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아스와니

from 읽고 생각하기 2010/03/19 21:43

아세아스와니 영상을 제작중이다.

1989년 이리수출자유지역에 있던 일본계 회사인 아세아 스와니

어느날 갑자기 팩스 한장으로 폐업을 통보하고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린다.

하지만 외자기업이라는 이유로 한국정부와 관계기관들은 나몰라라...

회사를 다니면 야간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말에 공장에 취직한 십대 후반 이십대 초반의 어린 노동자들이었다.

모두가 생계에 도움을 주어야 하는 가난한 빈농 혹은 노동자의 자녀들.

봄이면 스와니 공순이 손이 제일 밉다는 말을 실감해야 했던 그 노동자들.

 

결국 일본으로 간 다섯명의 노동자들. 

우여곡절 말도 통하지 않는 일본에서

법을 지켜야 한다는 일본 활동가들의 말에 울분을 삭혀야 했던 그들.

그러나 생존권이 달린 문제였기에 그들은 법을 어기고 바리케이트를 넘었다.

 

한국에 남은 노동자들은 눈을 녹여 라면을 끓이며 눈물을 함께 먹고있었다.

조여오는 시간 속에서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통역을 도와주던 재일 코리안 김희원씨는 의식불명상태에 빠지고

 

4명의 여성노동자중 한명은 골반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는다.

그러나 김희원의 가족들은 그의 상태를 그녀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혹시라도 투쟁이 위축될까 우려가 됐다고 한다.

 

그렇게 생사를 건너는 투쟁 속에서 일본 노동자들은 점점 더 많이 모이게 되고

일본에선 유례없이 많은 노동자들이 참여한 집회가 열린다.

결국 80일동안의 투쟁을 통해 1억 3천만원이라는 당시에는 상당히 큰 돈이었을 돈을 받는다.

퇴직금, 생계대책금, 학자금등을 포함한...

그렇게

자신들의 투쟁이 돈으로 평가되서 자존심도 상했지만

또다시 생계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돈을 받아들고

누구는 전노협 사수대로

누구는 전노협 상근자로

누구는 또다시  미싱사로

누구는 또다시 재단사로

그렇게 흩어졌다가

결혼을 하고

생계를 위해 취직을 하고

평범한 노동자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이 되었다.

그렇게 20년의 세월이 흐르고

 

철없기도 했고

용감하기도 했던 그 젊은 청소년, 혹은 청년들은

아줌마 아저씨가 되서 다시 만난다.

 

그동안 하지 못한말

운동을 끝까지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

함께 자리를 지키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는 말

도대체 뭐가 미안한지.

 

20년간을 끌어온 그 마음의 빚을 이야기 한다. 

 

한국에선 수없이 많은 민주노조의 역사속에서

한페이지 혹은 한줄로 기록될 이 투쟁의 역사.

 

그러나

그 속에 있는 한사람 한사람의 삶은

인생 전체가 달라지기도 했고

마음에 빚을 진체 살아오기도 했다.

 

그리고

이 투쟁의 역사는

한국에선 수많은 민주노조 운동의 일부분이지만

일본에선 전무후무한 한일 연대운동으로 기억되며

20년을 이어져온 전북-오사카 노동자 교류로 연결된다.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뒤바뀌는 속에서

민주노조라는 것이 건설되었는데.

떠난 사람들이 남은 사람들에게 미안해 해야 할만큼

남은 자들은 그만큼의 몫을 해내고 있는가?

그들은 20년전 일들을 기억하며

마음아파 하는데.

정작 남은 자들은 20년전 일에 관심이나 있었을까?

 

이제와서야 알아차리는 나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진심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끼기도 한다.

한편으론 나에겐 내 인생을 바꿀만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 보게 한다.

그리고 그 때의 처음처럼 그 마음이 얼마나 변했는지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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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9 21:43 2010/03/19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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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아 2010/03/19 21:54

    그런 일도 있었군요. 처음 들었습니다. 역시 기록이 중요하군요. 다큐 만드시는 분인가봐요? 상영되면 꼭 보겠습니다. 

    • 달성생 2010/03/19 22:05

      다큐만드는 분은 아니고요. 어쩌다가 함께 하게 됐어요. 저도 이번 작업 하면서 알게 됐습니다요. 열심히 마무리해서 작품 나오면 꼭 아는척 해주세요. ^^ 

  2. 앙겔부처 2010/03/22 11:57

    꼭 보고 싶어요 ;ㅁ; 

  3. 달성생 2010/03/22 21:01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디. 나오게 되면 불로그에 소식 올릴께여~^^ 그나저나 진보네 블로거진 편집진 참 대단하네요. 아세아스와니 김덕순씨 사진을 어디서 찾았을까나? 아고고 감사 

    • hskim 2010/03/23 11:10

      아마도 참소리 아닐까?? 당시 제가 관련 글 사진 편집해서 알아요.^^ 아싸 자랑이다. 

  4. 이용철 2010/03/23 10:04

    저도 꼭 보고 싶네요. 나오면 꼭 소식 올려주세요~~ 

  5. 달성생 2010/03/23 11:37

    hskim//아... 참소리 노동운동사 기사때 올라 갔었죠? 아하하 그렇고나. 근데. 사진 원본 혹시 어디에 있는지 아시남요? 자료들이 다 어떤 분한테 갔다는데, 막상 그분은 자기가 갖고 있지 않다고 그래서요. 당시 투쟁사진이나 기록사진을 찾고 있삼요.
    이용철님// 두세달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나오면 불로그에 소식 올릴께요. 감사합니다.