒷 머리가 왜 아픈지 살펴보니 공무원 U 신문 동영상을 보니 이유를 알겠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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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머리가 아픈 이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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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물벼락 맞으며 간판 같은 것에 부딛혀서 생긴 상처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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